1코스를 역시 역으로 걸었다.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해 시흥까지 걷는 길이다. 제주시에 숙소를 잡다보니 이동 시간이 길어 11시가 다 되어서야 걷기 시작해 5코스부터는 계속 역(동쪽)으로 걸었는데 사람들과 부딪히지도 않고 해를 등지고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바닷가에서 터진목 4.3 유적지를 만났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현대사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4.3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하시지 않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정말 놀랍다.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이다. 182미터의 화산 분화구로 새벽 일출이 유명한데 숙소 관계로 이번에는 보질 못했고 옛날에 봤던걸로 위안을 삼는다.
어찌 하다보니 제주에 올 때마다 광치기와 일출봉을 보게 된다. 일출봉 하단에도 아픈 역사의 형장인 일제 동굴 진지가 있다.
일출봉을 보기 전에 동암사라는 절에 들러 보았다. 1937년 최진수라는 스님이 창건, 위봉사 포교당으로 출발했단다.
동암사가 일출봉에 자리잡은 연유는 바다에 터전을 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애달픈 삶의 애환과 밀접하다.
제주지역은 도서지역의 특성상 한라산 산신과 해안으로 둘러싸여 용왕기도가 성행했다. 용왕대신에게 자신의 삶과 안전을 기원했고,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무사귀환을 손이 닳도록 빌었다. 섬 지역 특성상 거친 땅, 거친 파도를 이겨내야 했던 제주민초들에게 석가모니부처님 이후 도래하는 미래세 부처님인 ‘미륵사상’은 절대적 의지처가 됐다.
용왕대신을 향한 발원 또한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험한 세상에서 희망을 위한 하나의 뗏목이었다. 그래서일까. 동암사 신도들 가운데는 해녀들이 많았다. 매년 열반재일 기간에 용왕기도를 하며 방생법회를 봉행한다. 하지만 이는 타 지방의 방생법회와 의미가 좀 다르다. 제주 민초들은 2월 초하루면 영등신이 제주바다를 찾아, 새로운 씨앗을 뿌려주고 떠난다고 믿었다. 동암사의 방생법회는 해산물의 씨앗을 바다에 뿌리는 믿음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일출봉에 오르려고 티켓을 끊으려하니 매월 첫째 월요일은 휴일이라 일정한 장소까지 무료개방이란다.
꼭대기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전망대까지만 갈 수 있었지만 날씨도 좋아 만족이다. 유료도로 쪽으로 먼저 오른다.
아랫쪽에는 알프스처럼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는데 말을 타기도 한다.
저 멀리 우도가 보인다.
이번에는 아래로 내려가보는데 배를 타는 곳인가보다.
일출봉의 측면 지질이 독특해 배를 타고 한바퀴 도는 것 같은데 올레길을 걷고 있어 시간상 패스. 일출봉을 나와 바닷가로 걸으면서 독특한 바위들과 일출봉의 또 다른 얼굴을 보다보니 시인 이생진의 시비거리에 도착했다. 앞에는 바다 전망을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한옥 카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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