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페루

제29일 11/2 마추픽츄 쿠스코 (버스 맞추픽추 트레인) 월 페루

boriburuuu 2016. 3. 9. 19:19

해발 2400m '늙은 봉우리‘인 마추피츄는 정교한 석재기술로 1450년 건설된 잉카의 계획도시로 1911년 미국의 하이람 빙엄에 의해 발견되었다.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공중도시로 불리우는데 198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7대 불가사의로 지정되었다. 잉카 최고 군주 빠차꾸떽의 지시로 하늘을 관찰하고 농경과 관련된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머물렀다는 설이 유력하다. 2007년 빙엄의 5000점의 유물의 일부 반환이 결정되었다. 주변에 없는 돌을 옮겨 청동 끌과 돌망치를 이용해서 면도날 하나 들어갈 수 없는 도시를 건설한 잉까인들의 정교한 석재 기술은 단연코 세계 최고이다. 신전 지역, 사제나 귀족 지역, 일반 거주 지역으로 나뉘고 140여개의 건축물과 계단식 농경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수많은 우물과 수로, 거대한 돌의 계단 들이 있다. 이른 새벽 마추피츄를 올라가면 언제 봐도 멋있지만, 그 중 가장 멋진 풍경은 일출 이라는데 우리는 6시에 숙소를 나서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관계로 일출은 볼 수 없었다. 아니 구름이 가득해서 어느 시간이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비가 올 듯 잔뜩 흐린 날씨에 (어제 밤에도 비가 왔다.) 슬슬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보니 구름이 한가득이다. 입구에서 화장실을 갔다왔는데 안 갔으면 큰일날 뻔했다. 시간제한은 없으나 유적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급한 시간이 퇴장 시간인 것이다. 먼저 입구로 들어가서 먼저 본 곳은 식량저장소 ’꼴까‘다. 계단 밭 옆에 있는 잉까의 저장고로 길 중간에 저장고를 만들어 곡물을 저장하거나 재분배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지금 있는 것은 재현해 놓은 건물이란다. 가이드가 없는 우리는 지도를 들고도 헤메기도 하고 찾으면 기뻐하기도 하면서 유적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시간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4시까지 가면 된다.) 위로 올라가서 망지기의 집을 먼저 보기로 했다. 유적 입구에서 왼쪽으로 향하는 좁은 산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와이나픽추를 배경으로 유적 전체가 보이는, 마추픽추 대표사진을 찍는 곳인 망지기의 집이 나오는데 돌로 쌓은 단 위에 주변 지역을 망보던 건물이란다. 안타깝게도 구름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주변에 라마가 돌아다니고 있어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한다. 정말 귀엽다.

조금 내려가니 도시 입구가 있다. 도시 지역을 지나니 서쪽 농경지역이 나온다. 도시 전체를 돌아가며 급경사에 축대를 쌓아 농경지를 만들어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밑으로 3개 창문의 신전이 있는데 남쪽지역으로 신성한 지역이었단다. 3개의 창문이 나 있는 신전과 3개의 벽이 남아 있는 신전 등 정교한 건축양식과 건물 형태에서 그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조금 더 가닌 천문관측소 이띠와따나가 나오는데 1.8m의 돌이 기묘한 모양으로 깎여져 있다. 상단의 튀어나온 부분은 잉까의 해시계로 그림자를 이용해 계절의 변화를 감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이다. 우리는 와이나픽추에 올라가려 했으나 9시도 되지 않았다. 젊은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 험하나 전망이 좋다고 하고 해서 11시에 산을 오르게 예약되어 있는 우리는 시도했으나 안되었다. 다행인게 이 때 올라간 일행들은 전망을 보기 위해 두시간 정도를 정상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우리는 간식을 먹으며 조금 휴식을 취한 다음 북쪽 지역으로 가 보았다. 3개 통로의 건물이 있었고 거주지였으며 왕족, 귀족, 사제, 석공, 세공사 등이 거주했다고 추정된다. 돌의 모양이나 규모가 신전 지역과는 크기나 정교함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꼰도르의 신전이 있다. 자연의 돌과 석벽 사이 건물의 배치가 날개를 편 독수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콘도르의 머리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희생 의식이 치러졌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건물 뒤에는 미라가 발견된 동굴이 있다.

한가운데 유적에는 우물이 있고 수로가 발달해 있어 큰 돌 틈 사이로 흐르는 계단형 수로시설은 매우 훌륭하고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살던 지역에 있어 의식 전 몸을 씻던 곳으로 추정된다. 그 옆에 능묘가 있는데 구조물 아래 커다란 자연석을 지붕처럼 삼각형 모양으로 받치고 특이하게 깎은 돌로 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왕족의 미라(빠짜꾸떽)를 안치했던 장소로 추정되며 ‘태양의 신전’ 하단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의 신전은 도시 남쪽 중앙의 낮은 탑과 같은 구조물로 돌을 곡선형태로 쌓아올렸다. 건물 상단의 창문의 빛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고 동지,하지의 정확한 시기를 그림자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드디어 와이나피츄에 올랐다. 1시간 반 정도 등산을 하는 산으로 경사가 좀 심하다. 올라가는 중에 날씨가 좋아져서 구름이 덮혔다 걷혔다를 반복하고 있다. 꼭대기 부분의 동굴을 통과해서 10분 정도 올라가니 정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름에 마추피츄는 가려져 있다. 조금 기다리다가 하산하는데 3분 정도 내려가니 달의 신전이 있다. 입구에 의식용으로 쓰이던 돌도 있고.

완전 70도는 되는 급경사여서 조심스레 내려오는데 페루 방송국에서 촬영하고 있는 팀을 만나 사진을 같이 찍었다.

내려와서 본 맞추피츄는 날씨가 좋아져서 아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린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아침의 경관도, 오후의 경관도 전혀 다른 감동을 주었다. 시간이 많은터라 다시 한번 유적들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정말 많다. 대학생, 미국에서 딸과 함께 온 아버지 등 많은 동포를 여기서 만났다.

마지막으로 잉까다리에 가기로 했다. 와이나피추와 마찬가지로 여권번호와 이름 나라명 등과 시간을 적게 되어 있다. 위험한 장소여서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을 기록하게 되어 있었다. 가는 길이 운치가 있고 시원해서 좋았는데 돌을 쌓아 올려 절벽 위에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절벽 한가운데만 돌을 쌓지 않고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았는데(10미터 정도?) 아마도 적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다시 망지기의 집으로 돌아와서도 나가기가 싫어 시간을 보내다가 보니 잉카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3박 4일 동안 기차를 타지 않고 트레킹을 하는 것도 그리 멋지다는데... 그들이 오는 길로 가보니 또 다른 풍광이 보인다. 시간이 다되어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와 기차를 타고 쿠스코에 입성했다. 꿈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