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아르헨티나

제50일 11/23 우수아이아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공) 월 아르헨티나

boriburuuu 2016. 3. 10. 09:56

이 날은 11:40 우수아이아를 출발해서 15:00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갔다. 도착해서 공항을 나오자마자 멋진 나무와 예쁜 꽃들, 그리고 바다가 우릴 반겨주었다. 너무 좋다. 남미의 파리, ‘좋은 공기’라는 의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오랜만에 도시에 온데다가 날씨도 좋고 온 도시에 보라색 하까란다가 우리의 벛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 꽃을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도 있다는데 우린 역시 운이 좋다. 우리 숙소는 7월 대로변에 있어 찾기도, 이동하기도 정말 좋았다.

우리는 먼저 남쪽으로 내려가 오벨리스크를 보았다. 이 도시의 상징으로 프랑스 파리처럼 또 하나의 유럽의 중심지임을 나타내고 있다.

우회전해서 걸어 가다보니 5월 광장이 나왔다. 1810년 5월 25일 스페인에 대한 독립을 선언한 ‘5월혁명’의 이름을 땄단다. 주면에 대통령 궁과 대성당 외에도 식민시대의 멋진 건물들이 가득했다.

먼저 광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대성당은 외관부터가 남다르다. 12개의 기둥들이 아름다운 부조가 새겨진 삼각형 기둥을 받치고 있는 데 미술관이나 법원 같은 모양새다. 12개의 기둥은 12사도를 나타내고 있고 성당 안은 대리석 기둥과 아치가 이어지는 커다란 홀에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조각들과 장식품들이 가득하고 장엄하다. 안에는 또 남미 해방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는 산 마르틴 장군의 유해가 있는데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의 성녀상이 내려다보이는 아래에 안치되어 있다. 근위병이 배치되어 있는 등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광장 서쪽에 있는 하얀 건물은 스페인 통치 시절 총독부로 쓰이던 건물로 2층은 5월혁명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광장 동쪽 편에 있는 분홍색 건물은 까사 로사다로 잘 알려져 있는 대통령궁이다. 붉은 색을 표방하는 자유당과 하얀색을 표방하는 연합당의 단합을 상징하기 위해 사르미엔또 대통령의 지시로 분홍색을 칠했다고 한다. 발코니에서 페론과 에비타가 손을 흔들었다고 하고 대통령 박물관이 있다는데 일요일만 개방한다고 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우리는 다시 오벨리스크에 가서 사진을 좀 찍고 반대편 거리로 나섰다. 세계3대 극장이라는 꼴론 극장을 보기 위해서다. 1890년 3명의 건축가가 이어 공사 1908년 완공했다고 하고 이태리 대리석과 프랑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단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7층의 높이에 상당한 규모의 극장이었다.

극장 옆 건물이 또 유서 깊어 보인다. 들어가 보니 초등학교다. 외부에 비해 내부는 보잘 것 없어 보여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으니 에비타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3,000개의 공립학교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 중 하나란다. 아마도 식민지시대의 건물을 학교로 만들어 주었겠지.

우리는 탱고 공연을 위해 역시 100년이 넘었다는 커피숍 토르토니를 찾아 나섰다. 리바제 거리를 따라 걷다보니 영화관들이 늘어서 있고 영화를 촬영하고 잇는 모습도 눈에 띈다. 길을 묻는 일행을 기다리느라 서 있는데 ‘길을 잃으셨나요?’라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토르토니를 물으니 자기들도 거기 가려고 하니 따라오면 된단다. 여자는 교환학생으로 온 대학생이고 남자는 신부님이었다. 아마도 길을 잃고 헤메는 사람들인 줄 알고 친절을 베푼 것이었다. 덕분에 커피숍에 가서 사진도 찍고 공연 시간과 비용 등을 알아가지고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룸언니가 오래전 이 곳으로 이민 온 지인을 만나러 가서 다른 분들과 같이 다녔는데 남자분들이 소고기를 사다가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크셔서 같이 식사하자고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얼른 대충 저녁을 먹고 플로리다 거리와 리바제 거리, 5월광장의 야경을 보면서 혼자 2시간 반 정도 돌아 다녔다. 남미는 위험하다고 했지만 오랜만에 도시로 들어오니 그냥 돌아다니고 싶었던거다. 하나 둘 가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왕이명 안간 길로 가보려고 반대편 길로 갔는데 7월 9일 대로가 나오질 않는다. 사각형이 아니라 방사선으로 뻗어 있는 도시라서 방향 감각을 잃은 것이다. 수퍼에 들어가 지도를 보여주니 친절하게 가르쳐 줬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길이었다. 여하튼 숙소에 돌아와 샤워하고 있는데 언니가 와서 겁도 없다며 나무란다. 바로 얼마 전에 지인의 딸이 권총강도를 만나 휴대폰을 뺏겨서 데리러 가는 등 가족들이 비상이라면서 당부를 했단다. 여하튼 오랜만에 만족한 하루였다.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