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히르 반 데르 바이텐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다. 1435년경. 이 그림은 플랑드르의 중요 단체인 '사수협회' 소속의 성당인 루벤 외곽의 '성모성당'의 예배당을 위한 제단화로 그려졌다. 완벽한 비율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플랑드르 예술의 걸작이다. 인물들은 다양한 색의 옷을 입고 조각처럼 서 있는데 연극 무대를 보는듯하다. 금박 바탕의 파인 네모난 공간에서 인물들은 좌우 대칭을 이루며 각각의 포즈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성 요한과 막달라 마리아가 구부러진 자세로 양쪽 끝에서 대칭을 이루며 서 있는데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포즈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감싸며 전체를 조화시킨다. 여인들의 머리의 두건과 의상은 전형적인 플랑드르화파의 양식이며 실제처럼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로히르 반 데르 바이텐의 <피에타>다. 1450년 말. 화가는 1400년대 최고의 초상화가였고 왼쪽의 기도하는 인물은 벨기에 브로에르 가문 사람이다. 이 그림은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인물은 예수의 시신을 감싸 안은 마리아와 성 요한으로 압축하여 표현했고 바위가 좁은 언덕을 이루어 예수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그룹과 무릎을 꿇고 앉아 묵상하는 인물의 공간으로 분리했다. 뒷배경이 되는 드넓은 하늘에 구름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으며 대기 원근법으로 표현된 먼 수평선으로 보아 화가가 이탈리아 여행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바위로 분리시킨 공간 표현, 인물의 구도, 의상의 입체 주름, 굳은듯 보이는 예수의 시신 등 플랑드르 화풍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로베르 캉팽의 <수태고지>다. 1430-1440년. 캉팽은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으로 두 인물의 구도는 <메로드제단화>와 비슷하지만 가정집이 아니라 고딕교회의 날개부분에 해당하는 천정이 첨탑 아치 모양을 한 복도를 가진 큰 건물에서 수태고지가 이루어지고 있다. 두 명의 주인공은 실내와 실외의 공간을 차지하고 대칭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미사 제복을 입고 있는 왼쪽이 막 강림한 천사이고 오른쪽의 마리아는 순백의 천에 싸인 성서를 손에 들고 천사가 온 것도 모르고 빠져 있다. 교회 건물을 잘라 내부 공간을 보여주지만 여염집에서나 볼듯한 나무의자, 쿠션, 자물쇠 달린 책장과 책장안의 책 등이 놓여있어 따뜻하고 평범한 가정집 분위기를 내고 있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성모 마리아의 장례식>이다. 1460년경. 만테냐가 건축한 만토바의 산 조르주성의 루도비코 곤차가 예배당을 위해 그려진 그림으로 16세기 재정비하면서 그림 윗쪽의 일부분이었던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는 페라라 국립미술관에 있다. 그림의 주제는 외경에 나오는 것으로 푸른색의 벨벳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는 마리아의 시신을 둘러싸고 장례식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예수의 제자 하나가 붉은 옷을 입고 들어와 색조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등장 인물은 11명으로 외경에 인도로 갔다는 도마를 제외한 예수의 제자들이다. 제자들은 고대 조각의 연구에 근거해 기하학적이고 수학적인 원근법의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해 그려졌고 창밖의 풍경은 만토바를 에워싼 성벽과 산조르조의 다리, 민시오 호수의 모습으로 실제 곤차가의 성 밖 풍경이다. 만테냐는 당시 풍경의 요소를 빼놓지 않고 그림의 창 밖 풍경으로 그리면서 자연스런 빛의 효과 속에 옮겨 놓았다.
한스 멤링의 <동방박사의 경배>다. 1470-1472년. 세폭 제단화로 성 요셉이 급하게 촛불을 들고 마굿간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그린 왼쪽 패널은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고 가운데는 동방 박사의 경배 장면을, 그리고 오른쪽에는 아기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되고 시므온이 축복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멤링은 감정적인 긴장감이나 극적인 묘사 대신 빛을 완벽하게 사용해 이 장면들을 고급스럽고 장엄한 분위기의 에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화려한 색상의 벨벳 , 하얀 모피, 금박 무늬의 의상 등이 투명한 밝은 빛 아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금박으로 된 화려한 옷을 입은 흑인 동방박사가 금으로 장식된 컵을 들어 올리고 있고 반대편의 붉은 망토를 입은 동방박사는 영롱하게 비치는 크리스탈 장식의 컵을 들고 있다. 매우 경건한 장면 속에서 각 인물은 모두 고요히 각자의 상황에 굳어 있는듯 보인다.
한스 멤링의 <두 천사와 함께 있는 성모자>이다. 1480-1490년. 성모님은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에 앉아 있는데 밀폐된 정원에 대한 암시로, 그녀의 영원한 처녀성을 상징한다. 그녀는 천사의 손에서 사과를 가져 오는 그리스도의 아이를 안고, 원래 죄의 구원에 대한 분명한 암시를 가지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두 번째 천사가 악기를 연주한다. 이 구성은 스승인 로히텐의 모델에서 파생되었으며 천사와 함께 하는 성모의 플랑드르 주제의 또 다른 예다. 그러나 여기서 풍경의 섬세한 처리는 그 작품에 특별한 매력을 준다. 이것은 멤링의 성숙기 작품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