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버스는 리무진인데다 길이 좋은 편이라 꾸스코에 올 때보다 다들 편안하게 이동했다. 동행하신 내과의사가 처방해 준 멀미약을 다들 먹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전에 호텔에 짐을 풀고 조금 쉰 후 남미에서 가장 넓은 호수이자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띠띠카카호수로 갔다. 띠띠는 퓨마를 카카는 호수를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띠띠하하라고 발음한다. 해발 3812m나 되는 고도여서 2시간 반이나 배를 타고 가서 530계단을 올라가야만 하는 따낄레섬 투어는 우리 팀에게는 무리였다. 우리는 가까운 우로스섬 투어를 하기로 했다. 우로스섬은 갈대로 만든 인공섬으로 이 호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호전적인 잉까 제국의 침략을 피하기 위해 우로스 부족이 호수로 들어가 갈대의 뿌리를 물 위에 띄우고 그 위에 갈대 줄기를 교차로 덮어 섬을 만들었다고 한다. 갈대가 썩기 때문에 우기에는 1주일에 1번, 건기에는 1달에 1번 새 갈대를 덮어 준단다. 느린 동력선을 타고 30분 정도 가니 갈대가 무성한 수로가 나왔다. 40개 섬 중의 하나를 방문했는데 우리 가이드의 집이었다. 아버지는 선장을 아들은 가이드를 엄마와 딸은 물건을 팔고 갈대배의 노를 젓고 할머니는 사진 모델이 되어 주는 등 분업화 되어 관광객을 받고 있었다. 아들이 영어를 할 수 없었다면 이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섬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우로스섬의 바나나인 갈대줄기를 먹어보았는데 맛은 좀 그랬다. 옵션으로 갈대배를 탔는데 인원이 많았는지 두 여인이 애처롭게 노를 저어도, 우리 일행 남자들이 노를 저어줘도 배는 먼 호수로 밀려날 뿐이어서 옆 섬의 배가 와서 우리를 옆 섬으로 밀고 갔다. 민예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물건이 조잡해서 살만한 것은 없었다. 돌아오다가 우리 동력선이 그만 고장이 나고 말았다. 다행히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의 배가 와서 우리 배를 묶어서 무사히 항구에 도착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 주변 광장에서 공연도 하고 있고 인디오의 민예품 시장이 있었다. 손뜨게로 판쵸, 티셔츠, 모자, 장갑 등을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돈만 있으면 무한정 사고 싶었다. 대장님께 환전을 해서 판쵸와 모자 장갑을 구입했다. 아직도 여행이 많이 남아 있어 짐무게를 늘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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