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몽골(2013.07.27-08.14)

차강 소부라가

boriburuuu 2016. 3. 6. 23:40

 아침산책을 나섰다. 엊저녁에 이곳을 돌아보며 붙였던 바위의 이름을 열거하며 설명했다. 저기 오른쪽에는 푸들바위와 삼형제바위가 있고, 왼쪽에는 여의주바위, 거북바위, 스핑크스바위, 두꺼비바위가 있어요. 그들도 나의 설명에 동의하며 정말 기묘하게 생긴 바위가 많다고 찬탄을 금치 않았다. 

<이흐 가즈링 촐로의 끝없는 아름다운 풍경> 

  2명은 할 일이 있다며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다른 일행 2명과 함께 제일 앞에 있는 바위 정상에 올라갔다. 너무 높고 큰 바위라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으나, “두드리면 열린다.”라는 말처럼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 정상에서 사방을 돌아보니 밑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이흐 가즈링 촐로 풍경>

 

<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이흐 가즈링 촐로 숙소 부근 풍경>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룸메이트인 편한세상이 나와 함께 사진을 남겼다.










 숙소로 돌아오니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소시지 2개, 계란 부침 1개, 홍차 1잔, 빵이 전부였다. 당초 계획에 "아침은 각자가 해결한다" 고 했었으나, 간단하나마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곧바로 차에 올랐다(08:30).

 

<일행에게 작별인사를 나온 전통복장을 한 몽골 여인> 

 1호차가 선두에서서 어제 오던 길을 되돌아 나가더니,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바위들 쪽을 향했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 갔던 곳을 넘어서 차를 세웠다. 그곳에서 대장이 쑥과 같이 생긴 풀을 가리키며, 이 풀은 스치기만 해도 쓰리고 아픈 독초이므로 주의하라고 했다. 또한 일행 중에 지질학을 전공한 분이 있어 사막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지질학적으로 “고비사막이란  비와 같이 그곳에 들어오는 수분 량보다 증발되는 량이 많은 곳”을 말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막이라고 하면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없는 모래밭을 상상하지만 이와 같은 사막은 세계에서 30%정도밖에 안되고 70%이상이 자갈이 있고 풀이 자라는 사막, 즉 고비사막이란다.나도 고비사막이 지역의 이름인줄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설명이었다. 이곳 몽골의 사막을 고비사막이라고 하는 것도 자갈이 있고 풀이 자라기 때문이고 또한 여기의 바위들은 사암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화강암으로 오랜 풍화작용을 거친 것이란다. 지금 이처럼 바위가 남아 있는 것은 1억년쯤 된 것이고 2억년이 되면 모래가 되어 버린다고 하니 100년도 못사는 인생이 무한할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인간들이 얼마나 덧없고 어리석은지.  

 일행은 바위 중턱에 있는 동굴을 찾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길이가 5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차를 타고 500m쯤 가서 야외공연장을 찾았다. 차에서 내려 200m쯤 걸어가니 동, 서, 북쪽이 바위로 막혀 있고 남쪽만 탁 트여 있는 곳에 야외공연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 방향이 자연적으로 방음장치가 되어서 공연장으로는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몽골민속이 여름 성수기에 공연된다고 했다. 

<이흐 가즈링 촐로의 조그마한 동굴>


 

<동굴 앞에서 바라본 이흐 가즈링 촐로 모습> 

<이흐 가즈링 촐로의 야외 음악당 근경>

 반시간쯤 달리다 차를 멈췄다. 언덕 위에는 이곳에서 태어난 몽골 가수가 불렀다는 몽골어로 쓴 노래비와 오보가 있었다. 멀리에는 인도의 고대 유적지 같은 이흐 가즈링 촐로가 일행을 환송하고 있었다. 일행은 휴식을 취하며 추억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몽골은 넓은 초원에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길이 패였거나 물이 고인 곳은 길이 아닌 초원을 달렸다. 이곳은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가면 그곳이 곧 길인 것이었다.

 

<초원 언덕 위의 오보와 노래비가 보이는 풍경> 

<이 지역 가수가 불렀다는 노래비(몽골어 노래비)>







<노래비에서 본, 뿌리를 내린 듯한 구름 모습>

 





























 새로운 길을 만들며 달리자 진한 허브향이 코를 찌른다. 가만히 있을 때는 향기가 별로 나지 않았으나, 차나 사람이 밟으며 지나가면 향이 진한 것은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원 곳곳에는 가축을 기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곳 기후는 종잡을 수 없었다. 땅이 넓기도 하지만, 푸른 하늘에 갑자기 검은 구름덩어리가 생기면 바로 소나기가 퍼붓는다. 그러나 10분쯤 지나면 구름은 물러가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햇살이 비쳤다.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에 풀을 뜯으며 이동하는 염소들>





<말을 타고 염소를 기르는 목동과 1호차 기사의 대화하는 모습> 

  일행은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13:40). 운전기사 등이 시킨 식당 건물의 그늘을 햇살막이로 가스 불을 붙였다. 오늘의 메뉴는 누룽지였다. 누룽지가 끓어서 불을 끄고 반찬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룽지를 미리 불리지 않았기 때문에, 쫀득거리는 맛은 있었으나 잘 씹히지 않았다. 1호와 3호차 기사에게 조금씩 주었더니 그들은 잘 먹지 못했다. 

 

<점심을 먹은 곳의  우유통을 끌고가는 거리 풍경>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15:15). 마을에서 500m쯤 갔을 때, 도로 옆 초원 1정보 이상이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도 있는지 들개가 뒤지기도 했다. 마을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 웬 쓰레기는 저리도 많을까. 사막의 오아시스에는 커다란 나무가 여러 그루 자랐고, 가축에게 먹일 우물과 물 먹이는 구유가 있었다. 우물에는 물이 조금 고여 있었으나, 구유는 바짝 말라 있었다.  




<차강 소브라가로 가는 길에서 본 오아시스가 있는 풍경> 

<오아시스의 가축에 물을 먹이는 우물과 구유 모습> 

  조금 달리다 언덕에 동굴이 있다며 차를 세웠다. 일행은 안내자를 따라 언덕에 올라 동굴 앞에 섰다. 동굴은 50m쯤 되었으나 불이 없었다. 차에서 내릴 때 불을 준비하라고 했으면 전등을 가지고 왔을 텐데. 앞장선 기사를 따라 굴을 엉금엉금 기어  스마트폰의 불을 켜고 가는 앞 사람과 함께 끝까지 통과했다. 동굴은 처음 10m는 기어서 들어가야 하나 거기서부터는 고개를 숙이고 갈 수 있었다. 주위의 흙을 보니 마치 옹기를 굽는 진흙처럼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동굴이 있는 곳의 지형과 지질>

  차를 타고 조금 가자  서북쪽을 가리키며 “그랜드캐넌” 같다고 소리친다. 일행은 그 언덕 위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언덕 서북쪽은 평평하였으나, 남동쪽은 낭떠러지이고 넓은 들판이 보일 뿐이었다. 남쪽 끝에는 오보가 있었다.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이곳은 옛날 바다 속에 잠겨 있던 곳이라 해양화석과 조개껍질이 많이 나온 곳이었다. 고대 암석화도 있는 올랑 소브라가 동쪽 20Km에 있는 차강 소브라가(Tsegaan Suvraga)는 높이 30m의 하얀 석회암 지층이었다. 차강 소브라가는 “하얀 불탑”이란 뜻이란다.

 

<차강 소브라가 언덕 위에 있는 오보, 뒤의 검은부분은 낭떠러지임>  

 일행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곡을 따라 힘겹게 내려가자, 멋있는 광경이 눈을 즐겁게 했다. 마치 고대 유럽의 유적지 기둥 같기도 했고,  미국의 그랜드 캐넌인 것 같기도 한 풍경이 나타났다. 하루 종일 짚차를 타고 고생스럽게 사막을 헤메고 다녀도 아름다운 몽골의 자연에 우린 그저 행복해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다 숙소에 도착(16:40)했다.


<차강 소브라가의 물탑 같은 멎진 풍경 1>






















<차강 소브라가의 물탑 같은 멎진 풍경 2, 일행이 내려온 계곡>



<물탑 같은 멎진 풍경 3>

  어제는 대부분의 게르에 4개의 침대가 있었으나 오늘은 3개의 침대가 놓여 있었다. 따라서 조별로 배정하지 않고 2~3명씩으로 적당히 배정했다. 3조에서는 나만 떨어져 다른 분들과 같은 게르에 묵게 되었다. 해가 아직 중천에 있었으나 허허벌판의 사막이라 어디 가볼만한 곳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사방이 끝없는 지평선이며 사막에서만 자라는 허브만이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으나, 동남쪽에는 흰 뭉게구름이 몇 개 두둥실 떠있을 뿐이었다. 구름이 가린 땅은 그늘이 졌고, 다른 곳은 햇볕이 쨍쨍 내려쬐고 있어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제처럼 이곳에도 샤워장이 있으나 사막이라 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 적게 나오는 물을 받아 간단하게나마 샤워를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해넘이 사진을 몇 장 찍었으나 좋지 않았다. 

<차강 소브라가의 숙소에서 본 해넘이> 

 저녁은 다른 일행이 먹고 난 후, 천천히 식당(큰 게르)에 가서 먹었다. 

 헤어질 시간에는 하늘을 가렸던 흰 구름은 모두 자러가고, 별들만이 모여서 불을 밝히고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도 곳에 따라 소나기가 왔으나, 용케도 일행은 우산을 펴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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