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80Km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가는 날이었다.
어느 게르에 가던지 숙소에서 저녁과 아침 두 끼를 주었다. 일행은 당초 하루에 두 끼를 자체해결 하는 줄 알았는데, 매일 점심만 해결하면 되므로 그만큼 부담이 적어졌다. 일행은 욜링암 게르 직원들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09:10). 여기는 사막이나 수분이 다른 곳보다 많은지 풀의 키가 제법 컸다. 마치 초원이 수확전의 보리밭을 보는 듯 했다.
<게르 화장실 위에 세워진 미니 풍력발전소>
<전통복장을 입은 몽골여인의 환송을 받으며>
2시간쯤 달려 넓은 초원의 조그만 언덕위에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나무 한 그루 없고 어디 몸을 숨길만한 곳도 없는 곳이라, 차를 중심으로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에서 볼일을 봤다. 아마 앞으로도 몽골의 초원에 거름을 주는 일이 자주 있을 것 같았다.
<알타이산맥 끝자락에 초원이 있는 풍경>
기사는 성격이 차분하여 차를 조심스럽게 운전을 잘했다. 하지만 바퀴 바람이 많은지 요철이 심한 곳에서는 톡톡 튀어 시속 10Km이내로 운전해야 했다. 특히 오늘의 여행길은 지질과 바람 등의 환경 때문인지, 요철이 유난히 심했다. 더구나 가끔가다가 시동이 꺼지기도 해서, 다른 차들은 모두 우리 차를 앞질러갔다. 따라서 뒤늦게 일행이 쉬고 있는 홍고링 엘스에 닿았다.
<홍고링 엘스로 가는 길 주위 풍경 1>
<홍고링 엘스로 가는 길 주위 풍경 2>
<홍고링 엘스로 가는 길 주위 풍경 3>
홍고링 엘스(Khongoryn Els)는 몽골 내에서도 아주 웅장하고 큰 규모의 모래언덕이었다. 모래가 바람에 날리거나 눈사태처럼 내려앉을 때 내는 소리 때문에 “도트 망항(Duut Mankhan, 노래하는 모래언덕)”이라고도 불렸다. 이곳은 높이 100~300m, 넓이 12Km, 길이100Km이고, 가장 큰 모래언덕은 북서쪽 모퉁이에 있었다.
현재 우리가 쉬고 있는 곳이 바로 가장 큰 모래언덕이었다. 하천은 말라 있었지만, 바로 앞에서부터 높고 가파른 모래언덕이 시작되었다. 일행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유목민 게르를 방문했다. 게르는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팀을 나누어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아주머니가 말 우유와 치즈 등 먹을거리를 가지고 왔다. 맛을 보니 말 우유는 신선한 것이 좋았고, 치즈는 딱딱하면서도 짜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목민 게르 내부모습 1>
<유목민 게르 내부모습 2>
<일행이 돌아본 유목민 게르 외부 모습>
그 유목민은 여러 마리의 낙타를 기르며 관광객을 태워주었다. 일행은 이번에도 팀을 짜서 돌아가며 낙타타기를 했다. 멀리 갔다 오는 것이 아니라 게르 주위 1Km정도를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전에 낙타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처음 타는 사람은 낙타가 일어설 때와 앉을 때 주의를 요한다고 설명했다. 몽골의 낙타는 단봉이 아니라 모두 쌍봉이었다. 안장이 놓여 있지만, 쌍봉 사이에 앉는 것이므로 낙타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낙타의 건강과 영양이 좋고 나쁜지는 혹(봉)을 보면 안다고 했다. 좋은 것은 혹이 크고 반듯하지만, 좋지 않은 것은 혹이 작고 축 늘어지기도 한단다.
<낙타타기를 하는 일행 1>
유목민 게르 방문과 낙타타기가 모두 끝나자, 10분쯤 차를 달려 사막에서 물이 흐르는 하천을 구경하고, 숙소인 게르에 도착(18:00)했다.
<모래사막인 홍고링 엘스 하천에 물이 흐르는 모습>
여기는 점심을 먹은 곳보다 초원을 많이 걸어가야 모래언덕이 시작되었다. 숙소 앞에 풀이 있는 사막을 15분쯤 걸어가자 조금 전에 보았던 하천이 나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물이 흐르지 않았다. 이곳이 오아시스이긴 하지만, 물이 흐르는 곳은 약 4Km에 불과한 것 같았다. 하천은 대부분 단층으로 급경사여서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하천을 건너자, 풀이 드문드문 자라기 시작하는 모래언덕의 시작이었다. 20분쯤 오르자, 급경사의 모래언덕이 시작되었다. 물론 풀 한포기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서 모래가 날려간 곳은 발이 빠지지 않았으나, 모래를 쌓아놓은 곳은 발목까지 쑥쑥 빠지기도 했다. 다시 15분쯤 오르자 목적지로 정한 정상에 올라섰다.
아래에서는 바람이 살짝 불었으나, 모래언덕 정상에 오르니 엄청 세게 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전후좌우가 모두 높고 낮은 모래언덕이었다. 남쪽 알타이산맥에는 비가 내리는 것 같았으나, 여기는 햇빛이 비쳤다. 바람이 불어 날려 온 모래가 얼굴을 때렸다. 바람소리와 함께 모래가 날리는 소리가 휘파람 같았다. 입을 꼭 다물고 올라왔는데도 입 안은 모래로 서걱서걱 소리가 났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했던가. 오늘 여기에 사진기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석양의 아름다운 모래사막 풍경을 담을 수가 없었다. 다만 함께한 분의 사진기에 나의 얼굴을 내밀기만 했다. 이렇게 멋진 장면을 사진기에 담지 못하는 마음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허전한 마음을 가슴에 안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올라오는데 50분쯤 걸렸으므로, 내려갈 때는 40분정도 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려가야 저녁시간을 맞출 것 같았다. 우리는 언덕에서 모래썰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 오지 않은 사람은 모래언덕의 진미를 알지 못하리라. 모두 모래언덕에 오기를 잘했다고 한 마디씩 했다. 돌아오는 길은 오를 때의 발자국을 따라서 쉽게 내려왔다.
염소들과 사진을 같이 좀 찍으려하니 왕초인 듯한 이 검은 염소가 으르렁가리며 위협을 하는데 일정 거리만 유지하면 아무말하지 않았다. 짜식 머리는 좋구먼. 염소 답지 않게.
벌개미취 언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와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 반응이 폭팔적이었다. 하긴 사진이 귀한 사람들이니.
일출을 보기 위해 사막을 기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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