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몽골(2013.07.27-08.14)

욜링암을 돌아보며

boriburuuu 2016. 3. 6. 23:43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잠을 깼지만 침대에서 꾸물거리다 밖으로 나오니 해가 뜨고 있었다. 구름이 끼어서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볼만했다. 아침은 숙소에서 준비했는데, 몽골식인 양고기 백반과 미역김치가 주였다. 아침에 백반이 나온 것은 일행 중 한 분이 사워시설에 물이 잘 안나온다며 금 일봉을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행하는 사람이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기부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업하는 사람이 월급쟁이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사 후, 게르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강 스브라가를 떠났다(08:30). 

<차강 소브라가의 일출 >



어제 저녁 벌레의 습격을 받은 나는 게르가 아니라 이런 숙소였으면 어땟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작고 예쁜 방갈로네.




<차강 소브라가의 숙소인 게르를 배경으로> 



(한분의 값진 기부의 답례로 나온 아침)

 오늘 목적지는 으믄고비 아이막의 욜림암(옐링암)이었다. 으믄고비(남 고비)는 몽골에서 가장 면적이 큰 아이막이며, 인구밀도는 1Km당 0.3명으로 매우 낮았다. 연 평균 강우량은 130mm이며, 여름 평균 기온은 섭씨 38도란다. 이 지역의 경제는 관광과 광업이었다. 여기에 일행이 3일간 머물 관광지(욜링암, 홍고링 엘스, 바양작)가 있었다. 또한 항복드 솜(우리나라의 군)에 엄청난 양의 구리와 금이 묻혀 있다고 했다. 

 어제까지는 초원에 말, 소, 양, 염소 등의 가축이 풀을 뜯고 있었으나, 오늘은 낙타가 보이기 시작했다. 목동들은 대부분 말을 타거나 걸어서 가축을 몰고 있었으나, 오토바이를 타는 목동도 있었다. 현대화의 물결이 이곳에도 밀려온 것 같았으나,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낙타 수 백 마리가 웅덩이의 물을 마시고 있었다.

<으믄고비의 낙타들> 

<초원에서 낙타가 풀을 뜯다 쉬는 시간을 이용> 

<물을 마시러 웅덩이에 도착한 낙타들 모습>






이렇게 많은 낙타를 한꺼번에 만난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깨끗한 쌍봉 낙타들이다. 신기헤서 카메라 셔터가 자꾸 눌러진다.





가축은 많고 물을 부족하다보니 한참씩 순서를 기다려 가축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그 나름의 질서가 있는 듯하다.

<순서를 지키며 말과 낙타에게 물을 먹이는 목동들>

  비포장도로를 5시간동안 달리자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멀리 달랑자드가드(Dalanzadgad)시가지가 보였다. 이곳은 으믄고비 아이막의 주도로 사막 속의 작은 문명사회였다. 일행은 시내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달랑자드가드 공항 옆 초원에서 점심을 먹었고, 기사들은 시내에 나가서 먹고 왔다. 나와 편한세상은 매식을 하기로하고 아예 취사 준비를 안해왔기 때문에 밥 먹을 때마다 기사들을 따라 다녔는데 식당이 없어 애를 먹었다.

 차는 다시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어 풀이 자라는 모래언덕을 넘어 알타이산맥 끝자락에 있는 욜링암(Yolyn Am, 독수리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오른쪽 건물은 “자연박물관”으로 공룡알과 뼈를 비롯해서 박제한 산양, 눈 표범, 검은 꼬리 가젤, 아르갈리양 등이 있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계곡을 달렸다. 계곡 끝자락부터 이곳의 특산물인 누운 향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언덕 위에는 독수리 계곡이라는 문이 있으며 언덕을 넘어가자 주차장과 승마장이 있었다(17:30).

 

<욜링암의 누운 향나무 군락지> 

  일행에 비해 말의 수효가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가 37명이나 되니 이 조그만 마을에 말을 다 동원해도 20마리도 채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자들만 말을 타고 들러가기로 했다.  여기는 사막임에도 오아시스라 개울에는 맑은 물이 졸졸 시원하게 흘렀으며, 계곡 옆에는 조롱(사막의 쥐)이 굴을 파고 살고 있었고, 찍기 어렵다는 쥐토끼도  사진기에 댬았다. 조롱과 쥐토끼은 여름에 열심히 풀을 굴에 운반해서 쌓아놓고, 겨울 양식을 한다고 했다. 조롱과 쥐토끼가 많기 때문인지 그것을 먹이로 하는 매가 눈에 띄었다.

 

<약삭빠른 사막의 쥐(조롱) 모습>

  승마는 계곡을 따라 약 2Km까지였다. 일행과 천천히 걸어 1Km쯤 갔을 때, 여자들이 말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앞에는 마부가 고삐를 잡고, 말을 탄 사람은 그저 안장에 앉아 있기만 했다. 마부 중에는 11살짜리 소년도 있었다. 승마가 끝나는 곳에는 오보가 있었다. 일행은 모두 말에서 내리고 마부들은 말을 타고 쏜살 같이 주차장으로 내달았다.

 


<욜링암 계곡에 말을 타고 내려오는 일행>














<몇마리 안되어 분란을 일으킨 말들>





<승마장이 끝나는 곳에 있는 오보와 주위 풍경>

 

  거기서부터는 말을 탔던 사람과 합쳐져 함께 걸어서 계곡을 내려갔다. 개울의 물줄기는 넓어졌으며, 계곡은 점점 좁아지면서 양쪽으로 웅장한 바위가 하늘을 가렸다. 지금은 한 여름이라 얼음이 모두 녹았지만, 가을부터는 얼음이 있는 “얼음계곡”이란다. 7월까지 얼음이 있다고 하니, 이곳이 얼마나 시원한 곳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욜링암의 웅장한 바위가 있는 풍경> 

 5분쯤 걸어가자 이곳 특산품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주로 누운 향나무로 만든 조각품과 가축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것들이었다. 그곳에서 물건을 구경하며 산천을 보고 있는데, 일행은 다시 5분을 더 내려갔으나 특별한 것이 없어 그곳에서 욜링암 관광을 마무리 짓고 돌아왔다.  

<욜링암 얼음계곡에서 특산품을 파는 가게의 물건들>

 여기에서 말을 타고 얼음계곡으로 가려고 생각한 남자 8명은 앞에 서서 기다렸으나 여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바람에 계곡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온 분 중 한 여자분이 우겨서 오토바이를 타고 남편을 들어가게 하는 바람에 출발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다. 몽골은 가로등도 없어 어두워지면 별을 보고 길을 찾아가야하는 곳이어서 캄캄해진후 어려움이 있었다.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했다. 일행은 승마장 주차장을 나와 욜링암 숙소로 오는 길에서 구름이 끼어 더 아름다운 저녁 놀을 보고, 게르에 도착(21:10)했다. 모두 게르를 배정 받고 숙소에서 준비한 저녁을 먹었다(21:40).


<구름이 끼어서 더 아름다운 저녁 놀이 있는 풍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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