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몽골(2013.07.27-08.14)

자르갈랑트를 돌아보며

boriburuuu 2016. 3. 6. 23:59

일찍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차강호와 붙어 있는 숙소 오른쪽 바위언덕을 올라갔다. 정상에는 몽골 국기가 세찬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가운데, 언덕 아래에서 일행 2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누가 국기를 달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여기가 국립공원이므로 공원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할 것 같았다. 어쨌든 보기 좋았다.

차강은 우리 말로 희다라는 뜻이고 노르는 호수이니 하얀 호수라는 뜻인데 정확히는 테르킨 차강노르다. 차강노르가 여러곳에 있기 때문에 테르킨에 있는 차강노르라는 것이다. 몽골링들은 흰색을 길한 색으로 여겨 우리의 설날같은 명절은 흰달이라 칭한다고 한다. 재미 있는 것은 여자를 흰사람이라 하고 남자는 검은 사람이라고 한다는데 생산과 번영을 길하게 여기는 모계사회적 특성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보니 앙까의 말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대부분의 리더가 여자라고 했다. 우리가 이용하는 여행사도 사장은 여자이고 기사나 직원들은 남자들이다. 아침을 빵과 비스켓과 김밥, 미역국 등으로 해결한다.

식사를 마치고 자유시간이 주어져 호수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가 100Km에 불과했다. 비포장도로이고 길이 험하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차강호 주변을 돌아보고,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은 다음 4명이 숙소 서쪽 언덕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차강호를 따라 난 길을 가다, 언덕으로 접어들자 들판 전체가 야생화 밭이었다. 엉겅퀴를 닮은 보랏빛 꽃, 야생부추, 패랭이꽃 등이 끝없이 피어 있었다.  

언덕 정상부근에 이르자 에델바이스가 엄청 많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키 작은 야생화들이 즐비했다. “이것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언덕 정상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너무나 황홀했다. 눈으로는 잘 보였으나 사진기로는 3분의 1도 담기 어려웠다. 자연이 아니라면 어느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과 호수가 있는 경관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우리를 가이드해준 앙까와 한장의 사진을 남긴다. 한국말이 비교적 능숙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려오는 길에 놀러온 몽골인 가족들을 만났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으나 서로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참, 여기에서 바위에서 내려오다가 왼쪽 네번째 발가락을 접질리고 말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병원에 갔더니 뼈에 금이 간거란다.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맨소래담과 안티플라민을 발라가며 열심히 다녔다.

  짐을 정리한 후, 숙소를 출발(13:00)했다.  

 

 차강노르를 따라 가는 길의 경관은 지금까지 본 어느 곳보다 좋았다. 호수를 벗어나자 제법 큰 산이 나타나며 러시아 낙엽송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도 고사목이 많았다. 경관은 사진에서 본 스위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르갈랑트까지는 짧은 거리였지만 4시간이나 걸려 도착(17:00)했다. 평균 시속 25Km로 달려온 셈이었다.

 이곳의 숙소는 커다란 나무가 자라는 초원의 게르였다. 게르 밖에는 보라색 라벤더가 만발해 있어 급 기분이 좋아졌다. 꽃과 함께 사진을 찍어본다.



게르 윗산에는 정말 야생화 천지였다. 이렇게 많은 에델바이스를 볼 줄이야.


 여기도 몽골에서는 유명한 온천 지역이었다. 숙소가 정리되고 나서 땀을 씻기 위해 샤워장으로 갔다. 안에 들어갔더니 벌써 많은 일행이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샤워장의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이 많았다. 대강 몸을 씻고 앞에 있는 노천탕으로 나갔다. 노천탕 옆과 바닥을 자연석으로 쌓은 것은 쳉헤르 온천과 마찬가지였으나, 수온은 그곳과 달리 적당했다. 온천에서는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으며 양쪽에 노천탕을 만들고 복판에 나무가리개를 설치하여 남녀를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