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몽골(2013.07.27-08.14)

흡스글 호수를 바라보며

boriburuuu 2016. 3. 7. 00:00

오늘은 흡스글 호수까지 320Km를 달려야 했다. 비포장도로를 가다가 중간에서 포장도로를 경유하여 다시 비포장도로로 가야하는 일정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났으나, 주위를 돌아보는 산책을 포기하고, 점심을 준비하며 짐 정리를 했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출발했다.

 

  일행은 예정대로 숙소를 출발(07:00)해, 1시간 반쯤 달려 휴식을 취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여자들이 차 오른쪽으로 볼일 보러 가자, 남자들은 왼쪽으로 갔다. 그 때 안내자(가이드)가 왼쪽에서 볼일을 보지 말라고 했다. 왼쪽 언덕 밑에는 돌로 정사각형모양의 경계표시를 하고, 네 귀퉁이에는 좀 큰 돌을 세웠으며, 복판에는 나지막한 돌무더기가 있었다. 그곳에서 좀 떨어진 좌우에는 커다란 돌무더기들이 여러 개 보였다.

 


<돌로 정사각형으로 경계를 표시하고 네 귀퉁이에 좀 큰 돌을 세운 왕족 무덤>

 

<드문드문 보이는 커다란 돌무더기인 귀족들의 무덤들> 

  일행이 모두 모이자 안내자가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는 몽골 북부지방에 해당하는데, 왼쪽에 있는 돌무더기들은 2000~3000년 전에 만든 무덤들이어요. 정사각형으로 경계를 만들고 네 귀에 돌을 세워놓은 것은 당시 이곳 왕과 왕비 등 왕족의 무덤이지요. 저기 경계가 없는 큰 돌무더기도 무덤인데, 당시 귀족들의 무덤이고요. 그 때는 서민은 별도의 무덤을 만들지 않고, 조장과 풍장을 했어요.”라며 설명을 마쳤다. 조장이나 풍장을 한 것은 자연에서 온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할 때, 무덤을 만드는 것보다 어쩌면 더 합리적인 것 같았다. 

<왕과 왕비 등 왕족들의 무덤들>

 휴식을 마치고 북쪽으로 올라가며 언덕을 넘고 있는데, 올 여름 수해로 도로가 엉망이었다. 진흙이라 미끄러지기 때문에 기다시피 살금살금 내려가고 있었다. 그 때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나, 서양인 8명이 자전거를 끌거나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여자도 2명 있었다. 도대체 저들은 며칠간의 일정으로 어디어디를 다니는 것일까.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북쪽을 향해 계속 달렸으나, 처음 가는 사람은 거기가 거기 같았다. 푸른 초원, 언덕과 나무가 있는 산, 풀을 뜯는 가축, 하얀 게르, 작은 시냇물 등 비슷한 풍경이었다. 고비사막도 나무가 거의 없고, 풀이 적었으며, 끝없는 지평선 및 가축은 달랐으나 욜링암이나 홍고링 엘스, 바양작처럼 특별한 곳이 아니면 너무 비슷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무릉을 거쳐 흡스글로 가는 길에서 본 초원 풍경 6>

<무릉을 거쳐 흡스글로 가는 길에서 본 초원 풍경 8>

 

<무릉을 거쳐 흡스글로 가는 길에서 본 초원 풍경 >

  일행은 시냇물을 건너 초원 위에서 다시 휴식을 취했다. 시냇가 도로 옆에는 죽은 염소의 가죽과 뼈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다리뼈는 여기저기 흩어졌고, 갈비뼈만 그대로 남아 있는 것에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냇물 양편에서 염소와 양이 평화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산 놈은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시냇가에는 라벤더가 척박한 작은 돌틈에서도 억척스럽게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죽은 염소의 잔해와 풀을 뜯는 염소와 양들>

 

<도로옆 시냇가의 척박한 토지에서 꽃을 피운 라벤더> 

 “산 위의 오보”에서 휴식을 취한 일행은 무릉 시가지를 건너다보며, 무릉강 가에서 점심을 먹었다(13:00).  

 일행은 시원하게 달리다 오보와 구조물이 있는 흡스글 아이막 입구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보는 길 위의 높은 곳에 있었으나 구조물은 도로 옆에 있었으며 흡스글을 대표하는 연어와 철새를 표시한 것이었다.  

<포장도로 옆 초원을 신나게 달리고 있는 말들>

 

<흡스글 아이막의 상징인 흡스글 호수의 "오물(연어)" 구조물>

 

<흡스글 아이막의 또 하나의 상징인 흡스글 호수 철새 구조물> 

<연어와 철새 구조물이 있는 도로 언덕 위에 설치된 오보 모습> 

 하트갈 입구에서 다시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어 하천을 건너 달렸다. 산을 넘고 초원을 가로지르자, 이내 우리의 숙소인 여행자 캠프가 나타났다(17:00). 여기의 17시는 한낮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일행이 도착했어도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도착하기 무섭게 직원들이 반가운 인사를 하며 짐을 날라 주었었다. 경적을 울리고 나서야 직원들이 나타났다.  

<흡스글 호수 시작 지점과 멀리 보이는 하트갈 시가지 모습>

 

<일행의 숙소인 몽골 달라이 투어리스트 캠프 정문> 

 오늘 숙소는 4인 1실이었다. 그런데 흡스글 호수가 가까운 낮은 곳은 젊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나이 든 사람은 모두 언덕 중턱에 있는 숙소를 배정 받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 그는 오르내리기가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복불복이 아니겠는가. 누구나 여기에 처음오기 때문에 이곳 상황을 알 턱이 없을 것이므로. 

 이곳은 추운지역이므로 나도 겨울옷으로 바꿔 입었다. 숙소 앞에 있는 장작을 한 아름 안고 난로 옆에 가득 채우니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에 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김장을 하고 나뭇가리를 크게 만들면 훈훈해 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해가 있음에도 호수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좋았다. 특히 흡스글 호수 첫머리에 자리 잡은 숙소이기에 전망마저 아주 좋았다. 호수 건너편에는 다양한 여행자 숙소가 보였고, 언덕 위에 올라서면 호수 너머로 빨갛고 푸른 지붕의 하트갈 시내가 멀리 내려다 보였다. 또한 숙소에서 언덕으로 몇 발자국만 나가면 온통 할미꽃 홀씨들이 따뜻한 햇볕에 영글고 있었다. 







  










 저녁식사 메뉴는 쇠고기 스프, 빵, 잼, 버터, 야채, 닭고기 가슴살 그리고 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