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몽골(2013.07.27-08.14)

흡스글 호수 주변을 돌아보며

boriburuuu 2016. 3. 7. 00:02

  드디어 점심을 먹을 시간(13:30)이었다.

 허르헉은 염소 한 마리를 잡아 테이블마다 한 접시씩 놓고, 내장은 큰 그릇에 놓고 공동으로 먹도록 했다. 그러나 먼저 온 팀이 내장 중 맛있는 것을 모두 가지고 가고, 기름 등 맛이 없는 것만 남겨놓아, 늦게 온 팀은 내장 맛을 보지 못했다. 이런 곳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필요한 것 같았다.

 오후에는 순록을 보러 다시 3호차를 타고 호수 동쪽으로 달렸다. 순록은 차탕족이 기르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러 가는 줄 알았다. 차탕족은“순록을 따라 다니는 사람들”이란 뜻인데, 이들의 생존수단은 순록이다. 그들은 순록을 통해 우유와 고기를 얻고,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뿔은 조각이나 약용으로 사용되고, 교통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순록을 보러 가기 위한 호수 동부지역 풍경 1>

 

<순록을 보러 가기 위한 호수 동부지역 풍경 2>

 

<순록을 보러 가기 위한 호수 동부지역 풍경 3>

 이들은 몽골 북부의 타이가지대에 흩어져 사는데, 2~3주마다 순록이 좋아하는 풀과 이끼를 찾아 아일(Ail)이라는 야영지를 이리저리 옮기는 전형적인 유목민이다. 차탕족은 게르를 사용하지 않고 인디언들의 “티피”와 비슷한 “오르츠(Orts)를 사용한다. 오르츠는 전에는 자작나무 껍질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캔버스 천으로 만든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샤머니즘을 맹신한다고도 했다.  

 숙소에서 호수 동쪽을 따라 30분을 채 가지 않아서 차들이 멈췄다. 거기에는 게르가 여려 채 있었는데, 몽골 경찰관들이 나와 있었다. 안내자가 그들과 몽골말로 대화하더니, 일행을 안내하여 게르 뒤쪽으로 갔다.“얼마 전 몽골의 정권이 공산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꿔졌는데, 오늘 민주당 몽골서부지구단합대회를 이곳 게르에서 개최한다고 했다. 이 행사에 몽골 국회의장이 참석하기 때문에 경찰관이 경비를 선다.”고 설명해 주었다.

 

<경찰차와 경비를 하는 경찰관>

 일행은 사슴목장 주인의 안내로 게르 뒤에 있는 목장으로 갔다. 거기에는 철망 울타리로 만든 넓은 목장에 사슴종류의 가축이 여러 마리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것이 순록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엘크였다.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안쪽에 있는 또 하나의 철책울타리가 쳐진 큰 목장에서 엘크보다 작은 것이 나타났다. 일행 중 “저기 순록이 있다”라고 소리치자, 모두 그쪽으로 눈과 발을 돌렸다. 게르 쪽에는 차탕족이 사는 오르츠가 한 채 있었으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볼 수가 없었다. 

<엘크 목장 풍경 2> 

 <엘크 목장 풍경 5> 

<엘크 목장 풍경 6> 

 <엘크 목장 풍경 7>

  일행들이 순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난 다음, 나도 천천히 순록을 촬영했다. 순록은 사슴이나 엘크보다 검은 빛이 도는 털을 가졌으며, 이곳 목장에는 새끼와 두 마리가 있었다. 이곳은 순록이 살기에 더운 곳이라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이 목장에 있는 순록은 활기차 보여 기분이 좋았다. 저것이 크리스마스카드에서 썰매를 끌던 순록이라고 생각하니, 친근감이 더해졌다.


 <순록 목장 풍경 >

  그러나 차탕족이 사는 마을의 순록이 아니고, 몽골족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본 것이라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번에는 그저 순록을 보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순록은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행 중에는 준비한 사람이 없었으니 먹이를 줄 수가 없었다. 숙소를 떠나 여기에 오기 전에 “순록의 먹이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정보를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행이 숙소로 돌아오니(16:30) 아직 한 낮이었다. 이제부터는 자유시간이라 락규는 모터보트를 타고 하트갈로 갔고, 나는 숙소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언덕 정상까지는 벌써 여러 번 갔다 왔으므로, 오늘은 언덕을 넘어 호수 변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언덕 정상에 올라 하트갈 시내와 넓은 초원에 가축을 기르는 모습을 굽어보았다. 그 아래 할미꽃과 에델바이스가 많이 자생하는 꽃밭을 걷고 있을 때, 저쪽에서 일행 한 명이 걸어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숙소 뒤 언덕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에델바이스 1> 

<숙소 뒤 언덕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에델바이스 2>

 야생화 밭에서 꽃들을 바라보며, 몇 년 전에 대관령에서 본 한 포기의 에델바이스 생각이 났다. 너무나 귀한 꽃이라 전후좌우로 돌아보며 “여기에 에델바이스가 있다.”고 흥분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지천으로 널려있어 관광객이 아니면 이곳 사람들은 누구 하나 거들 떠 보지 않았다. 

 어떤 식물이나 동물이라도 그자신이 대접받는 것은 희귀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순록만 해도 차탕족에게는 매일 보는 것이 순록이요, 먹고 살기 위한 가축이지만, 그것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은 순록을 보러오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 생각하지 않는 것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증명되었다고 할까.  

 그와 함께 언덕을 넘어 호수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으며, 깨끗한 호수물이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색다른 풍경을 사진기에 담으며, 천천히 산책을 즐겼다. 호수를 돌아 숙소 식당 쪽 언덕을 올라오는 길에서 우리는 고개 숙이고 조용히 햇볕을 받고 있는 할미꽃 한 송이를 만났다. 숙소 언덕 위의 할미꽃은 이미 지고, 씨앗(홀씨)이 여물고 있었는데, 여기에 있는 것은 아주 늦둥이 같았다. 이제 꽃을 피웠으니, 추운 이곳에서 제대로 씨앗을 만들어 후손을 볼 수 있을 지 궁금했다.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1>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2>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3>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4>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5>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6>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7> 

 

<숙소 뒤 언덕을 넘어서 본 풍경 8> 

 

<늦둥이로 때늦게 핀 할미꽃>

<흡스글 호수 옆의 야생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