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쿠바

8일 트리니닷

boriburuuu 2020. 8. 17. 19:56

오늘은 트리니닷으로 이동해서 까사라는 민박집에서 이틀 동안을 지내게 되었다. 쿠바는 자유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주의적 색채가 많이 남아 있어 민박을 받으면 정부에서 숙박비를 거의 다 가져가고 주인들은 식사를 해주면 그 돈을 갖는다고 했다. 길이 좁아 버스에서 내려서 짐을 갖고 이동해서 까사 주인들이 방 수를 말하면 인원을 배정해줘서 따라갔는데 우린 두명이 방 하나를 쓰는 곳이었다. 주인아주머니는 50대 정도로 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고 친절하긴 했지만 역시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식사를 시켰는데 치킨만 가능하다고 해서 치킨을 먹지 않는 나로서는 한번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대신 랍스터를 요리해주는 일행의 까사에서 식사를 했다. 도착하자마자 빨래부터 해서 마당에, 옥상에 널었는데 햇볕이 아주 좋아 두시간도 안되서 말랐고 방에 에어컨도 나오고해서 우린 만족했다.

 

 

 

 

<까사 내부와 옥상- 철조망 빨래줄의 비밀을 푼 곳>

한낮에 너무 더워 좀 쉰 다음 주변 탐색에 나섰다. 집 앞에 아주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오이가 보였다. 1개에 1모네다다. 멕시코에서부터 야채를 구하기가 힘들었고 특히 쿠바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여기 사람들이 놀랄 만큼 살이 찌고 심지어 날씬한 사람들까지도 배가 나온 것은 육류 위주의 식생활 때문이리라.

 

5분쯤 걸어가니 마요르 광장이 나온다. 이곳의 중심광장으로 아담하고 작은 벤치와 야자수가 잘 어울리고 유럽의 정원처럼 나무를 잘 가꿔 놓았다. 광장 주변의 저택들은 사탕수수가 번성했던 시절에 지어진 것이라는데 대부분 상점이나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는 무작정 문이 열린 곳이면 들어가 보고 사진도 찍고 탐색했다.

 

 

< 마요르 광장과 옆의 대성당과 산프란시스코 교회>

바로 옆의 산프란시스코 교회는 노란색과 녹색이 특징적인 종탑이 있고 1986년 혁명박물관으로 바뀌어서 전시되어 있었고 종탑은 전망대이다. 올라가서 보니 노란색과 붉은 색이 혼합된 특이한 기와의 지붕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골목 골목 바닥. 집들마다 예쁘지 않은 곳이 없어 우리는 마냥 돌아다녔다. 조그만 갤러리, 상점들, 식량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20분쯤 걷자 깐델라리아 성모교회가 나왔다. 아치형 모양으로 붙어 있는 세 개의 종탑이 인상적인 18세기 교회로 바깥쪽 형태만 남아 있었다.

 

 

길을 따라 언덕 의까지 올라가 보니 리조트 같은 숙소가 나오고 ‘가지 않은 길로 가보자’하고 걸음을 옮기니 철조망과 정문이 나온다. 경비원이 제지를 해서 우린 통과만 하겠다고 우기니 그도 안된다고 우긴다. 해서 투덜거리며 밖으로 돌자 길이 나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통과가 되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니 제지할 밖에. 다시 잠깐 오르막을 지나자 내려가는 길에 동굴 디스코텍 아얄라를 만났다. 이렇게 조용한 도시에 과연 영업을 할까 의심이 되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천연 동굴을 영업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신기했다.

 

 

저녁시간이 되어 우린 까사로 돌아왔다. 아주머니는 식탁을 차리고 음악까지 틀어 놓고 제대로 서빙을 해 주셨고 우린 쿠바 맥주를 마시며 식사를 했다.

 

 

 

 

조금 쉬다가 다시 마요르 광장으로 나섰다. 살사를 보기 위해서 ‘까사 데 라 뮤지카’의 노천 까페에 1꾹의 입장료를 내고 공연장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맨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합석했다. 터키 청년과 네덜란드, 모로코 아가씨 셋이 여행 와서 만난 듯 했는데 터키 청년이 네덜란드 아가씨에게만 더 관심을 보이고 모로코 아가씨는 소외된 것 같아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게 나중에 퍽 도움이 되었다. 밴드가 연주 중이었는데 보컬이 매력적이어서 중간에 비가 와서 두세 번 연주가 중단 되었는데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연주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연주가 시작되자 비를 피하고 있다가 제자리로 원위치 했는데 뒤 청년이 자기 자리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실랑이 끝에 모로코 아가씨가 약간 뒤로 자리를 이동해 주어 문제가 해결되었다. 요석 언니는 그 청년한테 한 대 맞을까봐 걱정 되었다고 해서 나중에 한참 웃었다. 연주 중에 사람들이 나와서 살사를 추는데 정말 잘추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래와 춤과 열정이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밤이 되었다. 특히 젊은 청년 보컬의 열정적인 노래는 모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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