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미안마(2014.01.04-18)

2014년 1월 9일. 목요일 (제7일) 바간을 돌아보며

boriburuuu 2016. 3. 7. 10:32

바간은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과 함께 3대 불교 유적지로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에는 11세기부터 13세기 몽고의 침입이 시작될 때까지 약 5천여기의 불탑이 세워졌었는데 현재는 2,500여기의 탑만이 남아있다. 당시에는 왕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권세를 잡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탑을 세워 조상을 기리거나 후세의 복을 기원하였다.
바간은 올드바간과 뉴 바간, 냐웅우 지역으로 나눈다. 이중 유적지는 옛 중심지인 올드바간에 집중되어있고 뉴 바간과 냐웅우에도 많은 수의 유적들이 있다. 세 곳 중 가장 번화한 곳은 냐웅우 지역으로 공항과 버스 터미널 시장 등이 있어 바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올드바간은 유적지의 보호를 위해 거주하던 사람 대부분이 뉴 바간이나 냐웅우 지역으로 이주 하였다. 우리는 뉴바간지역의 호텔에 묵게 되었다. 배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한 상점에서 청년이 호떡을 만들고 있었다. 아이에게 옷을 하나 선물하고 사려고 했더니 버스 도착, 떠날 수밖에. 이 호떡은 다음날 시장에서 사먹었다.
 아침 일찍 우리는 주변 산책에 나섰다.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었고 거기에서 우리는 영어를 조금하는 깜찍한 아이를 만났다. 학교를 둘러보고 아이들에게 기념품도 나눠주고 선생님하고도 인사를 나누었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과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난한 가정을 방문하고 우체국 등 관공서를 돌아보니 우리나라의 60년대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본격적으로 여행에 돌입했다.
 난파야 사원에 갔는데  아노라타 왕에 의해 전쟁 포로가 된 마누하왕이 바간에서 추방당했던 시기에 머물며 감옥생활을 했던 곳이고 벽의 조각이나 그림이 매우 섬세하였다.
 마부들이 씹고 있는 꿍야(담배의 일종인데 환각효과가 있다고 함)를 호기심에 100짯을 주고 사서 한나샘과 반 나누어 씹어 보았는데 혀와 입술이 약간 마비되는 느낌이었고 이가 빨갛게 물드니 현지인들이 마안마 스타일이라며 웃는다.
 다음으로 마누하 사원인데 아노라타왕이 자유의 몸이 된 것을 기념하여 지은 것인데, 죄인으로서의 마누하 자신의 감옥생활을 묘사해 놓은 곳이라 통로가 아주 좁았다. 한쪽 건물에 마누하왕과 왕비를 모셔 놓았는데 왕비의 표정이 영 아니고 외면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그리고 고도빨린 사원을 방문했는데 1174년에 건축을 시작하여 1211년에야 완성한 고도빨린 사원은, 높이 55m로 탓빈뉴 사원에 이어 바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원이다. 나라파디싯투왕이 술라마니 사원을 건설 후 짓기 시작하여, 아들인 틸로민로왕이 완성. 1975년 지진으로 윗부분이 무너졌으나 현재는 복구되어있다. 부모에게 불효한 사람이 헌금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다하여 현지가족들이 헌금을 하고 부적같은 것을 받고 있었다.
 사원에서 나와서 사탕수수 원액을 !000짯에 사서 먹어 보았다. 라오스에서 먹었을 때는 얼음을 넣어 단지 설탕물 같았는데 여긴 정말 진했다.
 그 다음은 부파야 파고다인데 3세기경에 만든 원형 파고다로, 아예야와디 강변에 있다. 1975년의 지진으로 크게 파손되었지만, 현재는 복구되어있다. 이곳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다워 저녁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단다. 강변이라는 이유때문인지 주변에 식당 등의 가게가 밀집되어있고, 파고다 자체도 작은 유원지처럼 꾸며져 있다. 강변의 조각배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우리는 피사의 사탑처럼 파고다를 손에 얹는 포즈로 사진을 찍기도 하며 즐겼는데 소수민족들이 차량으로 단체로 왔는데 의외로 배타적이었다.(복장은 산족?) 아예야와디강이라는 강의 이름이 쉽게 외워지지 않아 두고두고 웃음을 주었다.
 그 다음은  탓빈뉴 사원인데 이 사원은 높이 65m로, 바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1140년 아라운싯투왕이 창건하였다. 총 2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2층에 커다란 불상이 있다. 우리는 거의 같은 형태의 파고다에 지쳐서 자칫 2층에 올라가지 않는 실수를 범할 뻔 했는데 뛰어 올라갈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고 바간의 파고다들을 관망하기에 눈높이가 딱 좋은 곳이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마침 불교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점심식사를 할 겸 가보니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시골 장터의 모습이다. 뚜레이가 식당을 추천해줘서 가보니 야채전용인 카레식당이다. 하나씩 시켰으나 미안마에서 시킨 음식 중 가장 맛이 없었다. 100짯에 바나나 한 손을 사들고  아난다 사원으로 갔다.
 아난다 사원은 바간의 유적지 중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사원으로, 1901년 짠싯타왕이 지은 것이다. 본당은 한변 63m의 정방형으로, 각 방향에 입구가 있다. 탑 자체가 거대하기 때문에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탑신이 다 눈에 들어온다. 1975년 지진으로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으나, 현재 보수가 완료되어있다. 본당에는 9.5m 크기의 불상이 각 방향을 향해 서있다. 남쪽과 북쪽의 불상은 창건 당시의 불상이고 나머지는 훼손되어 후대에 다시 조성한 것이다. 불상이 아름답고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차에 다시 오르자 거지 가족이 우리를 에워싸고 구걸을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 과자 등 간식을 주었는데 엄마인 듯한 여성이 그걸 다 걷더니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었다. 어제 아이들이 사탕을 먹지 않은 이유였다.
 그 다음으로 술라마니 사원으로 갔는데 1183년 나라파디지투왕이 건립한 2층 사원이다. 역시 각 방향에 불상이 하나씩 있는데, 하나는 금색이고 나머지 셋은 붉은색을 띄고 있다. 사원 내부의 벽면에 불상, 배를 탄 사람들, 코끼리 등의 벽화가 남아 있다. 부처가 붉은색 가사를 입고 잇는 모습은 처음이어서 약간 어색했다.
그리고 담마얀지 사원을 방문했는데 12세기에 지은 비운의 불탑이다. 차남이었던 나라투 왕자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아버지 아라운지투왕과 형을 암살하였다. 그리고 왕이 된 나라투는 1167년 바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성을 짓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건설 도중 나라투 왕은 암살당하게 되는데, 결국 다마얀지 파고다는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현지인들은 역사상 가장 악한 왕이 지은 사원이라 내부에 까마귀들의 똥이 가득하고, 뭔가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고 방문하지 않는데 사원 자체는 스타일이 매우 독특하여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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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쉐산도 파고다를 방문해서 일몰을 기다렸는데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좋은 자리는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에 우리는 과감히 포기하고 내려왔다가 해가 질 무렵 낮은 층에서 일몰을 보았는데도 너무 좋았다. 쉐산도는 1057년 건립한 5층짜리 불탑이다. 5층에 올라서면 주변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특히 석양이 질 무렵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바글바글하다. 역시 지진으로 탑 상부가 파괴되었으나 복구되어있다. 
일몰 후 로카테익빤 사원을 갔는데 쉐산도 사원 옆의 작은 사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내부 벽화가 잘 보존되어있다 하고 거대한 와불도 있었는데 어두워져서 아쉬웠다.
 
  바간의 파고다를 둘러 본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떤 문화재적 가치보다는 낫과 아우어져 생활 불교의 형태를 띠고 있어 불교신자가 아니고 문화 탐방을 목적으로 하는 나에게는 세계문화유산이라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만큼은 약간 실망이었다. 앙코르왓트나 보르보도르에 비해서는 말이다. 그러나 종교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