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물 8리터를 3.5원에 구입한 우리는 아침이 되자 정신이 들어 이렇게 큰 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문을 열면 작은 물로 바꾸기 위해 기다렸으나 8시가 되어도 문을 열지 않아 그냥 포기하고 페트라를 보기로 했다. 프론트에 있는 직원에게 버스편을 묻고 와디럼 투어를 물으니 저녁에 매니저를 만나게하겠다고 하고 버스비는 1인 7원이란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암만에서 현지 물가로 살던 우리는 드디어 와디무사에서 관광객 물가와 직면한 것이다. 1시간 거리도 0.8원이었는데. 암튼 이 날은 아침부터 좀 꼬였다. 물을 포기하고 일찍 나섰더라면 좋았을 것을 늦게 나선 것도 그런데 어제 다른 곳은 대충 다 둘러봤기 때문에 곧장 뮤지엄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제 거기서 에드 데이르 수도원으로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언니가 화장실을 간 사이 뮤지엄에 대해 물으니 지금은 문을 닫고 입구로 옮겨 가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 사이 언니는 이미 길을 출발해서 정신 없이 뒤쫒아갔다. 그런데 한참 가다보니 길이 분명치가 않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보고 레몬 등 농사 짓는 것도 보곤했는데. 이쪽 저쪽 길이 분명치 않아 헤메고 다니다가 한 소년을 만났다. 수도원을 물으니 그 길이 아니고 자기를 따라 오란다. 가보니 가족이 있고 아버지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 자기 아버지에게 우리를 인도한 것이었다. 소년에게 감사의 뜻으로 삼색볼펜을 주니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추수리기는 했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페트라에서의 두시간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었다. 뮤지엄 앞에서부터 전혀 다른 길로 온 것이었다. 물 때문에 늦게 출발하고 여기서 헤메느라 오전 시간을 다 허비한데다 기운이 쭉 빠졌다. 11시가 다 되었는데 우린 늦어도 4시에는 나가야한다. 결국 트레킹을 다 하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호도협에서도 그러더니 페트라에서까지 길을 잘 모르면서도 자신만만하게 돌진하는 언니와 그런줄 알면서도 졸졸 따라가는 나의 습성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이후 견제하는 잔소리가 늘었다는 것?
<개선문 앞에서>
<이름모를 계곡의 풍경>
<현재 주거용 동굴들>
<레몬 밭>
마음을 추수리고 주먹밥으로 기운을 낸 다음 길을 나섰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30분 이상 오르자 수도원이 나타났다. 에드 데이르 수도원은엘 하비스 박물관에서 북쪽으로 틔여 있는 언덕 소로를 지나 사자묘를 지나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돌아 협곡과 뭉치 사이로 산을 오르고 계곡을 넘어가야(40분) 넓은 공터에 알 카즈네를 닮은 에드 데이르 묘원이 있다. 수도원이란 뜻의 이 곳은 13세기 이후 기독교 수도승들이 기거해서이다. 당초 석공들이 건물 상부를 조각하기 위해 바위를 파고 만들었던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지붕 위에 얹어 놓은 9m의 항아리에 다다를 수 있다는데 굳이 올라갈 이유는 없어 보였다. 나바테아 조각품의 백미다. 주황색 암석을 깎아 폭 47m, 높이 40m의 절벽을 만들어 알 카즈네처럼 2개 층의 묘원 전면을 구성했고 상층은 카즈네와 비슷한데 지붕에 괴물들의 조각상이 없다. 기둥의 주두는 이오니아 양식이고 수평층보에 트리글리프와 메토프스 장식을 했으니 카즈네보다 먼저 건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오니아 기둥 사이에 여인상이 없고 삼각 박공장식을 쓰지 않은 점, 원주가 8개인 점도 카즈네와 다른 점이다. 또 카즈네에서는 원주 안에 전실 홀이 있었는데 여기는 벽에 붙은 8개 가운데 출입문을 지나 홀 없이 주실로 들어간다. 출입문 인방 장식은 삼각박공인데 바깥쪽의 사각 벽감 위 인방은 아치형이다. 아테라스 3세 때 지어진 묘원으로 신격화된 오보타스 1세에게 제사 지내고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올라가는 길에 본 사자조각의 묘원>
<수도원>
<수도원 잎 찻집>
<수도원 외관>
우리는 수도원 윗쪽의 산을 오르다 동포를 만났다. 와디럼에서 오는 길이라고해서 투어에 대해 묻고 암만과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도 공유했다. 아내와 함께 장기 여행 중이란다. 반가웠다. 산위에는 몇 개의 전망대가 있었는데 페트라를 바라보는 전망대. 반대편 전망을 보는 전망대 등이다. 앞을 보니 흰색, 노란색, 녹색, 연두색 등 각기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 물론 페트라 쪽에서는 수도원이 보이고.
<악조건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
원형극장을 찾아 오벨리스크와 천단을 올라가 보았다. 역시나 가파른 계단을 30분 정도 오르니
6m, 7m의 오벨리스크 한 쌍이 간격을 두고 마주 서 있다. 마치 큰 돌칼날 같은데 이집트와 달리 자연석을 그대로 다듬어서 만들었다. 이집트의 피라밋 앞을 수호하는 스핑크스와 같다. 표면은 붉은 장미색이다. 페트라의 묘원은 지상에서 바위산을 뚫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오벨리스크를 보고 오른쪽으로 가니 내려가는 길이 있었는데 카스 알 빈트사원 쪽에서 올라오는 완만한 경사로였다. 다시 오벨리스크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왼쪽으로 올라가니 하이 플레이스란 천단이 있었다. 제단도 그대로 남아 있고 역시 자연석을 깎아 만들었다. 과거에 얼마나 많은 희생 제물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에 서니 사방이 확 트여서 전체를 조망하는 전망대로 제격이었다.
<오른쪽길의 바위들>
<나란히 서 있는 두개의 오벨리스크>
<천단>
<제단 위에서>
우리는 시간이 되어 페트라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처음 8개의 트레킹 코스를 다 걸어보고 싶었으나 3개 정도는 걸어본 것 같다. 나머지는 다음에 오면 가능하려나? 숙소로 돌아와서 종업원이 부른 매니저라는 사람이 왔는데 와디럼 투어 가격을 최하 55디나르에서 200디나르까지 말한다. 우리가 책에서 35-40디나르의 가격을 보고 왔다고 하니 일어서서 가버리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가서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교통편을 종업원에게 말하니 7디나르래서 그냥 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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