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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 다섯째날 히메지성, 아카시해협

boriburuuu 2017. 4. 6. 10:49

기차역을 나오자 멀리 히메지성이 보인다. 성까지 가는 길은 중간 중간 여러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드디어 히메지성이다. 천공의 백로, 시라사키조성! 히메지성의 별명이다. 흰색의 외벽과 지붕의 모양이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백로와 비슷하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또한 히메지성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이자 현존하는 일본 성곽 건축 중 가장 뛰어난 성이다. 그리하여 성곽 해체 작업에서 살아남았으며, 일본에서는 유일하게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서양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히메지성은 엄청난 규모로, 성루 27개, 성문 21개 등 모두 8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5층의 텐슈카쿠와 3층으로 된 3개의 쇼텐슈카쿠가 서로 연결되어 히메지성을 구성하고 있으며 해자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처음 세워진 것은 1333년 이곳의 호족이었던 아카마츠 노리무라가 착공했고 아후 도요토미 등이 규모를 넓히었다. 유일하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성의 본건물인 텐슈카쿠는 높이가 46m이고 꼭대기는 해발 92m로 하얀 벽과 밝은 회색 기와 지붕의 선은 마치 하얀 새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형상이다. 가장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대망루와 주변의 3개의 소망루가 연결된 연립식 망루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망루 꼭대기인 텐슈카쿠에서는 히메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주민들이 새끼를 꼬아 숯으로 까맣게 만든 다음 덮어놓아 공습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사카성이 남성적이라면 히메지성은 웅장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여성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와 다르게 히메지성은 완벽하게 군사적인 용도로 지어진 곳으로 난공불락의 요새이며, 일본 봉건주의 시대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한번도 불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은 곳이다. 대부분의 일본 건축은 대부분 목조 건물이라 화재에 취약하여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는데, 히메지성은 벽에 불연성 석고를 발랐기 때문에 그 형태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히메지성은 교묘한 심리전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효율적인 건물 간 연결, 높은 석벽, 성 주위에 판 못 등 뿐만 아니라 성문, 성벽, 외벽의 배치는 적으로 하여금 방향 감각을 잃도록 고안되어 자연히 적군에게 노출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오사카성처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만든 곳이 아니다. 도요토미의 요새였지만, 도쿠가와 가문에 빼앗겼다. 그리하여 도쿠가와의 사위 이케다 테루마사가 맡아, 현재의 히메지성을 만든 것이다. 난공불락의 히메지성. 적군에게 혼란을 야기할 정도로 복잡한 건물 구조와 여러 차례의 전쟁으로 증명된 견고한 내구성. 그 원천을 직접 눈으로 보면 히메지성의 위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규모만큼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다.










히시노몬이다.  히메지성의 정문인 오테구치를 방어할 목적으로 만든 누문으로 21개의 성문 중 가장 큰 문이다. 히시노몬이란 이름은 깻잎 모양의 잎을 가진 식물인 히시문양으로 문 양쪽 기둥의 윗부분을 장식해서 붙여졌다. 상층부에는 병사들이 몸을 숨기는 공간이 있으며 여기서 적을 공격했다고한다. 정면에서 보면 격자무늬의 창 옆으로 종 모양의 카토마도가 보인다. 카토마도는 사찰, 궁전을 장식할 때 사용하는 특별한 창이지만 예외적으로 히메지성에서는 사용할 수 있게 허락했다고 한다. 손녀를 시집모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원래 이 문의 왼쪽에는 보초들이 머물던 방, 오른쪽에는 마구간과 헛간이 있었다.


니시노마루다.  도쿠가와의 손녀인 센히메가 혼다 타다토기와 재혼할 당시 결혼 지참금을 대신해서 지은 건물로 조그만 외성이 있었는데 좁아서 센히메의 결혼 행렬이 통과하지 못해 헐어 길을 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건축 자재는 도쿠가와와 앙숙인 도요토미의 후시미성에서 훔쳐왔다고 한다. 당시 바후쿠의 통제로 성의 개축이 금지되었으나 도쿠가와의 손녀를 위한 건물이어서 특별히 개축이 허락되었다고 한다. 원래 히메지의 별저와 외성을 연결하기 위한 독립공간이었으나 센히메와 시녀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개조되었다. 300m의 긴 회랑이 이어지는 건물 곳곳에 나가츠보네라는 조그만 방들이 있는데 화장실과 부엌이 딸린 8평 정도의 방은 시녀들의 거처였다. 지금은 소 박물관처럼 자료를 전시해 놓았다.  건물에서 외호를 바라보는 쪽의 창 주변에는 유사시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조그만 구멍과 홈이 파여 있다.


<각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기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홈>








케쇼야구라다. 센히메가 매일 신사참배를 나갈 때 사용하던 휴게실로 니시노마루 북쪽 끝에 있다. 원래는 화려했으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42개의 다다미를 깔 수 있는 바닥에는 41.5장의 다다미만 깔았는데 42가 죽음을 뜻하는 일본어 ‘시니‘와 발음이 같아서란다.




<니시노마루 복도>


<벚꽃이 피었으면 얼마나 예뻤을까?>

전용석이다. 성의 중심부로 이어지는 세 번째 문인 하노몬을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로 문의 오른쪽 기둥 아래를 보면 육각형의 특이한 돌이 있는데 원래 석등의 받침돌로 쓰이던 것이나 성 주변에 채석장이 없어 자재난이 심해 종류를 불문하고 심지어 무덤의 석관까지 훔쳐올 정도였다고 한다.

잠시 쉬며 고구마와 바나나를 간식으로 먹다 보니 특이한 것이 보인다. 공사하던 중 크리스쳔이었던 사람이 십자가를 기와로 구워 지분 위에 살자쿵 올려 놓은 것이다.


다른 성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형태인데 남쪽에 비해 방어가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절벽위에 긴 성벽을 만든 게 시초이며 곡선형태는 지형에 맞춰 지었기 때문이다.



아부라카베이다.  다섯 번째 문인 호노몬을 나오면 보이는 토담벽인데 성은 화재 방지를 위해 흰색을 칠했으나 이것은 흙벽 그대로이다. 허접해보이나 점토에 자갈을 섞고 찹쌀 풀과 죽으로 반죽해서 굳힌 것이라 콘크리트보다 단단하다. 실제로 400년동안 무너지거나 훼손된 적이 없다고 한다. 제작 기술상 토요토미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기름벽’이란 뜻의 아부라카베란 이름은 벽 색깔이 기름 색과 비슷해서 지어졌다.



우바가이시다.  성벽에 박힌 큼직한 흰색의 맷돌로 철망이 덧씌워져 있어 눈에 띤다. 자재난에 시달리던 토요토미는 ‘가난한 할머니가 소중한 재산인 맷돌을 바쳤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렸고 감동한 백성들이 돌을 바쳐 성을 완성 시켰단다. 약초를 빻는 돌, 화장실 다리 받침 등 다양한 돌이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드디어 텐슈카쿠다. 히메지 성의 핵심부이자 가장 아름다운 멋을 뽐내는 건물로 지상 6층, 지하 1층의 웅장한 성채는 1581년 토요토미가 처음 세운 것을 이케다 테루마사가 증축했다. 공격을 막기 위한 요새여서 내부는 단촐했고 사람에 떠밀려 6층에 오르니 신사가 있어 일본인들은 기도를 한다. 성 꼭대기는 훌륭한 전망대이다.



코사쿠루와다.  히메지성 북쪽에 있는 활처럼 둥글게 휘어진 기다란 창고 건물로 다른 성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형태인데 남쪽에 비해 방어가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절벽위에 긴 성벽을 만든 게 시초이며 곡선형태는 지형에 맞춰 지었기 때문이다. 성을 인체로 치면 허리부분에 해당해서 이름 지어졌다. 70여 톤의 쌀과 소금을 저장할 수 있었고 장기 농성에 대비해 만든 우물도 보인다.





















역시 외관이 훨씬 훌륭하다.


오키쿠 우물이다. 석벽에 둘러 싸인 접시 세는 유령의 전설이 내려 오는 오래된 우물로 1505년 성의 성주는 자신의 심복에게 성을 빼앗기게 되엇는데 하녀인 키쿠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화가 난 심복 아오야마 텟샨은 열장의 접시 중 하나를 감추고 그 책임을 물어 키쿠를 우물에 넣어 죽였다. 그 후 밤마다 우물에서 접시 수를 세는 키쿠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그러나 키쿠의 약혼자이자 성주의 심복인 키누가사 모토노부가 원수를 갚고 키쿠를 신으로 모시면서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카시 해협 대교를 보러 갔다.  1998년 4월 개통한 혼슈와 아와지 섬과 시코쿠 지방 사이의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길이가 3911m이다. 다리 전체에 조명이 켜지는 밤에는 마치 진주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펄 브릿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낮 시간에도 주코쿠까지 웅대하게 펼쳐진 다리의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