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포루투칼(2017.07.20-07.26)

7월 21일 2 , 알쿠바사 수도원

boriburuuu 2017. 8. 17. 12:54

다음으로 간 곳은 산타마리아 데 알쿠바사 수도원이다. 벌써 시간이 5시가 넘어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6시 반에 문을 닫는단다. 이 수도원은 12세기 창건된 바탈랴 수도원에 1308년 아폰수 도밍게스 등 여러 건축가가 참여해 재건한 곳이다. 포르투갈 초기 고딕 양식 성당 중 가장 규모가 큰 수도원으로 장엄하고, 수수하다. 포르투갈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동 페드루 1세와 도나 이네스 왕비가 묻힌 곳으로 유명하며, 198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곳은 전형적인 시토회 건축물로 포르투갈 건국과 함께 세워졌으며, 아폰수 엔리케 왕이 포르투갈에서 무어인을 쫓아내는데 일조한 시토 수도회에 대한 감사로 건립했다. 성당, 회랑, 기숙사, 손님용 숙소, 부엌, 식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수도원에는 999명의 수도사가 교대로 기도해 24시간 내내 미사가 끊이질 않았다. 고딕 양식의 폭이 좁은 성당, 심플한 기숙사, 잘 정돈된 정원 등을 통해 그들의 절제된 삶을 엿볼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14세기 아폰수 4세의 아들인 동 페드루 1세와 도나 이네스 왕비의 석관이었다. 동 페드루 1세 왕자가 스페인 콘스탄자 공주와 정략결혼을 했는데, 그만 공주의 갈리시아인 시녀 이네스와 사랑에 빠지고, 콘스탄자 공주가 병으로 죽자, 이네스에게 청혼했다. 왕위계승권을 놓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간의 싸움이 나고 이를 둘러싼 세력 다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왕자의 부친, 아폰수왕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4명의 아이까지 낳은 이네스와 그 자식들은 코임브라로 추방당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페드루는 왕좌에 앉자마자 이네스 암살에 가담한 신하들을 죽이고 심장을 도려냈으며, 이네스 시신을 관에서 꺼내 왕관을 씌우고 왕비임을 선포하고, 신하들에게 왕비 손에 입을 맞추게 해 충성 다짐을 받았다고 한다. 복수 후에도 평생 왕비를 그리워했으며, 죽어서 자신과 같은 석관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성당의 양쪽에 천사로 둘러싸인 왕과 왕비의 조각을 새긴 석관에 묻혀 마주 보고 있다. 왕의 관 옆면에 환생한 운명적인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새겨져 있고, 왕비의 관 옆에는 예수의 생애를 정교하게 조각해놓았다. 왕의 홀에는 역대 포르투갈 왕의 입상이 전시돼 있다. 식당에는 999명 수도사의 식사를 책임지던 20m 높이의 거대 굴뚝과 조리대, 수로가 그 당시 식재료와 음식량을 가늠케 한다.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수도사들이 식당 옆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비만하면 이를 통과할 때까지 굶어야 했다고 한다. 중앙에 위치한 침묵의 회랑은 수도사들이 예배당, 식당 등으로 이동할 때 거친 곳으로 이곳에서 반드시 묵언 수행을 하듯 침묵해야 했기 때문에 ‘침묵의 회랑’이라고 불린다. 

 

성당의 정문인데 문은 고딕양식을 유지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마누엘양식을 보이고 있다.



왕의 홀이다. 벽에 왕들의 입상이 빙 둘러 서 있고 아래쪽은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다.







이제 중정으로 나가 식당으로 들어갔다. 몇 개의 입상들이 서있다.







<식당의 설교단을 오르는 계단>





20미터가 넘는 굴뚝과 연결되어 있는 배기후드인데 너무나 거대해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엿다. 송광사에 가서 큰 솥을 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약 천명의 수도사들이 함께 생활했다고 하니 이해는 간다.




역시 거대 배수로다. 꼭 침례교에서 침례의식을 하던 곳 같이 생겼다.

4미터가 넘는 식당의 식탁이다. 엄청난 크기를 비교해보려 사진을 찍었다. 




기숙사 내부다.지금은 행사중인지 좌석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네스 왕비의 입상>

<동 페트로(페트로1세)의 입상>





위쪽으로 거대 굴뚝과 동 페트로 1세의 입상이 보인다.





<에딘버러 로잘린 성당의 그린맨처럼 생겼다.> 



100미터가 넘는 성당 내부는 장엄하고도 수수하다. 이는 1098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시토회의 규약에 '성당에는 화려한 조각이나 그림장식 등을 두지 말고 오로지 나무 십자가만으로 수수하게 장식하며 스테인드글라스나 높은 종루도 두지 말고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세워야 한다.'고 한 것을 따른 것이다.  


<성당 중앙제단 모습>

<제단 윗부분>

다음은 이네스 왕비의 석관의 전, 후 좌, 우 모습이다. 돌조각으로 고딕예술의 정수라 여겨진다. 6명의 천사가 에워싸고 좌우의 천사가 하늘도 들어올리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벽면에는 예수의 생애, 성모, 최후의 심판 등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았다. 조각가는 미상이나 이탈리아 고딕양식의 전형이다. 석관 밑엔 추악한 사람 얼굴을 한 맹수 6마리가 받히고 있는데 이는 이네스를 모함하고 죽인 6신하를 의미한다고 하니 왕의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만하다.





이번엔 나란히 놓여 있는 왕의 석관이다. 아래 훼손된 부분은 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서란다. 역시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고 벽면은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조각되어 있단다. 특히 정면의 운명의 수레바퀴 조각은 왠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안에서 은은히 성가연습을 하고 있는 소리가 들리나 차마 열어보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밖으로 나오니 성당 앞에 무대를 만들고 현대 무용을 하는 학생들이 리허설이 한창이다. 밤에 공연을 하려나? 우린 가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