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라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아침 일찍 카를교로 향했다. 역시 프라하는 내부 볼거리보다는 건축물들이 더 훌륭한 것 같다.
구시가지와 말라스트라나를 이어주는, 체코에서는 가장 처음 만들어진 석조 다리다. 블타바 강 위에 세워진 다리 중 유일하게 보행자 전용 다리이면서 프라하 성, 천문 시계와 함께 프라하를 대표하는 관광의 중심이다. 전체 길이는 약 520m, 폭은 약 10m이며 30개의 성상들이 좌우 난간에 각각 마주보며 서 있다. 말라스트라나쪽과 구시가지쪽으로 양끝으로는 고딕 양식의 교탑이 각각 서 있다. 카를교 위의 성상들은 원본도 있지만 복제품도 마치 원본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복제품의 원본은 국립 박물관과 비셰흐라드 포대에 보관 중이다. 나중에 원본을 보려고 비세흐라드 포대에 갔는데 몇개 없어서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국립박물관은 문을 닫았고. ㅠㅠ
카를교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드는데 초상화와 캐리커처를 그리는 화가들,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 발길을 멈추게 하는 거리의 음악가들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블타바 강에 처음 세워진 다리는 10세기경 나무로 만든 목조 다리였단다. 하지만 12세기에 들어와 프라하에 대홍수가 나면서 블타바 강의 물이 넘쳐 다리가 쓸려나갔다. 12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유디트교는 독일에 이어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돌다리였지만 200년 후인 1342년 겨울에 생긴 얼음 덩어리로 인해 다리가 무너졌다. 이후 1357년 카를 4세가 프라하 성 내 성 비트 대성당을 건축했던 건축가에게 이 다리의 건축을 맡겼고, 그는 겨울에 얼음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리 밑을 거대한 교각으로 받치고 달걀 노른자를 섞어서 돌과 돌 사이를 접착시키는 공법으로 매우 강하고 튼튼한 다리를 1407년에 완성하였다.
<까를교 입구의 고딕 문>
5번의 예수 수난 십자가이다. 까를교를 건설 중이던 1361년 목재 십자가가 세워졌다가 후스파에 의해 파괴되었고 이후에도 전쟁을 겪으며 복원되고 손상되기를 여러차례. 1667년 금속으로 대체되었단다.
또한 얀 네포무츠키 성상 앞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얀 네포무츠키 성상 앞은 늘 소원을 비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나도 왼쪽의 개와 오른쪽의 왕비를 만지며 행운을 빌어본다.
까를교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뛰어난 잣품으로 꼽히는 성 루트가르트 조각상이다. 110년 마티아스 브라운의 작품으로 성 루트가르트가 그리스도의 상처에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리의 반대편 고딕문이다. 화약탑과 비슷한 모양이다.
프라하의 수호성인인 성 비타가 신념을 지키며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동굴을 딛고 서 있는 성 비타의 뒤쪽으로 사자가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엔 구시가지로 향했다. 성 니콜라스 성당의 연두색 지붕을 지난다.
유명한 천문시계가 수리중이어서 약간 김이 빠졌지만 지난번 왔을 때 본 것으로 위안을 삼고 구시청을 보기로 했다. 1338년 지어진 이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확장되어 여러 양식을 갖고 있다.
먼저 천문시계가 있는 탑에 올라 구시가의 전망을 보기로 했다. 중간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갔지만 나중에는 나선형 계단을 걸어 올랐다.
탑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의 모습은 장관이었고 어느 방향을 보아도 빨간 지붕의 건물들이 아름다웠다.
성 니콜라스 성당이 보인다.
틴성당의 아름다운 첨탑도 놓칠 수 없다.
구시청사의 핵심은 동정녀 마리아 예배당이다. 청사 탑 건립 직후 만들어졌으며 1381년에 봉헌되었다. 이곳에서 시의회 회의 전에 미사를 봉행했으며, 시청사 감옥에 투옥된 죄수들이나 처형장으로 끌려 가기 전의 사형수들을 위해 쓰여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왕들을 축복하기 위한 미사가 열리거나 장례식도 자주 치뤄졌단다. 시청사 예배당은 체코에서 가장 귀중한 건축 유적 중의 하나인데 외부는 체코 수호자들의 동상과 석조 문장으로 장식된 활모양의 오각 퇴창이 있다. 예배당은 프라하 성의 성 비투스, 바츨라프와 보이티예흐 대성당을 건축한 페트르 파르레르 작품이다.
<천문 시계의 12사도>
구 시청홀도 페트르 파르레르의 작품이다. 구시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15세기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고딕 양식의 홀은 풍성하게 조각된 들보 천장에 도금 사슬이 받치고 있는 독특한 구조가 눈에 띄는데 희귀한 장식으로 목각 조각상이 있고 그 중 가장 귀한 것은 고딕양식의 고난의 예수상 이다. 한 때 시청홀에서 재판을 행했던 시법원이 정의를 상징한다고 한다.
구 시청사의 가장 큰 홀은 브로쥐크 회의실이다. 건물 전체 바닥 면적을 차지하고 두 개 층 높이의 천장을 갖고 있다. 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개의 대형 그림으로 바츨라프 브로취크 작품이다. 체코의 주요 역사적 순간들이 포착되어 있는 그림으로, 1415년 종교회의에 참석한 얀 후수, 1458년 구시청사에서 포데브라디의 조지가 체코 왕으로 선출되는 사건을 형상화하고 있다.
여러번 지나가면서 기회를 봤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기 어려웠던 얀 후스의 동상이다.
다음으로 성 아그네스 수도원에 가 보았다. 아그네스 여왕이 가련한 클라레스를 위해 수도원을 세웠는데 보헤미아 초기 고딕양식의 이 수도원은 1782년 파괴되었다가 1963년 국립 미술관이 인수하면서 두 개의 성당과 수도원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현재는 보헤미아 지방과 중부 유럽의 중세 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 전시된 중세 미술은 동유럽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이정받고 있단다. 1989년 이그네스여왕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녀로 추대되었다.
여러 박물관 중에서 여긴 세계 문명박물관이었다.
댄싱 빌딩이다. '건축은 예술'이란 신념을 밝히며 물고기를 닮은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와 체코의 블라노 밀루니치가 국립 네덜란드 보험회사를 위해 디자인한 건물로 고풍스런 곳에 최신건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하벨 대통령의 지지로 1996년에 완공해 강변의 새 아이콘이 되었다. 건물의 휘어진 모양이 두 사람이 춤추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할리웃의 전설적인 댄스 커플의 이름을 빌려 '프레드와 진저'라고 불린다.
국립 박물관이라고는 하지만 이곳 국립 박물관은 자연사 박물관이다. 네오 르네상스풍의 건물로 체코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박물관이다. 특별 전시회와 선사관과 역사관, 곤충과 동물관이 있으며, 이곳 박물관을 대표하는 광물과 화석 전시관이 있다. 19세기 말 신시가지의 재건과 함께 지어진 건물로 외부 못지않게 화려한 내부는 영화 〈미션임파서블〉의 배경이 되었을 정도로 화려한 대리석 장식을 자랑한다. 박물관 앞 테라스는 바츨라프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이기도 하다
프라하는 국립 박물관이 여러군데로 나뉘어 있어 하나하나 찾아가 보았다. 이 박물관은
민속박물관이었다.
시민회관이다. 건물 자체를 체코 민족부흥 운동의 결과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1912년 건립 당시 알폰스 무하를 비롯해 내노라하는 아르누보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상징적인 그림과 조각으로 건물 내외부를 장식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옆의 화약탑으로 올라가보았다. 중세 프라하 건축을 대표하는 고딕양식의 탑으로 11세기 프라하 도심으로 통하던 13개의 문 중 하나로 인근의 쿠트나 호라에서 생산된 은이 오가던 문이었다. 1438-1836년 버헤미아왕의 대관식 행렬이 겅 비타성당으로 향하는 '왕의 길'의 기점이기도 하다. 13세기 중반 관리가 소홀해 낡은 문(오드라나 브라나)으로 불리다가 1475년 재건되었다. 도시가 옛 성벽 너머로 확장되면서 문으로서의 기능을 잃었고 18세기 화약고로 이용하면서 '화약탑'으로 불리게 되었다. 1757년 프러시아의 공격으로 많이 훼손되어 19세기 후반 다시 지어졌고 1990년대 탑을 장식한 보헤미아왕과 수호 성인들의 조각도 복원되었단다.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기 위해 페트리진 전망대에 올라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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