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 도착해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시내로 나가보았다. 숙소에서 10분쯤 걸으니 국립 박물관이 보인다. 516.5캐럿의 다이어먼드 원석을 비롯한 광물 컬렉션부터 체코의 문학과 연극에 대한 자료까지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지만 보수공사로 전시를 중단하고 있었다. 박물관 앞에 있는 십자가이다. 두 청년 이름은 얀 팔라흐(Jan Palach)와 얀 자이츠(Jan Zajic). 1968년 8월 20일 바르샤바조약군의 탱크에 점령 당한 체코 프라하 광장. 지금은 바츨라프 광장이 된 바로 저 곳에서 1969년 1월 대학생 얀 팔라흐가 분신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외치면 분신했다 한다. "나는 소련군의 탱크에 분노한게 아니라 가만히 있는 여러분한테 분노합니다".
프라하 국립박물관 앞 보도에 청동 재질의 십자가가 묻혔다.십자가 머리와 다리 쪽은 땅에서 지름 1m 가량, 약 20cm 높이로 봉긋 솟아있다. 팔라흐는 1948년생, 자이츠는 1950년생 사망은 모두 1969년 이다. 21살, 19살에 죽었으니 너무 어리다.
<청동 십자가>
<두 청년의 묘비석>
지난번에 왔을 때는 패키지라 생각도 못했고 이번에는 꼭 가봐야할 장소인 국립박물관인데 안타깝게도 공사중이어 문을 닫고 있었다. 프라하에 또 한번 올 핑계가 생긴 것이다. 이상하게도 국립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보지 않으면 왠지 그 나라를 제대로 다 보지 못한 느낌이 든다.
<국립박물관 외관.>
<광장의 곰 인형 캐릭터>
14세기 중반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틴 성당이다. 높이가 80미터에 이르는 탑 2개가 나란히 솟아 있어 구시가 광장의 인상을 지배하는 건축물이다. 한때 신교를 지지하는 후스파의 거점이 되기도 했던 곳이기 때문에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틴 학교를 세워 건물 입구를 가려버리려 했다는 속설이 있단다. 하긴 성당 입구가 잘 보이지 않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바로크양식으로 꾸며진 제단과 화려한 제단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을 볼 수 있었다.
마침 수학여행인지 학생들을 인솔한 남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합창을 하고 있었다. 나도 알만한 성가들이어서 함께 따라부르며 즐겼다. 열심히 학생들을 이끌며 역사적인 공간에서 추억쌓기에 열중하고 있는 교사의 모습과 학생들의 열정적이고 천진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구시가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종교 개혁가 얀 후스의 동상이다. 부패한 성직자와 면죄부 판매로 부를축적하는 카톨릭을 비판하며 종교개혁을 주장한 학자로 카를대학의 신학교수이자 베들레헴 예배당의 신부를 겸하면서 마틴 루터보다 100년이나 앞서 성경에 기반한 종교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함을 역설했다. 후스의 주장은 민심을 흔들고 왕실의 지지까지 받았으나 1415년 콘스탄츠 공의회의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화형을 당했고 이는 신구교간의 갈등에 불씨가 되어 '창외 투척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는 종교개혁파와 카톨릭교도간의 전쟁으로 번졌다.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었던 솥두껑 같은 특이한 모양의 타악기인데 연주 실력이 대단하다.
19-20세기의 아르누보 건물들이데 체코 국토 개발가 대표적인 건물로 시민회관 건축에도 참여한 오그발드 폴리브카가 1896년 설계한 아르누보의 수작이다. 꼭대기에 소방수 조각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인상적이다.
성 니콜라스 성당인데 성당들은 저녁시간에는 대부분 콘서트를 열고 있었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모스크처럼 한가운데 큰 샹들리에가 보인다.
유대인 지구의 시나고그를 지나간다.
까를교로 가 보았다. 흐린 날씨에 햇빛이 구름을 뚫고 나오고 있네. 지난번 왔을 때 날씨가 너무 좋아서 파란 강물과 하늘의 하얀 구름 등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것도 아니네. 역시 날씨가 좋아야 한다.
까를교 밑의 유명한 카페다. 여기도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놓았네.
물가를 지나는 사람들의 영혼을 훔쳐간다는 슬라브 전설 속 존재인 보드닉 조각이다. 우리나라의 물귀신과 비슷한데 드보르작의 교향시 <물의 정령>이 있을 정도로 체코에서는 유명한 일종의 도깨비이다.
존 레논의 벽을 찾았다. 공산당 시절 존레논의 노래는 체코의 젊은이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모습과 가사를 그려 넣었던 이 벽은 평화와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져 지우면 경찰의 눈을 피해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다가 요즘은 다국적 낙서로 변질되긴 했지만 청춘들이 모여드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성 네포무크의 동상이다. 바츨리프 4세의 왕비 요한나의 고해 신부로 고해성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최초의 순교자란다. 왕이 왕비의 외도를 의심해 고해성사의 내용을 밝히라고 했지만 네포무크은 밝히지 않아 왕은 볼타강에 그를 내던졌고 그 자리에 다섯개의 별이 떠올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단다.
역시 네포무크 신부의 조각상인데 서로 이 자리가 그가 던져진 자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다리는 보행자 전용 다리로 수많은 초상화가나 수공업 장인들이 물건을 팔기도 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성당마다 파이프 오르간을 이용해 저녁에 콘서트를 열고 있었다. 하긴 울림도 좋을 것이다. 분위기도 그렇고.
어디서 음악소리가 들려서 바라보니 시민회관의 베란다에서 남성 4중주를 하고 있다. 시간만 있으면 공연이나 콘써트를 감상하는 기회도 가지면 좋을텐데 날짜를 길게 잡아도 갈 곳은 많고 할 일은 많아 항상 예상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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