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파리에서 보라와 만나기로 했다. 캐나다로 오라는데 너무 멀기도하고 캐나다 서부 밴프를 보기에는 시기도 일러서 차라리 프랑스를 여행하기로 한 것이다. 검색을 하다보니 광저우 공항에서 3시간 정도 기다려 환승해야하는 왕복 티켓이 43만원 정도 하는 중국 남방항공이 있어 서둘러 예약을 했다. 그리고는 렌트카를 알아보았는데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빌리고 벨기에, 네덜란드로 올라가서 빌릴 생각이었는데 파리에서 빌리는 조건이 좋아서 12일간 198유로에 샤를드골 공항에서 빌려 오를리에서 반납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오를리가 시내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으니. 오후 비행기여서 새벽 7시에 도착했는데 보라를 기다려 12시에 만나 렌터카 업체로 갔다. 직원은 풀보험을 권유했으나 차량가는 198유로인데 보험이 350유로가 넘어 차량만 렌트하겠다고 하니 표정이 좋지 않다. 5분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30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어 문의를 하니 잠깐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만 결국 2시가 넘어서야 차량과 키를 인도 받았다. 푸조인데 내비게이션이 내장되어 있는 2800킬로밖에 타지 않은 신차인데다가 디젤차량이어서 기분이 급 좋아졋다. 그렇게 싼값에 차를 내주기에는 좀 그랬나보다.
한시간 반쯤 차를 달려 퐁텐블로성에 도착했다. 화요일이어서 성은 문을 닫았지만 외부와 정원은 볼 수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12세기 초 왕실에서 사냥용 별장으로 지은 작은 성을 16세기 프랑수아 1세가 왕실 별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규모로 확장해서 곳곳에 그의 이니셜 'F'가 새겨져 있다. 많은 군주 중 나폴레옹이 유독 사랑한 곳으로 프랑스 혁명 이후 내부를 복구해 화려함을 되찾았다고 한다.
명예의 안뜰이다. 말들이 퍼레이드를 하던 곳이어서 '백마의 안뜰'로도 불리운단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 가운데에 있는 둥그런 모양의 독특한 계단이 이 성의 상징이다. '말발굽'이라는 뜻을 지닌 이 페리슈빌 계단은 이름처럼 말발굽 모양의 계단 아래로 마차나 기마병이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퐁텐블로 성의 상징이 되었고 영화 <철가면의 사나이>, <삼총사> 등의 촬영장이 되기도 했는데 '이별의 광장'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잇따른 전쟁에 진 나폴레옹이 1814년 퇴위를 결심하고 따르던 병사들에게 이별을 고한 장소여서란다.
성 외에 넓은 슾과 호수, 산책길도 아름답기로 유명해 휴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었다.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을 설계한 르노트르가 디자인한 대화단과 정자가 있는 잉어 연못, 직선으로 뻗은 대운하, 디아나의 정원 등 녹음이 가득한 정원과 숲이 매력적인 퐁텐블로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하고 아름다운데 차를 늦게 받은터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여행자는 길을 서둘렀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르비종이다. 19세기 초반 여러 화가들이 산업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파리를 떠나 근교 마을에 정착해 그림을 그렸는데 밀레의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등의 배경인 바르비종은 프랑스 전통 농업 방식을 유지하던 곳으로 농민들의 고달픈 삶을 영위하던 곳이었다. 이 화가들을 바르비종파라고 하는데 그들이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바르비종은 여관이 없을 정도로 작아 '간'이라는 노인의 집에 임시로 묵었고 이 집은 그들이 남긴 낙서와 그림을 간직한 박물관이 되었다.
마을의 중심 도로인 그랑드 뤼에 바르비종파 그림을 모자이크로 만든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마을은 옛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웠고 집마다 정원과 나무들을 잘 가꿔서 정말 예쁜 마을이었다.
간 여인숙의 모습이다.
갤러리의 모습인데 문을 닫아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밀레의 아틀리에다.
집집마다 예쁜 마을을 돌아보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숙소가 있는 사르트르로다. 가는 길에 만종의 배경이 되었던 들판에 도착했다. 그때 그 풍경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남기고 추억에 잠겨본다. 1시간 정도 달려서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은 후 본격적으로 야경을 보기 위해 차를 탔다. 멀진 않았지만 9시반에 해가 지는터라 11시는 되어야 제대로 야경을 볼 수 있어 구시가지의 꼭대기까지 차를 갖고 올라가는데 길은 좁고 주차할 곳이 보이지 않아 내심 초조해 지던 때 가까스로 빈자리를 찾아 주차하는데 성공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10시쯤 차를타고 구시가로 가보니 몬트리올처럼 곳곳에 조명을 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역시 사르트르 대성당이었다. 성당에서 클래식 음악에 맞춰 레이저쇼를 하고 있었는데 기존 성당의 조각이나 구조물에 꼭 맞춰서 조명을 쏘고 있는 모습은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여러 나라에서 여러 쇼를 보았지만 여기가 갑인것 같다.
30분 정도 쇼를 보고 다른 곳을 잠시 보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첫날부터 힘든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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