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톰에 남은 사람은 6명(처음에는 8명이었으나 2명은 먼저 갔음)이었다. 우리는 툭툭이를 타고 코끼리 테라스 입구인 바푸온으로 갔다. 툭툭이 기사에게 여기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바푸온까지 서쪽으로 한참 걸어갔다. 옆길로 가다가 계단이 있어, 동쪽에서 오는 참배로(진입로)로 올라갔다. 우리는 참배로를 따라 가다가 계단을 올라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동쪽 참배로에서 본 앙코르 톰의 "바푸온" 전경>
<앙코르 톰 바푸온 참배로에서 사원으로 들어가는 나무 계단 모습>
“바푸온(Baphuon)”은 우다야딧야바르만 2세(1050~1066재위)가 아소다라뿌라 시절의 왕실사원으로 앙코르 왓보다 100년 전에 건설한 것이었다. 이 사원은 가로 425m, 세로125m 규모로, 동쪽 고푸라(탑문)를 통해 사원으로 가도록 설계되었다. 고푸라에서 사원까지 200m의 참배로는 다른 크메르사원보다 높게 석조 기둥을 세워 다리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사원은 라테라이트로 만든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남북 방향으로 출입문(고푸라)을 냈다. 5층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모양의 사원은 메루산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1층 기단은 가로 130m, 세로 103m 크기이고 네 번째 층(가로 42m, 세로 36m) 위에 중앙 성소를 올린 구조였다. 기존의 사원과 차이가 있다면 5개의 탑을 세우지 않고, 커다란 쁘라쌋(탑)을 하나만 세웠다. 사원은 지면부터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50m나 되어, 당시에는 크메르제국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우리는 기단에 있는 길을 따라서 사원 남쪽으로 갔다. 여기에는 관광객의 사원관람을 위해 새롭게 만든 나무계단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따라 4층까지 올라갔는데, 경사도가 심했다. 만약 나무계단이 없다면, 사암으로 만든 계단을 올라 4층까지 가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았다.
<앙코르 톰 바푸온 동쪽 참배로에서 사원으로 들어가는 고푸라>
<동남쪽 코너에서 바라 본 바푸온 전경>
<앙코르 톰 바푸온 남쪽을 배경으로>
<앙코르 톰 바푸온 남쪽 계단을 오르는 일행 모습>
<바푸온 2층에서 내려다 본 동쪽 참배로 풍경>
4층 서쪽에는 5층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있으나, 무슨 일인지 올라가지 못하게 줄로 막아놓았다. 5층은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곳에 있던 것을 찾지 못해 새로운 돌을 대체한 것이 많았다. 우리는 4층 회랑을 한 바퀴 돌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정글로 뒤덮인 주변 풍경과 사원으로 들어오는 동쪽 참배로가 멋있게 보였다. 우리는 여기서 각기 추억을 남기고 북쪽에 있는 출구를 따라 내려왔다.
<앙코르 톰 바푸온 4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1>
<앙코르 톰 바푸온 4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2>
<앙코르 톰 바푸온 4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3>
<바푸온 정상인 5층 모습, 새로운 돌로 교체한 것이 많이 보임>
<바푸온 정상인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및 그것을 줄로 막아 놓은 모습>
바푸온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사원이 상당부분 무너져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해체 복원하는 아나스틸로스 공법(완전 해체복원)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1960년부터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10ha에 이르는 정글에 흩어져 있던 돌덩이는 무려 30만개여서, 그것의 원래 위치를 확인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크메르 루즈와 캄보디아 정부군의 내전기간 동안 복원공사가 중단되어, 51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2011년 7월에야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돌들이 동쪽 참배로 공터에 많이 쌓여 있었다.
<바푸온 4층에서 내려다 본 인공 호수와 자리를 찾지 못한 돌들>
<서쪽 계단 쪽에서 바라 본 바푸온 모습>
우리는 사원 서쪽으로 나와 북쪽으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숲 속으로 난 길을 얼마가지 않아 피미언아까가 나타났다. “피미언아까(Phimianakas)”는 앙코르 톰 내부에 있지만, 아소다라뿌라 시절의 수라야바르만 1세(1010~1050재위)가 건설한 왕실사원이었다. 바욘보다 200년 전에 건설한 크메르제국 초기 건축물답게 메루산을 형상화한 피라미드 형태이며, 사원을 둘러싼 성벽은 없었다.
라테라이트로 기단을 쌓아 그 위에 사원을 만들었는데, 3층으로 이루어진 기단은 가로 36m, 세로 28m의 직사각형 형태였다. 건물은 동서남북으로 계단을 만들고, 제일 위에는 회랑과 중앙 성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피미언아까는 ‘하늘에 있는 신들이 사는 궁전’이라는 뜻이란다.
1298년 크메르제국을 방문한 주달관(周達觀, 1266~1346)의 “진랍풍토기”에 따르면 피미언아까는 황금으로 만들어 반짝거렸다고 한다. 또한 ‘크메르제국의 왕은 매일 저녁 피미언아까에서 왕궁을 수호하는 혼령인 나기니(Nagini, 뱀의 몸통을 가진 여성)와 합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피미언아까 남쪽에서 추억을 남기고>
<피미언아까 동쪽 모습>
우리는 피미언아까의 외부 모습만 찍고, 북쪽에 있는 왕궁 터로 갔다. 왕궁(Royal Palace)은 아소다라뿌라 시절이던 10세기에 건설되었다. 라젠드라바르만 2세(944~968재위)가 이곳에 왕궁을 처음 건설했으며, 수라야바르만 1세 때 규모가 확장되었다. 자야바르만 7세는 앙코르 톰을 건설하면서, 옛 왕궁 터에 새로운 왕궁을 건설했다. 가로 585m, 세로 246m의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인 왕궁은 총면적 14ha이었다.
왕궁 내부는 정중앙에 피미언아까가 있고, 그 오른쪽에는 왕실목욕탕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성벽과 해자만 일부 남아 있을 뿐, 아무것도 없고 나무들만 울창하게 크고 있었다. 왕궁의 정문은 동쪽에 있는 고푸라(탑문)로 왕궁의 흔적을 잘 보여주는 우아한 건물로 새롭게 복원되어 있었다. 고푸라 앞에는 코끼리 테라스가 길게 이어져 있다.
<앙코르 톰 왕궁터에 남아 있는 성벽>
<아름드리 나무가 무성하게 크고 있는 옛 왕궁 터의 쓸쓸한 모습 1>
<아름드리 나무가 무성하게 크고 있는 옛 왕궁 터의 쓸쓸한 모습 2>
<코끼리 테라스와 거의 붙어 있는 옛 왕궁 동쪽 고프라 모습>
우리는 왕궁 터를 둘러보며, 문둥왕 테라스로 갔다. “문둥왕 테라스(Terrace of the Leper King)”는 왕궁 앞쪽에 있는 테라스 단상 위에 앉아 있는 왕의 동상으로, 동상에 이끼가 끼어 문둥병 환자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스님처럼 노랗고 붉은 가사를 입고 있으며, 15세기에 만든 매끈한 형식의 자바 양식의 석상이다. 이 테라스에 있는 동상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프놈펜 국립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문둥왕 테라스는 길이가 25m로 짧지만, 6m로 높게 쌓아올려 코끼리 테라스보다 견고하게 만들었다. 석벽을 2중으로 쌓아 외벽과 내벽으로 구분했고, 중간에 통로를 만든 구조였다. 무슨 이유인지 내벽은 회랑까지 완성한 다음, 출입구를 봉쇄하고 지붕을 덮어 눈에 띄지 않게 했다. 그런데 앙코르 톰을 조사하던 프랑스 극동아시아 연구원에 의해 전체가 알려졌다고 한다.
<옛 왕궁과 코끼리 테라스와 붙어 있는 문둥왕 테라스 모습>
<앙코르 톰의 왕궁 앞에 있는 문둥왕을 배경으로>
<문둥왕 테라스에서 바라 본 코끼리 테라스와 왕실광장 풍경>
<문둥왕 테라스를 둘러싼 내벽모습>
우리는 바로 아래에 있는 코끼리 테라스를 둘러보았다. “코끼리 테라스(Elephant Terrace)"는 왕궁 입구에 해당하는 곳으로 3m 높이로 높게 단을 쌓아 만든 테라스였다. 테라스 전면을 가득 메운 코끼리 부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코끼리 테라스는 남북으로 300m 길이로 이어지며, 북쪽에 문둥왕 테라스가 있었다.
코기리 테라스 앞에는 왕실광장(Royal Square)과 승리의 문(Victory Gate)이 내려다 보였다. 이곳은 자야바르만 7세가 왕궁에서 나와 전쟁에서 숭리하고 돌아온 군대를 맞이했다. 테라스 전면에는 머리가 3개 달린 코끼리 부조를 벽면에서 돌출되게 표현했고, 심하(사자)와 가루다(독수리) 및 나가의 부조가 연속해 있었다.
<코끼리 테라스를 배경으로>
<앙코르 톰의 왕실광장 앞에 있는 코끼리 테라스 풍경>
<코끼리 테라스의 나가 계단에서 우리를 찍으려는 일행 모습>
<코끼리 테라스의 나가와 심하(사자)가 있는 계단>
<코끼리 테라스의 담장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부조>
벌써 12시가 넘었다. 점심시간에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대부분 씨엠립의 호텔로 돌아간다. 우리는 그 시간을 이용해 앙코르 왓에 가서 미리 돌아볼 예정이다. 우리는 코끼리 테라스에서 내려와 툭툭이 있는 곳으로 가서, 운전기사에게 앙코르 왓으로 가자고 했다. 제일 빠른 길은 바욘 남문까지 온 길을 되돌아가서, 앙코르 톰 남문을 거쳐 가는 길이었다.
앙코르톰 남문은 4개의 문 가운데 가장 복원이 잘되었다. 성문 출입구 양옆에는 아이라바타(머리가 3개인 코끼리)를 타고 있는 인드라(하늘의 신) 부조가 장식되어 있어,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인드라가 보호하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암시한다고 한다.
또한 해자 위에 놓인 다리에는 거대한 석상이 좌우에 늘어서 있다. 남문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왼쪽 줄에 있는 석상은 투구 모양의 머리 장식을 쓰고 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수라(악신)이고, 오른쪽 줄은 원추형 머리 장식을 쓰고 선한 얼굴 표정을 하고 있는 데바(선신)이었다. 나는 툭툭이를 타고 달리면서 해자와 선신의 석상만 찍고 앙코르 왓 주차장에 도착했다(12:40).
<앙코르 톰의 남문 해자 다리 위에 설치된 선신 모습>
'동남아시아 > 캄보디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의 백미 "앙코르 왓"을 돌아보며 2 (0) | 2019.12.09 |
---|---|
여행의 백미 "앙코르 왓"을 돌아보며 1 (0) | 2019.12.09 |
앙코르 톰의 "바욘"을 돌아보며 (0) | 2019.12.09 |
앙코르유적 "따 쁘롬"을 돌아보며 (0) | 2019.12.09 |
크메르제국 유적 "프놈 꿀렌" 등을 돌아보며 (0) | 2019.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