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캄보디아

여행의 백미 "앙코르 왓"을 돌아보며 2

boriburuuu 2019. 12. 9. 19:11

우리는 2층에서 동쪽으로 난 문으로 내려 왔더니, 바로 1층 회랑이었다. 앙코르 왓 1층을 감싼 회랑은 크메르 건축에서 보여주는 최고의 회랑이었다. 사원은 동서남북 방향으로 중앙에 하나씩 출입문을 냈기 때문에, 한 면에 2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졌다. 모두 8개의 큰 그림판을 갖고 있으며, 하나의 판은 동일한 주제로 부조가 장식되어 있다.

 

 우리는 첫 번째로, 동쪽 회랑 북쪽섹션에 서있었는데, 여기서부터 1층 회랑을 한 바퀴 돌아볼 예정이었다. 부조가 있는 여기는 아수라(악신)와 전투에서 승리하는 비슈누를 묘사한 곳으로, 52m 길이로 우유바다 휘젓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부조에는 아수라(악신)와 데바(선신)가 싸우는데, 비슈누가 데바를 도와주기 위해 가루다(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독수리) 어깨 위에서 활을 쏘는 모습이 크게 조각되어 있었다. 결국 데바가 이겼다.

 

<동쪽 회랑 북쪽쎅션의 가루다 위에서 활을 쏘는 비슈누 부조>

 

<동쪽 회랑 북쪽쎅션의 아수라(악신)와 데바(선신)이 전투하는 모습 부조>

 

 

 다음은 두 번째로, 북쪽 회랑 동쪽섹션이었다. “바나(악마왕)와 전투에서 승리하는 크리슈나를 묘사한 것으로, 회랑의 길이는 66m이다. 바나는 2륜 전차를 타고 있으며 수많은 팔에 칼을 들고 전투를 지휘하였다. 크리슈나(비슈누의 아비타)는 가루다 어깨 위에서 활을 쏘고 있었다. 바나가 전투에서 패하지만, 죽음으로 응징하지는 않았다. 크리슈나가 카일라 산에 사는 시바를 찾아가 바나를 살려달라고 요청해서 목숨만은 유지하게 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북쪽 회랑 동쪽쎅션의 팔이 많은 악마왕 바나가 2륜차를 타고 전투하는 부조>

 

<북쪽 회랑 동쪽쎅션의 크리슈나(비슈누의 화신)가 가루다 위에서 활을 쏘는 부조>

 

북쪽 회랑 동쪽쎅션의 카일라산에 사는 시바 부조>

 

 이어서 세 번째로, 북쪽 회랑 서쪽섹션이었다. “데바(선신)와 아수라(악신)의 전투를 묘사한 것으로, 회랑의 길이는 94m이다. 우유바다 휘젓기를 통해 얻은 암리타(불로장생약)를 놓고 데바와 아수라가 다시 전투를 벌인다는 힌두신화의 내용으로, 데바가 승리했다. 여기에는 특별한 것은 없고, 모두 21개의 힌두 신들이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북쪽 회랑 서쪽쎅션의 데바(선신)와 아수라(악신)의 전투 장면 부조 1>

 

<북쪽 회랑 서쪽쎅션의 데바(선신)와 아수라(악신)의 전투 장면 부조 2>

 

 다음은 네 번째로, 서쪽 회랑 북쪽섹션이었다. 여기는 힌두교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의 마지막 장인 랑카의 전투를 묘사하고 있었다. 길이 51m의 회랑은 사실적인 전투장면이 압권이었다. 라마가 그의 아내인 시타를 구하기 위해 랑카(오늘날의 스리랑카)에서 라바나(10개의 머리와 20개의 팔을 가진 랑카의 왕)와 전투를 벌려 아내를 찾아오는 내용이었다. 하누만(원숭이 장군)이 라마를 도와 전쟁에 승리하는데, 회랑의 중간에는 하누만 어깨 위에 올라간 라마가 활을 겨누고 있는 조각이 보였다.

 

<하누만(원숭이)장군 어깨 위에서 활을 쏘는 라마 부조>

 

<서쪽 회랑 북쪽쎅션의 하누만 장군의 부하인 원숭이들 부조>

 

 이어서 다섯 번째로, 서쪽 회랑 남쪽섹션이었다. 이곳에는 힌두교 대서사시 중의 하나인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쿠룩세트라 전투를 묘사하고 있었다. 이것은 북인도 쿠룩세트라에서 BC 1400년경에 실제로 있었던 사촌형제인 두 왕자 집안의 18일간 전투를 그리고 있었다. 회랑은 49m의 길이로 카우라바 군대와 판다바 군대가 양방향에서 진격해와 중간에서 치열한 전투가 이루어졌다.

 

 비슈누의 화신인 크리슈나는 판다바 군대를 이끄는 아르주나를 돕는데, 아르주나가 타는 마차를 몰고 있었다. 피를 나눈 사촌형제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승리를 앞둔 아르주나는 전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는데, 마부로 변한 크리슈나가 삶과 죽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과 정의(다르마)가 중요하다.”고 말해 아르주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서쪽 회랑 남쪽쎅션의 사촌형제간의 다툼인 쿠룩세트라 전투 장면 부조 1>

 

<서쪽 회랑 남쪽쎅션의 사촌형제간의 다툼인 쿠룩세트라 전투 장면 부조 2>

 

 다음은 여섯 번째로, 남쪽 회랑 서쪽섹션이었다. 91m의 길이로 앙코르 왓을 건설한 수리야바르만 2세의 군대 행렬을 묘사하고 있었다. 군사행렬은 말과 코끼리를 탄 지휘관들을 따라 창과 방패로 무장한 보병이 질서정연하게 행군하고 있었다. 군대행렬의 중앙에 있는 코끼리를 타고 있는 인물은 수리야바르만 2세였다. 다른 지휘관보다 크게 조각돼 있고, 파라솔이 여러 개 그를 감싸고 있는 내용이었다.

 

<남쪽 회랑 서쪽쎅션의 코끼리를 타고 가는 수리야바르만2세 부조>

 

<남쪽 회랑 서쪽쎅션의 크메르제국(수리야바라만 2세) 군대행렬 부조>

 

 이어서 일곱 번째로, 남쪽 회랑 동쪽섹션이었다. 66m 길이의 회랑으로 야마의 판결, 지옥과 천국을 묘사하고 있었다. 물소 위에 앉아 있는 죽음의 신인 야마는 팔이 18개인데, 팔들은 지휘봉을 들고 판결을 내리느라고 분주하다. 상단은 압사라가 춤을 추고, 가루다가 궁전을 호위하며 안전과 평화를 누린다. 이에 반해 하단의 지옥은 나락으로 떨어져 고문 받는 모습이었다.

 

<남쪽 회랑 동쪽쎅션의 팔이 많은 야마가 바쁘게 판결을 내리는 부조>

 

 끝으로, 동쪽 회랑 남쪽 섹션이었다. 49m 길이의 회랑으로 우유바다 휘젓기를 묘사하고 있었다. 이것은 힌두성전 중의 하나인 바가비타 푸라나에서 말하는 우주 창조신화를 다루고 있었다. 데바(선신)와 아수라(악신)가 힘을 합쳐 1,000년 동안 우유바다를 휘저어 불로장생약인 암리타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회랑의 중간에는 회전축의 중심역할을 하는 만다라 산과 비슈누(팔이 4개인 커다란 부조)조각되어 있었다. 비슈누 아래쪽엔 그의 화신인 쿠루마(거북이)가 만다라 산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었다. 회랑의 중심에 있는 비슈누의 왼쪽에는 92개의 아수라가, 오른쪽에는 88개의 데바가 비수기(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뱀) 몸통을 돌리고 있었다. 비수기 머리 부분은 아수라들의 왕 바나가, 꼬리 부분은 하누만(원숭이 장군)이 각각의 무리를 지휘하고 있었다.

 

<동쪽 회랑 남쪽쎅션의 우유바다 휘젖기의 중심에 선 비슈누 부조>

 

<우유바다 휘젖기의 중심(비슈누), 머리(악마왕 바나), 꼬리(원숭이장군 하누만)부조>

 

 

 우리는 1층 회랑을 한 바퀴 돌고나니, 일행들이 올 시간(15:00)이 되었다. 우리는 1층 출입구에 앉아서 기다리고, 룸메이트는 일행들과 만날 장소인 해자를 건너 나가 다리로 갔다. 오랫동안 기다려도 일행들이 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사람이 다시 일행을 맞으러 인공연못으로 갔으나, 모두가 함흥차사였다.

 

 내가 다시 확인하러 갔는데, 일행은 인공연못 부근 가게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들은 16시가 되어서야 사원으로 들어왔다. 일행과 합류한 우리는 안내자의 안내로 1층 서쪽 회랑 북쪽 섹션의 랑카 전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누만이 이 전투에 참가했기 때문에 원숭이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결국 1층 회랑의 8섹션 중 1섹션만 보고 끝이었다.

 

 그는 일행을 안내해 2층으로 올라가서 여기저기를 설명해주었으나,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는 일행을 안내해 2층에서 3층 중앙 성소로 가는 계단으로 갔다. 그러나 그새 많은 관광객이 들어와 입장하려는 줄이 엄청 길었다. 나는 3층에 올라가고 싶지 않아, 혼자서 1층 회랑의 부조를 다시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있어 아직까지 보지 않은 2층 회랑을 돌았다.

 

2층 회랑은 1층과 같은 힌두교 대서사시나 신화 내용이 아니라, 압사라를 장식했다. 얼굴, 장신구, 춤추는 동작 등을 모두 다르게 조각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십자형 회랑은 전체적으로 밭전 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회랑을 구분하는 사각형 공간을 깊게 파서 물을 채웠다고 한다. 중앙 성소로 향하기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한 의식을 행했던 곳이었다. 2층 남쪽 회랑에는 아유타야(태국)의 지배를 받으며, 불교사원으로 전환되면서 불상을 안치했다. 하지만 현재는 불상 몇 점과 부서진 불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전에는 물이 있었다는 앙코르 왓 2층 모습>

 

<앙코르 왓 2층에 있는 불상 1(아유타야와의 전쟁에서 패해 불상을 모심)>

 

<앙코르 왓 2층에 있는 불상 2(아유타야와의 전쟁에서 패해 불상을 모심)>

 

<앙코르 왓 2층에 있는 불상 3(아유타야와의 전쟁에서 패해 불상을 모심)>

 

<앙코르 왓 사원구역 안에 있는 동쪽 장경고>

 

<앙코르 왓 사원구역 안에 있는 서쪽 장경고>

 

 나는 일행을 만나러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으로 갔으나, 일행들은 아직 줄을 서 있었다. 특별히 더 갈 곳이 없었다. 계단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일행 중 3층으로 올라가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이곳의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경사도가 다양했다. 아마 일반인이 오르내리는 것과 신과 동일시 되는 왕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다른 것 같았다. 일행들이 3층에 올라갔다가 금방 내려왔다. 그곳에서 특별히 오래 구경할 거리가 없었던 같았다.

 

<앙코르 왓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다양한 형태들 1>

 

<앙코르 왓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다양한 형태들 2>

 

<앙코르 왓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다양한 형태들 3>

 

 

일행이 다 모이자, 동문으로 나오는데, 원숭이들이 여러 마리 보였다. 동문은 처음부터 고푸라는 있었으나, 해자를 건너는 다리는 없었다. 그러나 동쪽 출입구는 유적복원공사를 하면서 새로 만들어서 현재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다. 일행은 해자 건너에 와 있는 툭툭이를 타고 가다, 해자 동쪽과 남쪽이 겹쳐지는 곳을 조금 못가서 일몰을 보았다. 거기서 호텔을 지나, 저녁을 먹을 식당(코렌 레스토랑)으로 갔다.

 

<앙코르 왓 동문으로 가다 본 원숭이 모습 1>

 

<앙코르 왓 동문으로 가다 본 원숭이 모습 2>

 

<동문 쪽에서 본 앙코르 왓 모습>

 

<해자를 건너자 마자 사원 쪽에 있는 고푸라>

 

<앙코르 왓 동쪽 및 서쪽 해자와 석양의 조화>

 

<앙코르 왓 동쪽 및 남쪽 해자와 해넘이 풍경 1>

 

<앙코르 왓 동쪽 및 남쪽 해자와 해넘이 풍경 2>

 식당은 엄청나게 컸으며 서양인,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각 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저녁을 먹으면서 압사라 민속공연을 관람(20:00) 했다. 여행사에서 잡아 논 자리는 한 중간은 아니었으나, 중앙에서 약간 비켜난 제일 앞자리여서 그런대로 좋았다. 공연은 캄보디아 전통악기의 반주 속에 전통무용, 고기잡이 무용, 압사라 춤 등이었다. 일행은 처음 보는 민속공연이라 재미있게 보았다. 공연이 끝나자(20:30) 일부는 시장 및 마사지를 받으러 가고, 남은 일행은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씨엠립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본 압사라 공연 연주자들> 

 

<압사라 공연 전의 민속춤>

 

<압사라 공연 전에 남여 혼무의 고기잡이 춤>

 

<압사라 독무>

 

<압사라의 남여 2인 혼무>

 

<압사라 7인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