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은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180Km 떨어져 있으며 해발768m의 분지로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인구 280만 명)다. 서늘한 고원기후 덕분에 20세기 초부터 피서지 및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연 평균기온 22도로 아침저녁엔 서늘하며 화산관광, 온천체험, 쇼핑,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네덜란드 지배시절엔 유럽분위기가 물씬 풍겨 “자바 섬의 파리”로 불리기도 했단다.
미인의 고장이자 상업도시인 반둥은 광활한 녹차 밭이 조성되어 있으며 고랭지 채소도 재배된다. 교통이 혼잡하고 우기엔 배수문제로 물난리를 치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최고 공과대학과 최초의 사립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이 많아 교육의 도시, 학생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또한 1955년에는 “비동맹 국가회의”가 열렸을 정도로 세계사적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번 여행은 짧은 기간에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2곳(족자카르타, 발리)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호텔을 옮겨야 했다. 오늘은 6시부터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한 후에 호텔을 출발(07:20)했다. 먼저 찌아뜨르 온천으로 향했으나 가는 길에 멋있는 차밭이 있었다. 일행은 너나할 것 없이 차밭으로 발길을 옮겨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차밭은 언덕 위에 넓게 펼쳐저 있어 보기 좋았으나, 차나무는 오래된 고목이고 지금은 제철이 아닌지 잎은 억새보였다.
<찌아뜨르 온천 가는 길에 있는 차밭 풍경 1>
<찌아뜨르 온천 가는 길에 있는 차밭 풍경 2>
차밭에서 10분 정도 달려 찌아뜨르 온천(Air Panas Ciater)에 도착(09:55)했다. 이 온천은 반둥에서 북쪽으로 32Km 떨어진 곳으로 땅꾸만 뿌라후 화산에서 북서쪽으로 8km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온천의 발원지는 화산 분화구로 유황온천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온천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본 다음 온천수영장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비싸다.
일행은 온천수영장에 들어가지는 않고 각각 추억을 남긴 후, 노천탕에서 족욕을 했다. 대부분의 일행은 돌로 쌍아서 물을 받아 놓은 노천탕에 빙 둘러앉아 발을 담그고, 일부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러 명이 둘러앉아 있던 곳보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더 뜨거워서 좋았다고 했다. 30여분 후에 올라오다 보니 현지인 아주머니들도 위에서 족욕을 하고 있었다.
<찌아뜨르 온천장 풍경 1>
<찌아뜨르 온천장 풍경 2>
<찌아뜨르 온천장 풍경 3>
버스는 일행을 내려준 곳에서 위쪽으로 조금 올라간 주차장에 있었다. 주차장 한쪽에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파는 물건은 대부분 파인애플이었다. 화산재에서 자란 것이라 인도네시아는 물론 세계 어느 곳의 것보다 맛있다고 했다. 길자씨가 파인애플을 흥정해서 샀는데 손질을 하는 아저씨의 손길이 예술리었다. 다들 구경을 하고 하나씩 사 먹었다. 아마 그 사람은 무슨 일인가 했을 것이다. 나도 먹어보니 지금껏 먹어본 파인애플 중 최고의 맛이란 생각이 들었다.
<찌아뜨르 온천 주차장부근의 파인애플 가게>
온천마을에서 8Km 떨어진 땅꾸반 뿌라후 화산을 찾았다. 이곳은 해발 2,084m로 현재 언제 폭발할지 모를 휴화산이지만 1829년부터 1929년까지 6차례 폭발한 곳이다. 반둥지역의 언어인 순다어로 “땅꾸반은 뒤집다, 뿌라후는 배”라는 뜻이다. 멀리서 보면 뒤집힌 배 모양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 분화구 쪽으로 가자 커다랗게 입을 벌린 분화구에서 흰 수증기가 하염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수증기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심하게 요동쳤는데 지독한 유황냄새가 코를 자극시켰다. 바람은 어찌나 세게 불던지 모자 끈을 바짝 조여매고 옷깃을 여미었는데도 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땅꾸반 뿌라후 화산 분화구 풍경 1>
<땅꾸반 뿌라후 화산 분화구 풍경 2>
<땅꾸반 뿌라후 화산 분화구 풍경 3>
안내소에 들어가 팸플릿을 가지고 나오며 나무들을 보니 이곳의 바람세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지대이기도 하지만 바람 때문에 나무들의 키가 난쟁이를 닮았어도 나이는 많아 보였다. 이곳에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분화구를 도는 길을 따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을 이었고, 가는 곳마다 물건을 들고 관광객을 쫓아다니는 상인들도 많이 보였다.
<키는 작지만 나이를 먹은 나무들>
<땅꾸반 뿌라후 화산 주변 풍경 1>
<땅꾸반 뿌라후 화산 주변 풍경 2>
<땅꾸반 뿌라후 화산 주변 풍경 3>
<땅꾸반 뿌라후 화산 주변 풍경 4>
화산지구를 나와 마라바야 폭포를 찾았다. 제주도 천지연 폭포가 장마철의 강 물줄기 같다면, 이것은 가물 때 조금씩 나오는 수도꼭지라면 지나친 비유일까. 길이가 짧고 물이 더러워 보였다. 당초 계획되었으나 시간이 없어 가지 못한 딸기농원에 가는 것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주위에 장식해 논 선인장 화분이 아름다웠다.
<마라바야 폭포 1>
<마라바야 폭포 2>
<폭포 주위에 전시한 선인장 화분들>
<폭포 주변의 농가 마당 풍경>
일행은 반둥으로 나와 점심을 먹은 다음 가롯으로 방향을 잡았다(14:00). 인도네시아는 우리처럼 도로변에 휴게소가 없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주유소에 들려야 했다. 주유소는 그 규모가 컸으며 화장실이 남녀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인원이 동시에 볼일을 보기 위해서는 작은 전쟁을 치루는 기분이었다. 더구나 어쩌다 무료인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화장실은 유료(1,000~2,000루피아)여서 시간이 더 걸렸다.
3시간을 열심히 달린 끝에 가롯의 숙소인 아우구스타(Augusta)호텔에 도착(17:00)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쩐지 허전했다. 침대는 2개이나 옷장엔 옷걸이가 없고 TV도 조그만하며 리모컨도 없었다.
<가롯의 숙소인 아우구스타호텔>
식사 후 휴게실에 나가 일행 몇 명과 과일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방에 들어와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고, 내일 것도 살펴보았다. 그 때 어디선가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일행을 환영하는 불꽃놀이라고 좋게 생각하며 꿈나라를 찾았다(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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