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2013.01.07-24)

브로모 화산 등 관광

boriburuuu 2016. 3. 7. 00:31

쩌모로 라왕마을의 호텔에서 숙박한 일행은 새벽 2시경에 일어났다. 나는 간단히 세면을 마친 후 빵으로 요기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부터 쁘난자칸산(2,706m) 일출전망대 입구까지는 지프로 가야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그러나 사전에 따뜻한 옷을 입도록 정보를 준 덕분에 별문제 없이 높은 언덕을 올랐다. 지프 주차장에서 하차(03:50)한 우리는 일행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캄캄한 밤이었고 비포장도로라 비로 파인 곳이 많아 걷기 쉽지 않았다. 나는 메고 다니는 작은 가방에서 전등을 꺼내 켰으나 다른 4명은 호텔에 놓아두고 지금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사전에 정보로 주어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전등에 의지하여 일행 제일 앞에서 걸어갔다. 10분 이상 걸었을 때 시멘트로 의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 보였다. 어떻게 보면 흙이 무너지지 말라고 만든 보호벽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이 일출전망대였다. 인도 동북부 다르질링의 일출전망대는 커다란 건물(2층)로 되어 있었는데 그곳에 비하면 말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우리보다 먼저 올라와 일출을 기다리는 외국인이 있었다. 일행 외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 자리다툼을 하는 일은 없었다.

 

 검은 구름이 하늘 일부를 가리며 계속 움직이고 있어 일출을 보지 못할까봐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일행에게 행운이 따른 것일까. 동쪽의 구름이 살짝 밀려나며 그 틈새로 붉은 기운이 비치더니 해님이 웃으며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사위(四圍)가 훤해지며 전망대 앞쪽의 바똑산과 흰 연기를 뿜어내는 브로모산이 자태를 나타냈다. 모두 숨소리 하나 없이 카메라 누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쁘난자칸산 전망대에서 본 일출 1>

 

<쁘난자칸산 전망대에서 본 일출 2>

 


  이젠 하산해서 화산으로 갈 차례였다. 되돌아와 지프를 타고 내려오는데 이곳에도 집들이 여러 채 있었다. 집들은 80도 정도의 급경사로 찰쌓기로 돌담을 쳤으며 가로등이 없는 대신 집집마다 앞에 불을 켜서 관광객을 반기고 있었다. 해발 약 2,500m의 고지대라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을에서 올라오던 길과 갈라져 절벽 낀 비탈길을 내려오자 모래바다가 펼쳐졌다. 2,000m가 넘는 고지대에 사막이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화산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잿빛 모래바다였다. 사막을 2분쯤 달리자 각종 차량들이 멈추어 있고 관광객을 태워주는 말과 마부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하차하자 마부들이 100,000루피아라는 종이를 들고 여러 명이 달려왔다. 브로모 화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까지 왕복으로 태워주는 가격이었다.

 

<모래바다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말과 마부들>

 


<모래바다 위의 풍경>

 

 

 주차장에서 브로모 화산까지는 2.5Km정도로 걸어서 약 30분 소요된다. 우리 5명 중 4명은 말을 골라 타고 나는 걸어서 화산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쌓여진 화산재로 인해 발이 푹푹 빠져 걸어가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일행은 행운의 날을 잡았다. 엊저녁에 비가 내려 화산재 모래를 다져놓아 걸어도 발자국만 겨우 날 정도이고 빠지는 일이 없었다. 말을 타고 가는 사람도 마부가 앞에서 고삐를 잡고 걸어가므로 사진을 찍으며 가는 나와 속도가 비슷했다.

 

<말을 타고 출발하려는 일행>

<말을 타고 브로모 화산 앞까지 가는 일행>

 

 

 바똑산 앞에 흐르는 개울 옆 사막 한가운데는 힌두사원이 비바람과 화산재를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지 양쪽 입구의 철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아마 1년에 몇 번씩 신께 제사를 지내는 곳 같기도 했다. 물이 흐르지 않는 외나무다리가 놓인 개울을 건너자 강파른 오르막이었다. 거기서부터 500m쯤 오르면 말에서 내려 걸어가 계단을 오르는 곳이었다. 이곳에도 노점상들이 먹을 것과 제물 등을 팔고 있었다.

 

<바똑산 앞 사막 한 가운데 꿋꿋이 서 있는 힌두사원 원경>

 

<힌두사원 정문에 굳게 닫힌 철문>

 

<바똑산 앞 사막 한 가운데 꿋꿋이 서 있는 힌두사원 근경>

 







<외나무다리를 건너면 강파른 언덕이 나오고>

 

<외나무다리를 건너 언덕을 올라가는 관광객들> 

 

<화산으로 가는 언덕을 걸어서올라가는 현지인 관광객들>

 

<말을 타고 화산으로 감>

 

<말에서 내려야 하는 계단 앞 풍경>

 

<브로모 화산으로 오르는 계단의 깨끗한 모습>

 

<계단 앞에서 본 바똑산과 주위 풍경>

 

<걸어서 브로모 화산을 오르는 현지인 남여 3쌍>




 브로모 화산(Gunung Bromo)은 수라바야 남쪽 국립공원 칼데라에 있었다. 활화산으로 해발 2,392m이며 자바 최고봉인 스메루산 보다는 낮지만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신의 산”이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말에서 내린 동료와 249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바람이 화산을 오르는 길 쪽으로 불면 말을 타는 곳부터 유황냄새가 진동하고 화산재가 날려 마스크를 하고 선글라스를 써도 힘들단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이 반대쪽으로 약하게 불어 유황냄새와 화산재가 날리기는 고사하고 계단도 노랗게 칠한 색이 선명히 보일정도로 좋았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바로 앞에 브로모 화산 분화구가 나타났다. 백두산이나 한라산 등 휴화산의 분화구는 많이 보았지만 활화산의 분화구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이 겨우 피해 다닐 수 있는 분화구 언덕가장자리에서 분화구입구까지는 약 70~80도 급경사이고, 거리는 약 200~300m 되었다. 흰 연기가 나오는 분화구는 검은 색을 띄고 있었으며, 그 깊이는 알 수 없었다. 계단 좌우로 약30m 를 지나면 어떤 안전장치도 없어 발을 헛디디면 분화구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브로모 화산(활화산) 분화구 모습>

<브로모 화산 분화구 우측 벽면 모습>

 

<브로모 화산 좌측 벽면 모습, 하얀 연기가 이쪽으로 올라감>

 

 

 분화구에서는 유황냄새가 나는 하얀 연기가 하염없이 쏟아져 나왔다. 만약 저것이 계단 쪽으로 온다면 화산재와 유황가스냄새로 이곳에 오래 있지 못하리라. 일행을 포함한 관광객들은 분화구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주위를 둘러보며 활화산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분화구 안은 지름이 약 200m이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분화구 가장자리는 동서로600m, 남북으로 800m정도 되었다. 가장자리 중에는 계단 있는 곳이 가장 낮았고 그 반대편이 제일 높았다.

 

<브로모 화산 분화구에서 내려다본 풍경 1>

 

<브로모 화산 분화구에서 내려다본 풍경 2>

 











<하염없이 하얀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브로모 화산 분화구 1>

 

<하염없이 하얀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브로모 화산 분화구 2>

 

<하염없이 하얀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브로모 화산 분화구 3>

 

<하염없이 하얀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브로모 화산 분화구 4>

 

<하염없이 하얀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브로모 화산 분화구 5>

 

<브로모 화산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일행은 오늘 운이 기막히게 좋았다. 구름 낀 날씨임에도 그 틈새로 이곳의 일출을 보았다. 또한 화산재와 유황냄새 때문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도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 분화구를 아무것도 쓰지 않고 마음대로 찍으며 즐겼다. 어디 이뿐이랴. 나를 포함한 일행 중 5명은 화산재로 발이 빠져 걷기 힘들다는 모래밭을 걸어서 브로모 화산까지 갔다 내려왔다.

 

<말을 내린 곳에서 올려다본 계단 모습>

 

<브로모 화산에서 내려오는 자기 손님을 기다리는 마부들>

 

<말을 내린 곳에 비친 화산 분화구 주변의 그림자>

 

<말을 내린 곳에서 내려다본 풍경>

 


 

<브로모 화산 언덕을 내려와 올려다본 풍경>

 

 

 내려올 때 다시 살펴보았지만, 황량한 모래밭을 지키며 덩그러니 놓여 있는 힌두교 사원이 쓸쓸해 보였다. 약 600년 전 힌두왕국인 마자빠힛 제국이 이슬람 세력에 밀려 붕괴되자, 그 때 힌두교도 일부인 떵게르족이 이곳 고지대로 피해와 작은 왕국을 건설했다고 한다. 아마 이 사원도 그들이 세운 것이 아닐까.

 

<화산에서 내려오다 다시 본 모래바다의 힌두사원 모습>

 

<사원 뒷 쪽 철문도 굳게 닫혀있고>

 

 

 일행이 하산을 마치자 화산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는 온 길을 되짚어 갔으며 숙소로 가는 길목이었다. 역시 전망이 좋았다. 주름치마 바똑산과 하얀 유황연기를 뿜어내는 브로모산 및 중앙 멀리에서 잿빛 연기를 토해내는 스메루산이 잘 보인다는 곳이었다. 그러나 제일 가까운 사화산인 바똑산과 방금 다녀온 활화산인 브로모산은 잘 보였으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활화산인 스메루산은 구름에 가려 정상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화산 삼형제 가운데 바똑산의 음영이 신비로우면서 아름다웠다.

 

<화산 전망대에서 본 화산 삼형제 : 바똑산, 브로모산, 스메루산>


 일출 및 화산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방에서 곰팡이 냄새가 확 풍겼다. 엊저녁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코를 박고 잠을 잘 잤는데. 여기는 식당이 따로 없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여 방마다 날라다 주었다. 메뉴는 볶음밥이고 후식으로 커피를 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출발(09:50)해서 수라바야로 향했다.

 

 수라바야로 가는 길도 족자에서 이곳으로 오던 풍경과 비슷했다. 들판에는 벼가 익어가기도 하고, 모를 갓 심은 논도 있었다. 수라바야는 동부 자바의 주도이자 인도네시아 제 2의 도시이다. 자바 섬 북동쪽에 있는 항구도시로 전략적 위치상 2차 세계대전 전에는 네덜란드 해군기지였고 현재는 인도네시아 해군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직물, 기계, 선박, 정유 등 각종 공업이 발전하여 인도네시아 중요공업도시의 하나였다.

 




 타고 온 버스는 족자의 것이라 기사가 수라바야의 길을 잘 몰라 택시 한 대를 불러 안내를 받으며 수라바야의 시나르(Sinar) 호텔에 도착(14:10)했다. 그리고는 족자로 돌아갔다. 대장은 방 배정을 하기 전에 "족자에서 일행 중에 식사를 만들어 먹으면서 하수도가 막혀 문제가 생겼다"며 여기서는 절대로 그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했다. 혹시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봉지를 가지고 나와 밖에 버리라고 했다.

 

<수라바야의 시나르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