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자고 예약했던 게스트하우스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우버를 부르기 힘들어서 호스텔 아가씨에게 부탁했는데 다른 숙소로 옮기겠다고 하나 표정이 좀 좋지 않다. 택시에서 내렸는데도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영어로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지나가는 청년에게 전화를 부탁하니 참 열심히 찾아주었다. 주인 남자는 3층까지 짐을 들어다주고 주방도 사용하라고 했는데 방 3개를 세놓는 집인것 같았다. 우리 방은 욕실과 화장실도 별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느낀건데 러시아 남자들이 무뚝뚝해 보여도 정말 배려심이 많고 친절했다. 마초 기질이 강하다고나 할까?
매월 목요일은 에르미타쥐 박물관이 무료입장이어서 서둘러 갔는데 벌써 줄이 너무나 길다.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쥐는 프랑스어로 은둔지라고 한다. 예카테리나 대제 때부터 수집하기 시작해 19세기 말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 예카테리나 대제는 독일 귀족가문 출신으로 표트르 3세와 결혼해 무능한 남편을 제거하고 스스로 황제에 오른 후 유럽 문화를 도입해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녀는 200여점의 귀한 명화를 구입한 후 보관하기 위해 겨울궁전 옆에 별관을 세운 후 에르미타쥐라 명명했다.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모두 구입한 예술품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황금 공작 시계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금으로 만든 공작 1마리와 수탉, 올빼미, 다람쥐가 장식되어 있는 시계로 작동시키면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오며 공작이 날개를 펴고 수탉이 운다고 한다. 특별한 행사 때만 작동 시킨다고 한다. 18세기 러시아 장군이자 외교관인 포템킨이 런던에서 구입해서 예카테리나 대제에게 선물한 것이라는데 그는 에카테리나 대제의 애인이었다고 한다. 18세기 영국의 기계공학자 제임스 콕스 작품으로 엄청 정교하고 화려하다.
붐비기전에 우선 다빈치의 작품을 보러갔다. 두 점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성모자상이다. 이 그림들도 미완성으로 남겨서 제자들이 완성했다고 한다. 먼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리타의 마돈나>는 시체 해부에 몰두해서 인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힘썼던 제1 밀라노 시기에 그렸던 그림으로 사실적인 묘사와 원근법을 충실히 반영한 역작이다.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빨강과 카톨릭 교회를 상징하는 파랑의 옷을 입고 지긋이 아기를 바라보며 수유하는 성모와 의젓한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수의 모습은 구세주임을 암시한다. 성모 좌우에 나있는 창은 안정감을 주고 창에 먼 산과 구름을 표현해 원근감을 주었고 성모와 예수의 누드는 음영의 섬세한 배분으로 사실감과 입체감을 더하여주고 있다.
아기 예수가 잡고 있는 종달새는 예수의 죽음을 상징하는데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종달새가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주위를 맴돌다가 머리에 앉아 가시를 뽑았는데 예수의 피가 새의 머리에 튀어 종달새 머리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는 설화가 있어 종달새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상징하게 되었다. 원래 그림을 소유했던 리타는 마지막까지 이 그림을 내놓기 아쉬워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라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베느와의 성모자>다. 1478년.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꽃이나 고양이와 같은 매개물을 그려서 서로의 애정 교류를 표현하고, 회화적인 표현으로 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흰 꽃도 그와 같은 애정의 교류물로서 소녀와 같은 성모와, 그의 동생과 같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기 예수의 얼굴은 이상 하리만큼 커서 성모의 얼굴과 별로 다를 바 없을 정도이다. 두사람은 성모자 이기보다는 남매와 같은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 같다. 미완성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나, 배경의 공허한 느낌이나 색채의 변화가 없는 것이 눈에 띈다. "리타의 성모"처럼 소유자 이름을 붙여 "베누아의 성모"로 불리는 이 그림은 현존하는 레오나르도의 결코 많지 않은 확실한 진품의 하나이다. 성모의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표현된 것은 그만두더라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위대한 화가가 이탈리아 회화에서 처음으로 모자의 일체감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이 작품으로 레오나르도는 15세기 리얼리즘의 성과를 마무리짓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의 새로운 통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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