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얀 브뤼헐은 루벤스의 공방에서 작업하면서 서로 친분을 쌓아갔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그가 인간의 오감,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을 주제로 하여 루벤스와 공동 작업한 그림들의 일부가 걸려 있다. 이 그림들 속에 빼곡한 갖가지 사물들은 정물화의 거장인 (대)얀 브뤼헐이 그렸고, 인체 묘사 등은 루벤스가 맡았다. 오감과 관련한 그림들은 농업의 발달과 각종 무역으로 인해 풍요로워진 물질세계에 대한 일종의 예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많은 것들을 탐하는 기쁨은 에로틱한 쾌감에 가까웠기에, 이들 감각을 의인화한 여인은 주로 누드나 반쯤 벗은 몸으로 그려져 있다.
얀 브뤼헐과 루벤스가 공동 작업한 <시각과 후각의 우의화〉다. 1620년경. 말 그대로 눈과 코가 하는 일에 관한 그림이다. 탁자에 기대서서 푸토(putto, 미술 작품 속 날개 달린 귀여운 어린아이의 이미지)가 건네는 향기로운 꽃을 받아드는 여인은 ‘후각’의 의인화이다. 그와 달리 앉아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은 ‘시각’이다. 그림 속 실내에는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 이 빛과 더불어 실내에 가득한 그림은 모두 시각과 관련된 것이다. 그림 오른쪽의 사향고양이는 항문에서 냄새를 풍기는 동물이며, 그 앞의 강아지는 역시 냄새를 잘 맡는 동물로, 여러 꽃들과 함께 후각을 상징한다. 그림 속 그림들 중 오른쪽 귀퉁이에는 두 화가가 함께 작업한 〈성모자상〉이 보인다.
얀 브뤼헐과 루벤스가 공동 작업한 <과일과 꽃으로 둘러싸인 그림 속의 성모와 아기 예수 >다. 1617-1620년.
얀 브뤼헐과 루벤스가 공동 작업한 <청각〉이다. 1616년. 역시 그 감각이 의인화된 여인을 둘러싸고, ‘듣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그려놓았다. 특히 이 그림은 17세기 플랑드르, 네덜란드 지역에서 연주되던 모든 악기들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사료로도 쓰인다. 의자에 기대놓은 사냥총마저도 이 그림에서는 ‘탕!’ 하는 소리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시계들 역시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째깍째깍’이라는 직접적인 감각의 세계를 상징한다.
얀 브뤼헐과 루벤스가 공동 작업한 <후각>이다. 1618년.
얀 브뤼헐과 루벤스가 공동 작업한 <미각>이다. 1618년. 회면 왼쪽의 인물은 '미각'의 의인상으로 사티로스의 시중을 받으며 형형색색의 특이하고 화려한 음식들을 맛보고 있으며 사냥에서 잡은 야생의 먹을 거리와 과일 갖가지 생선 등이 펼쳐져 있다. 얀 브릐헐은 분석적이며 동시에 종합적으로 사물을 묘사했는데 사물의 세부 묘사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얀 브뤼헐과 루벤스가 공동 작업한 <촉각>이다. 1618년. (대)얀 브뤼헐이 묘사한 갖가지 정물들은 그 세부 묘사가 워낙 뛰어나 이미 그림 그 자체로 우리의 오감 전체를 자극한다. 그의 그림들은 단지 보는 것에서 벗어나 손으로 만져질 듯하고, 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며, 툭툭 씹힐 것 같은 식감을 자극하고 입 안 가득히 향기가 번질 듯 치밀하고 사실적이다.
얀 브뤼헐과 루벤스가 공동 작업한 <la vista>다. 1617년.
루벤스의 <세레스와 판>이다. 1620년.
루벤스의 <님프들과 사티루스들>이다. 1615년.
루벤스의 <성 베드로>다. 1610-1612년. 루벤스는 예수의 열두제자를 비롯해 많은 성자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이 작품은 베드로의 초상으로 자신의 신물인 천국의 열쇠를 손에 꼭 쥐고 천상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루벤스의 < 신화적 인물과 마을 사람들의 춤 >이다. 1630-1635년.
루벤스의 <사랑의 정원>이다. 1633년. 〈사랑의 정원〉은 바로 자신과 엘레나 푸르망의 재혼을 기념하여 그린 작품이지만 펠리페 4세가 특히나 좋아한 그림이라고 전해진다. 그림 속 어느 한 구석에서도 직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붓끝이 마치 춤이라도 추듯 꾸불꾸불하게 이어지면서 화사한 색과 함께 화면 곳곳을 누빈다. 이 역동성이 바로 루벤스의 힘이다. 다채로운 색과 반짝이는 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옷차림의 귀족 남녀들이 무리지어 한껏 흥에 겨워 있는 동안 화면 왼쪽에는 춤을 추는 두 남녀가 보인다. 바로 루벤스 자신과 엘레나 푸르망이다. 그림 속 젊은 귀족 여인은 죄다 얼굴이 비슷한데, 당시에 설마 ‘규격형 성형미인’이 존재하지는 않았을 테고, 루벤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아내 엘레나 푸르망의 얼굴을 여러 각도로 그려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돌고래에 앉아 있는 여신상이 보인다. 여신상의 젖가슴은 분수가 되어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다산을 기원하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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