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운남성

8일차 9월 9일 홍토지 탐방

boriburuuu 2016. 10. 2. 17:54

사실 쿤밍이란 도시 자체는 그리 큰 볼거리가 없고 근교로 나가야만 토림이나 홍토지, 석림, 주상 같은 관광지를 만날 수 있어 전용차량이 없이는 여행하기가 쉬운 곳은 아니다. 시내도 넓어서 한시간 거리에 동서남북 끝으로 5개의 터미널이 있어 해당 관광지의 버스를 타는 것도 힘든 정도이다. 오늘 가는 홍토지는 여행책에도 나와 있지 않고 블로그만 보고 가는터라 호텔 직원들에게 가는 교통편을 물었다. 현지 사람들은 잘 안가는지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알려줬는데 서부 터미널이란다. 1번 버스를 타면 종점이래서 아침 일찍 버스에 올랐다(2원).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빨라서 7시인데도 교툥체증이 심해 1시간이 꼬박 걸려 도착했는데 여기가 아니란다. 북부터미널을 알려줬는데 책에도 나와 있지 않아 같은 터미널인가보다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서둘러 택시(44원)를 타고 부랴부랴 도착해보니 다행히 8시 반 법자행 버스(43원)가 있다. 25인승의 낡은 버스로 2시간 정도 가니 휴게소에 세워 주었는데 밀가루빵과 삶은 감자에 그들의 소스를 발라먹는 것이 휴게실 간식의 전부였다. 화장실은 칸막이도 없는 공간에 구멍만 뚫어 놓은 형태였다. 하긴 중국인들이 '시골에서 농사 짓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관광거리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 쯤 더 가니 갑자기 기사가 내리란다. 가방을 들고 내렸는데 집 몇채 있는 곳이어서 우린 아니라며 다시 타려고 했다. 차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ㅛ으면서 여기가 맞다고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 9시 40분에 버스가 오니 타라는 것이다. 한 여자분을 따라가서 방을 보았는데 2인실은 있었으나 3인이 사용할 방은 비좁아 보였고 택시비도 200원을 요구해 우린 돌아보기로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행히 이곳은 삼거리에 해당하는 화석두란 곳이었고 관광하기에 적소여서 앞집에 가보니 1층에 침대가 세개인 넓은 방이 100원밖에 하지 않아 숙소로 정하고 일몰과 일출을 보기로 하고 택시를 200원에 계약했다.

<휴게소 음식들>


<길 가며 본 풍경들>


<홍토지 주인집 아이>



<홍토지 입구>

어차피 일몰을 봐야해서 점심을 먹고 3시쯤 택시에 올랐다. 쿤밍에서 250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홍토지는 말 그대로 붉은 토질을 갖고 있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 알루미늄, 철분이 포함된 토양이 오랜 시간 산화되면서 붉은 색채를 띄게 되었다고 하는데 구릉지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동천의 홍토지는 남미의 볼리비아, 브라질에 있는 여타 다른 홍토지들보다도 훨씬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올수록 색이 붉어져 9-12월이 여행의 적기라고 해서 특별히 이 곳을 찾았는데 메밀 옥수수 등 빽빽히 작물이 심어져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붉은 흙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홍토지위에 작물을 경작하기 시작하면 붉은 토지색과 대비되어 그림같은 풍경 5~6월이면 무꽃, 감자꽃, 보리가 보라색, 분홍색, 푸른색을 내고 9~11월은 메밀꽃, 유채꽃이 하얀색, 노란색을 내며 한폭의 유화같은 풍경을 보여준단다.  쿤밍에서 찾아갈 수 있는 또다른 계단식 다랭이논 지역인 위엔양의 풍경이 남자답다면,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동촨의 밭의 풍경은 교태스러운 여자같다고도 묘사되는데 부드러운 곡선미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도를 따라 월량전, 신전향, 낙하구 등을 돌아보고 홍토지 대관에 가니 유명한 할아버지가 계신다.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하고 왠지 같이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 사진을 청했는데 담뱃대를 무시는 것이나 개를 불러 포즈를 취하는게 남달랐다. 나중에 보니 홍토지 대표 할아버지여서 여러 영상물이나 광고에도 출연하신 분이었다. 우리가 너무 약소한 카메라피를 드렸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일몰을 기다리는데 바닥에 안개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금새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껴서 우린 일몰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할아버지들이 비료푸대에 구멍을 뚫어 비옷 대신 입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수확한 메밀을 탈곡하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과 집 처마에 걸어 놓은 옥수수나 여러 곡식등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기에 잠깐이라도 그렇게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홍토지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본 것으로 안위를 삼기로 했다. 많은 비가 와서 정전이 되고 물런 와이파이도 되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방값과 택시비로 200원을 지출했다.

















<무덤>



<메밀밭과 벌통-옛날 같으면 꿀을 샀겠지>


<고구마 수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