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터키(2014.07.27-08.14)

사프란볼루를 돌아보며

boriburuuu 2016. 3. 6. 17:03

 오늘은 이스탄불을 떠나는 날이라 간단히 아침 산책을 하는데, 한 식당 앞에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가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멀리 이국 땅에 와서 우리 국화를 보는 감흥이 남달랐다. 아침식사는 7시에 했는데, 어제와 비슷했다. 오늘 일정은 6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사프란볼루에 가서 전통시장과 전통가옥을 볼 예정이다. 우리는 호텔을 출발(08:00)해서 2시간마다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두 번째 들린 가니타(Ganita)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주위에 다른 건물들이 없고 휴게소만 외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쩔 수없이 휴게소에서 점심을 사 먹었는데 닭다리 한 개가 12리라였다. 다른 음식점과 같이 빵은 무한정 리필이 가능했다. 휴게소를 출발해서 가는 길에 밀밭과 마을을 보기도 했다.

사프란볼루에 도착(14:20)한 일행은 곧바로 “흐드를륵 언덕”으로 갔다. 사프란볼루(Safranbolu)는 터키 북서 흑해 내륙지방의 도시로서 구석기시대부터 인간이 거주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했다. 이 지역은 예전에 사프란 꽃이 많이 자생한 탓에 도시 이름이 사프란볼루로 되었다고 한다. 오스만제국 때 실크로드의 주요 통과지점이었던 이곳은 17세기에 대상들의 숙소인 “케르반사라이”를 짓는 등 교통의 요충지로 발전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와 실크무역이 쇠퇴함에 따라 이곳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무관심이 오늘날까지 전통가옥과 시장 등을 그대로 보전하게 되어, 차르시마을 전체가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언덕까지는 5분도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일행을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는 조형물이었다. 정상으로 올라가자 시내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함지박처럼 푹 빠진 분지에 붉은색 타일지붕의 오스만 전통가옥 2000여 채가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마을 중앙에는 자미들과 목욕탕, 케르반사라이 등이 웅크리고 있었다.

 

<흐드를륵 언덕에 세워진 차르시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표지판>

 

<흐드를륵 언덕에서 바라본 차르시마을 풍경> 

언덕 위에서 마을의 집들과 골목길을 마음껏 구경한 일행은 정상에서 팔고(3리라)있는 사프란차를 마시기 위해 벤치에 둘러앉았다. 노란 빛이 나는 따뜻한 사프란차가 꿀과 함께 나왔다. 일행은 처음 마셔보는 차의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마셨다. 나는 꿀을 넣지 않고 마셔보고, 넣어서 마셔보기도 했는데 모두 마실 만 했다. 

 

<흐드를륵 언덕 쉼터에 앉아 사프란 차를 기다리는 일행 모습 1> 

 

<흐드를륵 언덕 쉼터에 앉아 사프란 차를 기다리는 일행 모습 2>

일행은 걸어서 시내 쪽 급경사 언덕을 내려와 “아라스타 바자르”를 돌아보았다. 이 시장은 1661년부터 있어온 유서 깊은 곳으로 사프란볼루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규모가 작은 50여개의 목조상가가 포도넝쿨아래 지붕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약간 평평한 곳으로 내려오자 사프란과자를 파는 상점이 있었는데, 점원 아가씨가 다양한 과자를 내놓고 맛을 보라고 했다. 맛을 보니 먹을 만해서 1박스를 샀다.  

 

<흐드를륵 언덕에서 급경사의 언덕을 내려오는 일행> 

 

<언덕을 내려오면서 본 오스만제국의 전통적인 집 모습> 

 

<사프란볼루의 아라스타 바자르 모습 1> 

 

<사프란볼루의 아라스타 바자르 모습 2>

길거리는 좁은 골목길이라도 모두 작은 돌로 포장을 하고 있었다. 일행은 시장을 지나고 목욕탕을 거쳐 숙소인 스페셜호텔에 도착했다. 버스는 호텔주차장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일행은 각자 가방을 찾아들고 배정해 준 방으로 갔다. 

 

<사프란볼루의 돌로 포장된 아라스타 바자르 주변의 작은 골목길>

 

<사프란볼루의 전통적인 오스만제국의 주택 모습> 

 

<차르시광장 앞에 있는 목욕탕>

 그러나 봄누리언니의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이스탄불의 호텔을 나설 때 다른 일행의 가방과 함께 놓은 것 같았다. 알리가 이스탄불의 호텔에 전화를 했더니 그곳에 가방이 있다고 해서, 다음 도착지로 보내달라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곳은 오스만시대의 전통가옥이 주를 이루는 곳이라 새로운 호텔을 지을 수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15:35) 살펴보니 모든 시설이 좋지 않았다. 옷장을 열어보니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러나 어쩌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를 수밖에. 이제부터 저녁을 먹을 때까지는 자유시간이다. 나는 일행 몇 명과 같이 “카이마캄라르 에비 박물관(Kaymakamlar Evi Museum)”을 찾았다. 가는 길을 잘 몰라 목욕탕이 있는 차르시광장에서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친절하게도 박물관이 보이는 곳까지 같이 걸어와 자세히 알려주었다. 우리는 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은 오스만시대의 집 구조를 볼 수 있도록 만든 가옥박물관이었다. 1층은 돌이 깔린 바닥에 농기구를 전시해 놓았으며, 안에는 사프란볼루를 소개하는 영상관이 있었다. 2,3층은 마네킹으로 당시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아 각 방의 용도를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었다. 특히 셀렘륵과 하렘 사이의 회전형 선반이 있어 남자 손님이 왔을 때, 여주인이 얼굴을 보이지 않고 음식을 접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박물관 1층에 전시한 농기구들> 

 

<박물관 건물 2층에 있는 남자들의 공간 셀렘륵> 

 

<박물관 건물 2층의 여자들의 공간인 하렘> 

 

 

 

<박물관 2층에 있는 주방의 각종 요리기구들> 

 

<박물관 건물 2층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장치인 회전형 선반> 

 

<박물관 건물 3층에 있는 가족들의 공간>

이어서 사프란볼루 역사박물관(Safranbolu Historic Museum)을 찾았다. 이 박물관은 목욕탕에서 왼쪽 언덕을 올라가 제일 위에 있는 큰 건물이었다. 지상 2층의 건물이었는데, 전통스타일의 상점과 장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마네킹을 동원해 전시해 놓고 있었다. 오스만시대의 이곳 주민들 생활상을 알기 쉽게 전시해 놓은 것으로 내가 아는 것도 상당히 많았다. 우리는 역사박물관 직원과 사진을 찍고, 박물관 앞에서 시가지 풍경을 감상했다. 

 

<사프란볼루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 1> 

 

<사프란볼루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 2> 

 

<사프란볼루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 3> 

 

<사프란볼루 역사박물관에서 바라본 차르시마을 풍경>

내려오는 길 옆 주택에도 포도넝쿨이 건물 벽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호텔에서 먹지 않고 길 건너 음식점에서 먹었다. 메뉴는 샐러드와 닭고기에 둘러싸인 철판 볶음밥이었다. 닭고기와 밥은 우리의 돌솥 밥 같이 1인분만 별도로 요리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터키 음식이 짜다고 느꼈는데, 이제 적응이 된 탓인지 입에 딱 맞았다. 디저트로는 수박과 멜론이 나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 뒤에서도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일행들이 많이 모여 그들과 어울려 줄기고 있었다. 여기에도 신랑신부는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케이크를 자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하지만 아까 본 결혼식과 비슷해서 다른 일행보다 일찍 방으로 돌아왔다.  

 

<사프란볼루의 오스만제국 전통가옥의 벽을 타고 오르는 포도넝쿨> 

 

<저녁식사로 나온 닭고기로 둘러싸인 철판 볶음밥>

아직 해가 떠 있어 일행 몇 명과 다시 흐드를륵 언덕에 올랐다. 시내가 석양이라 언덕 때문에 그늘이 저서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거나,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것도 나름 좋았다. 이제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낮에 버스를 타고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도 작은 돌로 포장을 했는데, 급경사이기 때문인지 길 복판에는 물이 잘 흐르도록 포장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지에 다다르자 결혼식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은 더위 때문인지 저녁에 식당에서 결혼식을 했다. 신랑신부는 사회자의 지시로 춤을 추고, 하객들은 의자에 앉아 박수를 치며 나누어 주는 음식을 먹었다. 우리는 멋진 구경거리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그들과 사진을 찍고, 나누어주는 요구르트를 마셨다.

 

<사프란볼루에서의 신랑신부 모습>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신랑신부가 춤을 추는 모습> 

 

<결혼식장에서 피에로 분장을 한 여인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일행> 

 

<결혼식장의 하객들 모습>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 뒤에서도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일행들이 많이 모여 그들과 어울려 줄기고 있었다. 여기에도 신랑신부는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케이크를 자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하지만 아까 본 결혼식과 비슷해서 다른 일행보다 일찍 방으로 돌아왔다.  

 

<호텔 뒤에서 있은 결혼식 모습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