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터키(2014.07.27-08.14)

콘야 메블라나박물관을 돌아보며

boriburuuu 2016. 3. 6. 17:12

아바노스의 호텔을 출발(09:00)한 일행은 20분쯤 달리다 어제 점심 때 갔었던 우치하사르 터키석 판매점에 다시 들렸다. 목걸이가 흥정이 잘 돼서 1개 500$씩 4개를 샀다고 했다. 원석을 목걸이로 만들어 오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다. 일행들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마음이 흡족했다.  버스는 2시간을 전후해서 항상 휴게소에 들렸다. 휴게서 안에서 팔찌를 몇 개 샀다. 오늘에 들린 휴게소 앞에는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알리에게 알아보았더니 셀주크시대에 지어진 대상들의 숙소인 술탄 한((Sultan Han)이라고 했다. 아나톨리아 셀주크의 가장 크고 튼튼한 건물로 호기심이 동했다.  밖에서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더니,관광객들이 많이 있었다. 안에는 뜰 한복판에 작은 모스크가 있었고, 왼쪽은 낙타를 매어놓는 곳이었다. 오른쪽은 회랑이었으며, 숙소는 그 안에 있었다. 휴게소 앞에는 터키의 지방자치단체 깃발과 조각이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렸다. 얼마쯤 달리자 길옆에 해바라기가 노란 꽃을 피웠는데 끝이 없었다.

 

<셀주크시대 대상들의 숙소였던 "술탄 한" 정문 모습> 

 

<셀주크시대 대상들의 숙소였던 "술탄 한" 의 튼튼한 옆 모습> 

<"술탄 한" 안에 있는 작은 모스크> 

<셀주크시대 대상들의 숙소였던 "술탄 한" 의 튼튼해 보이는 모습> 

 

<휴게소 앞에 설치된 터키 자치단체의 조형물>

아침에는 해가 났으나 목적지인 콘야가 가까워지자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콘야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호텔 주위는 도로공사중이라 무척 혼잡했다. 일행이 탄 버스도 차들 때문에 한 바퀴를 돌고 와서 호텔에 바짝 붙여 일행을 내려 주었다(13:30). 버스 안에서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월요일이라 박물관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할일 없이 돌아다니다가 백화점에 올라가서 아이쇼핑을 했으나 전통복장들이어서 살만한 물건도 없어 베란다에 있는 커피숍에 가기로 했다. 거기에서 이스탄불에서 온 가족을 만났는데 할아버지가 참전용사라며 차나 아이스크림을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세월호 사건에 대해, 그리고 통일이 되지 않는 이유가 어느 쪽에 있는가 등의 질문을 했다. 대화를 나누다가 박물관 문을 닫지 않았다는 고급 정보를 듣게 되어 작별을 고하고 자미와 박물관으로 향했다.

콘야(Konya)는 이슬람 신비주의 교파인 메블라나(Mevlana)교단의 발생지로, 이슬람 국가로서 터키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란다. 터키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콘야가 융성했던 시기는 13세기였다. 룸 셀주크(아나톨리아 셀주크)가 십자군의 압박을 피해 1134년 수도인 이즈니크에서 콘야로 천도하고서 전성기를 이루었다. 학자들이 모여서 이슬람의 학문과 사상에 관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자미와 신학교가 건립되는 등 학문과 예술이 꽃피던 시기였다. 메블라나 교단의 창시자인 메블라나 젤라레딘 루미(Mevlana Celaleddin Rumi) 역시 그러한 이슬람 사상가 중의 한 명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자미가 생각보다 많고 도시 분위기도 다른 곳과 달리 차분한 곳이었다. 먼저 1567년 오스만제국의 술탄 셀림2세가 지은 셀리미예자미(Selimiye Camii)를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시내 중심가에 있기 때문인지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메블라나박물관 옆에 있는 셀리예미자미 모습> 

 

<셀리예미자미 안의 돔 주위 문양> 

 

<셀리예미자미 안의 풍경> 

 

<셀리예미자미 전경 및 앞 건물의 수도에서 발을 씻는 신도들> 

우리는 자미를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자,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메블라나 박물관(Mevlana Museum)으로 향했다. 이곳은 메블라나 교단을 창시자인 메블라나 젤라레딘 루미의 영묘가 있는 곳이었다. 녹색의 아름다운 원추형 탑은 1396년에 건립한 것이며, 건물은 오스만제국의 쉴레이만대제가 세운 것이었다. 중앙의 탑 아래에는 묘소가 있으며, 그 좌우에는 메블라나의 가르침을 담은 어록이 아랍문자로 쓰여 있었다. 본당에 들어가니 교단 성인들의 관이 줄지어 있는데, 맨 안쪽에 가장 크고 화려한 것이 메블라나의 관이었다. 관 위에 얹혀진 터번은 망자의 지위를 상징한다고 했다.  

 

<메블라나박물관 입구 위의 모습> 

 

<메블라나 건물 입구에 있는 이슬람 글자> 

 

<박물관 중앙탑 아래에 안치된 관 모습> 

 

<박물관 중앙탑 아래의 가장 안쪽에 안치된 메블라나의 관 모습>

 

<메블라나 관 옆의 벽면에 쓰여진 아랍문자들>

무덤 옆에는 메블라나가 사용하던 물건과 셀주크시대의 악기, 옷, 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앙의 사각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상자는 예언자 무하마드의 턱수염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박물관 유리상자 안에 있는 무하마드의 턱수염>

본당 밖에는 수행자들의 거처와 주방 등 부설시설이 있는데, 미니어처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었다. 이곳은 1925년 아타튀르크의 종교분리정책으로 교단이 해산되고, 수행장도 폐쇄되었다가 1927년 박물관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박물관 밖에 있는 수도에서 발을 씻는 신도들> 

 

<박물관 부설시설인 뒷편 건물에 전시한 물품 1>  

 

<박물관 부설시설인 뒷편 건물에 전시한 물품 2>  

메블라나 교단의 선무(禪舞)인 세마(Sema)는 춤을 수행의 한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어 세인의 주목을 받는다. 일명 “수피댄스”라고 불리는 세마는 일반적 의미의 춤이 아니라 신과 합일을 이루려는 종교적 수행이기 때문에 선무라고 한다. 세마를 행하는 사람들을 “세마젠”이라하고, 세마젠을 이끄는 우두머리를 “세이흐”라고 한단다. 이들은 “텐누레”라는 흰옷과 치마를 입는데 이는 상복을 의미하고, 텐누레 위에 “후르카”라는 검정 망토를 걸치고 “시케”라는 갈색 모자를 쓰는데 망토와 모자는 무덤을 의미한다고 한다. 세마의식은 모두 일곱 단계로 진행되는데,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토요일 세마 의식을 한다고하는데 요일이 맞지 않아 보지 못한걸 안타까워 했는데 뜻밖에 마지막날 이스탄불에서 야경을 보러 나갔다가 보게 되어 반가웠다. 

 

<선무를 배우는 모습의 미니어처> 

 

<선무를 배우른 미니어처 옆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 

 

<콘야의 메블라나박물관 전경>

우리는 터키에서 처음으로 우산을 쓰고 알라딘 언덕을 찾았다. 일행의 숙소인 호텔을 지나 똑바로 가니, 알라딘 언덕이 나타났다. 이곳에 도착하자 비가 그쳤다. 언덕 밑에는 전차가 다니고 있었는데, 그 길을 건너자 계단식 분수대 위에 조그마한 탑이 있었다.  우리는 알라딘 언덕 왼쪽으로 향했다. 여기는 공원으로 엄청 넓은 언덕에 나무와 잔디 그리고 꽃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또한 나무그늘에 벤치가 있어서 콘야 시민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즐기기에 최고였다.  

 

<알라딘 언덕의 공원 풍경 1> 

 

<알라딘 언덕의 공원 풍경 2>

우리는 언덕 북쪽에 있는 알라딘자미를 찾았다. 이 자미는 룸 셀주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알라딘 케이쿠바드1세 때인 1221년에 완공되었다. 알라딘의 재위시절이 왕국이 가장 발달한 시기였고, 콘야가 수도였음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자미임을 알 수 있었다.  

 

<알라딘자미 외부 모습> 

 

<알라딘자미의 돔 내부 모습> 

시리아의 건축가가 설계한 자미의 내부에는 50여 개의 기둥이 아치를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기둥의 모양이 제각각인데, 이것은 로마와 비잔틴시대의 건물 기둥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자미의 중심부인 미흐랍이 있었는데,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장식된 대리석 조각이 볼만했다.  

 

<알라딘자미의 다양한 기둥 모습> 

 

<알라딘자미의 아름다운 미흐랍>

자미 뒤에서 보는 시내 풍경이 좋았으며, 그곳에서 만난 현지 주민 가족과 사진을 함께 찍었다. 우리는 알라딘 언덕을 내려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를 돌아보았다. 별로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자미가 3개나 있었고, 경찰파출소의 건물도 자미를 닮은 것이었다.

 

<알라딘 언덕에서 돌아오면 본 콘야 시가지 풍경 1> 

 

<알라딘 언덕에서 돌아오면 본 콘야 시가지 풍경 2> 

 

<이곳의 파출소도 자미를 닮았고>

알리딘 언덕 앞에는 트램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우린 호기심에 경찰에게 트램 요금이나 노선 등에 대해 물어 보았는데 뜻밖에 따라오라며 공짜로 트램을 타게 해 주었다. 6명이나 되는데 매표소 직원에게 말해 주고 돌아오는 길에도 티켓팅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말해 놓겠다고 했다. 뜻밖의 친절에 우리는 트램을 타고 야경을 즐겼으나 몇 정거장 가서 번화가에서 내렸다. 영어가 잘되는 한나샘이 사람들에게 물어서였는데 왜들 그리도 친절한지. 백화점을 둘러보고 일행 중 한 명은 비키니를 구입하고 다시 트램을 타려는데 정말 이야기가 잘 되었는지 매표소 직원이 부르더니 그냥 타라고 했다. 진짜 배낭여행처럼 자유롭게 트램을 타고 길을 물어 돌아다닌 우리는 기분이 업되었는데 이런 친절까지 곁들이니 콘야라는 도시가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