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터키(2014.07.27-08.14)

보드룸 성을 돌아보며

boriburuuu 2016. 3. 6. 17:22

오늘 일정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06:00)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어제 길거리와 해변에 그 많던 인파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빽빽하게 꽂혀있던 비치파라솔들도 모두 주인에 의해 한 곳에 모아지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만이 해변에서 자고 있었다.

해변의 모래는 의외로 딱딱해서 샌들을 신고 걸어가도 발에 모래가 들어오지 않았다. 일행 중에는 벌써 바다에 나와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오늘은 포세이돈 상이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늘에는 어제 갈 길을 제대로 못 갔는지 둥근 달이 중천에 떠 있었고, 텐트 하나 없는 해변은 썰렁한 느낌마저 들었다. 6시 30분이 되자 동쪽 하늘에서 아폴론이 태양을 몰 채비를 끝냈는지,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한 낮에는 태양의 움직임이 무척 둔한 것 같았으나, 떠오를 때는 100m를 뛰는 단거리 선수처럼 초를 다투는 것 같았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 해가 뾰족이 비치더니, 나를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붙잡아 맸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는데, 음식이 적어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다. 아무것이나 잘 먹는 내가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 하랴. 일행은 호텔을 출발(09:30)해서 아름다운 바타(Bata)호수를 보면서, 보드룸 성에 도착(11:40)했다. 일행은 알리의 안내로 보드룸 성 입구를 확인하고, 입장권을 받았다. 개인별로 성을 구경하고 점심을 해결한 후, 15시에 지금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성 입구에는 이곳 출신인 역사의 아버지 “헤르도토스(Herodotos)”의 석상이 한 쪽을 지키고 있었다. “보드룸 성(Bodrum Castle)”은 보드룸을 상징하는 성채로 양쪽에 항구를 거느린 곶의 끝부분에 웅장하게 서 있었다. 

 

로더스 섬에 거점을 두고 있던 십자군 성 요한 기사단이 15세기에 건축했으며, 필요한 석재는 근처의 마우솔로스 영묘에서 충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1522년 오스만제국의 쉴레이만 대제가 성을 장악한 후, 군사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이 적어져 지위를 상실했다. 지금은 해저에서 건져 올린 유물을 전시하는 고고학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10분의 1 크기로 복원한 침몰선, 곡물과 술을 담던 암포라(Amphora), 유리제품, 금박을 씌운 유골, 은화 등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 이곳은 높은 곳이라 보드룸 시내가 잘 보였다. 하얀 건물과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요트가 잘 어울렸으며, 환상적이었다.

 

 

 

 

 

 

 

 

 

이곳은 연합군 성격을 띤 십자군 구성 때문에 이탈리아 탑, 영국 탑, 독일 탑, 프랑스 탑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 탑은 열려있었으나, 다른 나라 탑의 문은 닫혀있었다. 영국 탑에는 사자 머리, 십자군이 입었던 갑옷, 십자군이 사용했던 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외에 뱀 탑과 감옥이 있었다. 뱀 탑 외부에는 뱀이 그려져 있었으나, 안에는 암포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감옥은 성 북동쪽 끝 지하에 있었는데, 너무 어두웠다. 

 

건물 바깥쪽 중 북쪽을 제외하고, 에게해와 접해 있는 3면에는 보초병이 다녔을 것 같은 좁은 길이 있었다. 아마 바다를 감시한 것 같았는데, 한 사람밖에 다닐 수 없었다. 나는 이 길을 한 바퀴 돌았는데, 앞에 사람이 올까봐 조바심이 났다.

 

 

성을 나오면서 1층에 있는 목욕탕과 화장실 등을 둘러보았는데, 상당히 위생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입구를 나오자 일행 대부분이 모스크의 신발장이 있는 그늘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 앉아보니 바닷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고 좋았다.

 

 

일행이 모두 모이자, 알리의 안내로 버스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시장과 버스 터미널을 지나가는 제법 먼 거리였다. 일행은 버스를 타고 성을 출발(15:200했다. 일행에게 내 준 가이드북의 일정표에 “마우솔로스 영묘”를 보는 것으로 되어 있어 그곳으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곳으로 가는 길을 지나, 디딤으로 행하고 있었다. 마우솔로스 영묘는 지진으로 무너져 있는 것을 십자군이 성을 쌓으면서 석재를 모두 가져가 볼 것이 없어서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영묘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했다. 버스는 언덕을 올라오는데 영 시원치 않더니, 결국 고장으로 서고 말았다. 운전기사가 뒤의 엔진을 점검하더니, 어딘가에 급히 전화를 했다. 일행은 나무나 건물의 그늘진 곳에서 기다렸다. 조금 후 부속을 가지고 온 차가 서서 한참 고치더니 시동이 걸렸다. 일행이 마우솔로스 영묘에 가지 않은 시간을 자동차 고장(1시간 10분)으로 보내고 말았다. 일행은 19시에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