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미술관/프라도미술관 34

벨라스케스 시녀들 외

벨라스케스의 이다. 그림 속에 이처럼 시녀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시녀들〉이라고 불리지만, 〈시녀들 및 여자 난쟁이와 함께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로 적혀 있을 뿐이며, 〈벨라스케스의 자화상〉 또는 〈펠리페 4세의 가족〉으로도 불렸다. 〈시녀들〉이라는 제목은 1843년 이후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사실 작품 속 상황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벨라스케스는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를 그리고 있다. 답답하고 지루한 나머지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몸이 움찔거리는 공주를 위해 시종들이 급하게 공주 주위로 몰려들어 달래고 있고, 한 시녀는 공주에게 화장품을 들이밀고 있다. 때마침 공주가 지루한 모델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보기 위해 국왕 부부가 행차했다. 그들의 등장은 거울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볼 ..

엘 그레코 1

엘 그레코의 역량이 고스란히 담긴 이 다섯 작품은 현재 마드리드 마리나 에스파뇰라 광장에 있던 수도사를 위한 아우구스티노 교단 소속 부설 학교 예배당의 제단화로 제작된 일곱 점의 작품 중 일부다. 궁정화가가 되겠다는 야망을 실현하지 못한 엘 그레코는 1596년 이 제단화들뿐 아니라 내부 장식을 위한 조각품 제작도 의뢰받았다. 그는 이전까지 자신이 번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사례로 받고 3년여의 작업 끝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그린 제단화 일곱 점은 나폴레옹의 침략 기간 동안 이리저리 흩어졌다. 이후 이 다섯 작품은 스페인으로 반환되었지만, 여섯째 작품인 〈목자들의 경배〉는 루마니아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일곱째 그림은 소실된 상태이지만 학자들은 그것이 〈성모의 대관식〉을 주제로 ..

엘 그레코

엘 그레코의 다. 1577-79년. 구름과 빛이 가득한 신비롭고도 기이한 배경과 길쭉길쭉하게 늘어진 신체, 화려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이 드는 원색 등은 매너리즘 화가 엘 그레코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 하나님은 죽은 예수의 몸을 받쳐 들고 있다. 그들 주위로 날개 달린 천사들이 마치 새 떼처럼 부산스럽게 모여들고 있다. 염려와 공포 그리고 두려움으로 가득한 이들의 표정은 감상자의 ‘공감’을 자극적으로 유도한다. 축 처진 상태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예수의 몸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시킨다. 노랑, 빨강, 파랑 그리고 초록 등의 생생한 색이 화면 곳곳을 채우는 동안 예수의 피부만큼은 말할 수 없이 창백해 보여 시선을 압도한다. 가슴에서 허리 사이에 난 작은 상처는 십자가 처형 당시의 고통..

로렌조 로토, 안드레아 델 사르토, 루카스 크라나흐

로렌초 로토의 이다. 1523년.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마르실리오 카소티와 그의 부인, 파우스티나는 결혼식의 엄숙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그림을 주문했다. 고대 신화에 나오는 사랑스런 미소를 머금은 천사가 순결을 상징하는 월계수를 조심스레 신랑신부의 어깨 위에 올려 놓고 있다. 여인의 얼굴은 이상적인 모습 대신 개성있는 사실주의적 특징을 보여준다. 세심하게 틀어 올린 여인의 머리는 그 당시 신부들의 전형적인 머리 모양이다. 신랑신부의 야릇한 시선이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로렌초 로토의 이다. 1546년.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이다. 1528년. 화가는 이 주제로 세 작품을 그렸는데 두번째 작품으로 완벽한 스케치와 균형 잡힌 화면 구성 속에 단호한 아브라함의 동작과 떨고 있는 이삭의 두려움이 잘 ..

브뤼헬, 모르, 카라바조, 코레조

피테르 브뤼헬의 다. 1562년. 이 그림은 살아 있는 존재라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상기시킨다. 그림 속에 가득한 해골들은 도처에 가득한 죽음 그 자체이다. 그들은 어떤 것도 예견하지 못한 채 생의 환희에 젖어 살던 인간들을 낫으로 무참히 공격한다. 오른쪽의 해골들은 십자가가 새겨진 관을 방패 삼아 도열해 있다. 우왕좌왕하는 인간들은 그 방패 같은 관들 사이에 있는, 역시나 가장 큰 관의 뚜껑 같은 출입문 아래로 몰려들지만, 막상 그 문 뒤에는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화면 오른쪽 먹다 만 음식이 놓여 있는 하얀 탁자 아래로 카드들이 떨어져 있다. 카드놀이를 하며 질펀하게 먹고 마시던 이들은 혼비백산 도망치지만, 결국 해골들을 피할 수는 없다. 한 기사가 칼을 ..

보티첼리와 한스 발둥

산드로 보티첼리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부호인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가득 받으며 화가로서의 삶을 이어나갔다. 종교적인 이유로 한때 붓을 꺾기도 했지만 그는 중세 동안 금지되다시피 한 고대 그리스 신화를 그림으로 옮김으로써 고대의 부활이라는 르네상스 회화의 진수를 펼쳐보인다. 아래는 보티첼리의 이다. 1483년. 이 작품들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오는 일화를 담고 있다. 라벤나의 오네스티 가문 상속자 나스타조는 지체 높은 신분의 여인 파울라를 지극히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차갑게 그를 거절했고, 이에 나스타조는 상사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그로 하여금 잠시 라벤나를 떠나 있기를 권했다. 첫 그림 왼쪽 모퉁이에는 라벤나를 떠난 나스타조가 머물던 천막이 그려져 있다. 빨..

티치아노 신화 위주

〈비너스와 아도니스〉다. 1554년. 티치아노는 1553년부터 필리페 2세를 위해 '포에지에(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사랑과 관련된 주제를 시적으로 해석하여 조형화한 작품)' 연작 7점을 그렸는데 이 작품은 그 중 하나다. 와 짝을 이루고 있다. 무겁게 드리워진 구름과 그 사이 선명하게 제 존재를 드러내는 푸른색 하늘이 압권이다. 그 푸른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붉은색 옷차림의 사냥꾼 아도니스가 외출하려고 하자 비너스가 온몸을 다 바쳐 막고 있다. 큐피드는 자신의 화살통을 나무에 걸어놓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고 하늘은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하다. 이 불길함은 결국 아도니스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비너스의 예감대로 아도니스는 사냥을 강행하다 결국 멧돼지에 물려 죽게 된다. 신화는 그날 그가 흘린 피가..

티치아노 초상화 위주

티치아노의 이다. 1562년. 평생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유럽 실세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신화, 종교, 역사화 등 그 모든 것에서 미켈란젤로에 버금가는 유럽 최고의 화가로 군림한 그는 마지막 작품으로 자화상을 남겼다. 그는 사물의 표면에 닿는 빛이 그 본래의 색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는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해낼 줄 아는 그야말로 뛰어난 색 감각의 소유자였는데 많은 색을 다채롭게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그림에서처럼 단출한 색 몇 가지만을 가지고도 완벽한 데생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미묘한 지점들을 포착해내는 데 있다. 그는 “훌륭한 화가에게는 오직 세 가지 색, 검은색, 흰색, 빨간색만 필요하다”라고 말하곤 했다. 이 자화상에서도 역시 꼼꼼하고 성실한 세부 묘사를 많이 벗어난 그의 감각이 돋보인다. 이 작품..

티치아노 종교화

티치아노의 다. 1515-18년. 티치아노의 다. 16세기. 티치아노의 이다. 1559년. 티치아노의 다. 1503년. 티치아노의 다. 1560년. 티치아노의 다. 1550년. 티치아노의 다. 1550년. 살로메가 성자의 머리를 가슴 높이 들고 있는 쟁반에, 하녀를 보여주는 피라미드적인 구성으로 그려져 있었다. 배경에 아치가 있는 이 실내 장면에서 티티안은 살로메의 암시적인 옷과 그녀의 맨팔이 예언자의 머리에 닿는 방식을 사용하여 16세기 초 베네치아의 이야기 묘사에서 관례적인 에로티시즘을 만들어냈다. 몇몇 역사학자들은 세례요한의 머리를 티티안의 자화상으로 보았는데, 티티안은 이에 따라 카라바조가 나중에 다시 그린 새로운 목이 잘린 자화상을 시작했을 것이다. 30년 후 완성된 무서 델 프라도의 이 살로메..

라파엘로 산치오

라파엘로의 이다. 1510년-1511년. 모델은 대담한 시선의 카리스마 넘치는 그림의 주인공으로는 잔혹하기로 악명 높았던 프란체스코 알리도시 추기경, 라파엘로와 자신의 딸의 혼사를 추진했던 비비에나 추기경, 나아가 교황이었던 율리우스 2세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 초상화는 볼륨감 있는 형태와 인간의 내적인 감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며 기하학적이고 공간적인 화면 구성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추기경이 입고 있는 실크 외투의 결이 너무도 섬세하며 직물의 감이 생생이 느껴진다. 외투 앞을 잠근 두 쌍의 단추 밑으로 살짝 드리워진 그림자에서 화가의 탁월한 솜씨를 볼 수 있다. 살짝 몸을 비튼 자연스러운 자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뿐 아니라 라파엘로는 피부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