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정자'는 1840년에 지어져 제4중정에 지어진 주요 건축물들 중에 가장 늦게 들어선 건축물이다. 압뒬메지트 1세가 개인 알현실이자 휴식실로 쓰기 위해 지었다. 황제가 여기에다 정자를 지은 이유는 여기서 마르마라 해와 보스포루스 해협을 조용히 관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식과 오스만 전통 양식이 혼합된 아름다운 건물인데, 워낙 전망이 좋아서 황제들은 톱카프 궁전을 방문했을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여기를 들렀다. 이 바로 옆에는 엘리자베스 2세, 재클린 케네디, 리처드 닉슨, 무하마드 알리 등 유명인들이 방문한 식당도 있다.
'테라스 정자'는 16세기 후반에 지어진 전망대이자 정자다. 1704년에 재건했고 1752년 마흐무트 1세가 로코코 양식으로 재단장했다. 제4중정에 있는 유일한 목조 건물로 메인 홀, 기도실, 달콤한 과일 음료를 마시던 휴식실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한 창문들이 달린 개방형 건물이기 때문에, 황제들은 이 곳에 누워 정원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나 오락을 관람하곤 했다. 튤립 시대인 1700년대 초반에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별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프타르 정자'는 끝내주는 골든 혼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붕에다가 화려한 금박칠을 해놔서 한눈에 봐도 확 눈에 띤다. 중국과 인도의 영향을 받은 첫 오스만 건축물이기도 하다. 파디샤는 라마단 기간 동안 일몰 후에 이 곳에서 단식(이프타르)를 중단하곤 했다. 그래서 일부 파디샤들은 여기를 '달빛 정자'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파디샤들이 신하들 앞에 금화들을 쏟아부으며 선물로 하사하는 특별한 이벤트도 여기서 열렸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은 이브라힘 1세 시절인 1640년대에 갖췄다.
마흐메트 1세의 왕좌다.
아흐메트 1세의 왕좌다.
도사관 앞의 샘이다.
하렘으로 들어가본다. 톱카프 궁전에서 가장 복잡하고 은밀한 공간인 하렘이 바로 이 제3중정 바로 곁에 있다. 무려 400여 개가 넘는 방들이 있으며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온갖 모략과 암투의 중심지였다. 황제의 어머니인 '발리데 술탄', 황후, 그리고 수많은 첩과 후궁들, 그리고 황제의 자식들이 여기에 거주했다. 황후와 첩들만 사는 것은 아니어서 환관이나 궁녀, 시종들도 함께 거주했는데, 하렘에 딸려있는 100여 개의 조그마한 방들에 얹혀 살았다. 궁궐 전체에서 가장 엄중하게 통제되는 공간이었기에, 황제와 환관들을 빼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렘은 1500년대 초부터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점점 골든 혼 방향으로 확장되어 오스만 제국 말기에는 거대한 복합단지로 발전했다. 하렘은 제2중정에 입구가 있다. 이를 '수레의 문'이라고 부른다. 이 문을 통과하면 '돔형 벽장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방은 1587년 무라트 3세가 하렘의 현관으로 쓰기 위해 만들었고 하렘의 재무관들이 여기서 일했다. 황제와 하렘 여인들의 재무를 여기서 도맡아 관리했던 셈이다. 이 방의 벽장들에는 하렘의 재무표와 빚 증서, 각종 서류들이 빼곡하게 차있었고 수석 환관이 특별히 직접 관리했다.
후궁들의 권역은 16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권역으로 하렘 전체에서 가장 규모가 작다. 열주로 둘러쳐진 작은 안뜰 주위에는 목욕탕, 빨래용 분수, 숙소, 아파트 따위가 빼곡하다. 폐쇄적이기 짝이 없는 공간인데, 후궁들은 골든 혼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창문들이 뚫린 아파트에서 평생을 보내야 했다. 심지어 지하에서 먹고 자는 후궁들도 있었다.
그 외에 특별히 총애받는 후궁들을 위한 뜰이 있다. 하렘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로코코 풍의 공간으로 상당한 크기의 연못과 정원이 딸려있는데, 파디샤들은 이 곳에 특별히 아끼는 후궁들을 살게 했다. 일종의 특권적인 공간이었던 셈. 파디샤 압뒬하미트 1세가 하렘을 차리고 살던 곳이기도 했다. '총애받는 후궁'이라는건 생각 이상으로 높은 지위였다. 후계 파디샤를 낳을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귀한 몸이었기 때문. 만약 이 후궁들이 파디샤의 아이를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바로 황제의 공식 배우자 지위를 얻고 권리도 대우도 수직상승했다.
반면 황태후는 호사스러운 개인용 아파트에서 살았다. 이 황태후가 살던 곳은 하렘의 안주인답게 하렘에서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권역이기도 하다. 1665년의 대화재 이후 완전히 새로 개축했는데, 모두 17세기의 백색과 하늘색, 노란색, 연록색 타일들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 방들은 지금도 대중들에게 온전히 공개된게 아니라서, 황태후의 침실과 응접실, 기도실 등 일부 방들만이 개방된 상태다.
이 하렘에서 가장 볼만한 장소는 바로 황제의 알현실이다. 1500년대 후반에 지어진 거대한 원형 홀로 황궁 전체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돔을 자랑한다. 이 홀은 파디샤의 공식 알현실이자 하렘의 오락 공간이기도 했다. 역대 황제들은 여기서 사절, 손님, 어머니, 부인, 후궁, 자녀들을 맞이하곤 했으며 오락 행사나 종교 행사, 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들도 바로 여기서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의 모습은 1666년 대화재 이후 오스만 3세가 로코코 양식으로 재단장한 것으로, 이슬람 캘리그라피가 새겨진 화려한 청화백자 타일들과 베네치아산 유리로 장식해놨다. 이 곳에는 황제의 옥좌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옥좌와는 달리 기다란 소파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여기에 전시된 황금 의자들은 독일 제국의 빌헬름 2세의 선물이고 시계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선물이다. 홀의 규모에 걸맞게 여러 개의 문들이 있어 황제의 아파트, 황태후의 아파트, 침실, 대기실 등 다양한 장소들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이 방에 있는 거울 뒤에는 비밀 통로가 있어 유사시 파디샤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무라트 3세의 방'은 옛 원형을 보존한 방들 중 하렘에서 가장 오래된 방이자 황제의 침실이다. 16세기에 설계된 방으로써 돔이 올라가 있는데 황제의 알현실에 올라가있는 돔보다 약간 더 작다. 하렘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푸른색과 흰색의 이즈니크 타일로 장식했다. 아라베스크가 화려하게 새겨진 푸른 타일들이 문 위로 방을 한바퀴 빙 둘러쳐져 있으며 천장의 돔은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칠했다. 나무로 만든 거대한 벽난로가 놓여있으며 그 반대편에는 2단짜리 분수대가 있다. 분수가 있는 이유는 물소리로 외부인들이 방 내부의 대화를 엿듣게 하지 못하도록 할 목적이었다. 방 내부에 있는 침대 2개도 무려 300년 된 골동품이다.
아야 이레네 교회를 찾았다.
‘성스러운 평화’라는 뜻의 아야이레네 박물관은 처음에는 성당으로 지어졌다. 4세기경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지은 것인데, 니카의 반란 때 건물이 불타고, 6세기경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 재건축되었다. 아야소피아와 이름이나 건축 시기가 비슷하지만 이곳은 오스만 제국 시대에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당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오스만 제국은 이곳을 전리품과 무기 저장소로 사용했고, 그 후 1846년 오스만 제국 최초의 박물관으로 사용했다.
아야소피아 다음으로 큰 규모의 성당이었으며, 현재는 주로 콘서트 장소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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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슬람 미술 박물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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