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무염시태>다. 예수와 마찬가지로 마리아 역시 원죄 없이 태어났다고 믿는 가톨릭 교회의 교리이다. 마리아는 흔히 그 순결함을 강조하는 백합과 더불어 장미, 초승달 등과 함께 그려지곤 했다. 백합이나 장미가 주로 ‘수태고지’ 장면에 그려진다면, 초승달은 특히 ‘무염시태’의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이는 《요한의 계시록》 12장에 기록된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입은 한 여자가 있는데, 아래에는 달이 있고 머리에는 열두 별의 면류관을 썼더라”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처녀의 신으로 초승달이 상징인데, 마리아의 순결함을 강조하기 위해 그를 차용한 것으로도 본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성가족〉이다. 제목을 모르고 본다면, 고아로 자란 무리요가 꿈꾼 따사로운 가정을 담은 장르화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이 예수의 가족(성가족)을 그린 종교화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그림 속 인물들이 가진 지물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왼쪽의 마리아는 물레를 놓고 실을 풀고 있다. 성서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 책에 따르면 마리아는 성전의 휘장을 만드는 일에 동원되었을 만큼 바느질 솜씨가 뛰어났다. 서양으로 전해진 서아시아 지방의 전설에 따르면 운명을 지배하는 달의 여신은 ‘숙명의 실을 감는 자’라 하여 거미줄 한가운데 있는 거미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 달의 여신은 ‘처녀의 신’ 아르테미스이다. 동정녀로 인류 전체의 숙명을 책임질 마리아가 가끔 실을 잣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런 전례를 따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림 중앙에는 아기 예수가 새를 잡은 채 강아지와 장난치는 모습이 보인다. 손에 잡힌 새는 곧 예수 자신의 희생을 의미한다. 더없이 따사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지 요셉 옆의 탁자에는 그가 목수임을 가리키는 이런저런 공구가 그려져 있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목자들의 경배>다. 17세기.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 세례요한의 머리>다. 17세기.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마리아에게 제복을 받는 성 알데폰소>다. 1660년. 아래의 <성 베르나르도에게 나타난 마리아>와 쌍을 이루는 작품이다. 톨레도 지반과 관련된 주제지만 두 작품 모두 세비야의 수도원이나 교회에서 그려진 것이다. 성 일데폰소는 7세기경 비지고티 왕족이 통치했던 톨레도지방의 추기경으로 마리아 신앙이 두텁고 마리아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다.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천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데폰소가 성모에게서 귀중한 옷을 하사받고 있다. 이들의 의식은 하늘에서 두터운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성령의 빛에 의해 성스러움을 부여 받는다. 연극적인 장면으로 화려하게 표현되어 무리요의 종교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천사들의 얼굴과 날개, 옷감에서 섬세하고 가벼운 붓놀림이 느껴지고 잔잔한 움직임이 많고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밝은 분위기로 표현해 카라바조적인 심각하고 엄숙한 특징과 구별된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성 베르나르도에게 나타난 마리아>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요리사>다. 17세기 중후반. 정물화적인 요소가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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