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스탄트의 위협에 대한 저항과 가톨릭 자체의 개혁을 위해 몇 차례의 긴 공의회를 거친 교회는 신도들의 신앙심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 ‘반종교개혁(Counter-Reformation)’ 미술을 주도하였다. 대체로 반종교개혁 성향의 그림에는 성인의 일화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신도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그저 머릿속으로만 묵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보다 크고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 스페인의 17세기 미술에서 유난히 성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고, 나아가 그들의 모습을 마치 실제 인물의 초상화처럼 크게 클로즈업해 등장시키곤 하는 것은 스페인이 그만큼 강력한 가톨릭 국가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성 베르나르두스의 환상〉은 발렌시아에서 활동하던 화가 프란시스코 리..